책들의 우주/문학

프라하 여행길의 모차르트, 에두아르트 뫼리케

지하련 2023. 2. 22. 20:38

 

 

 

프라하 여행길의 모차르트 / 슈투트가르트의 도깨비 

에두아르트 뫼리케(지음), 윤도중(옮김), 문학과지성사 

 

 

두 편의 짧은 소설이 담긴 이 책은, 순전히 모차르트가 들어간 제목 때문이었다. 너무 기대를 했던 탓일까. 놀랍도록 감동적이진 않았다. 그러나 <<프라하 여행길의 모차르트>>는 예술가 소설의 전형과도 같다고 할까. 이 소설은 추천한 만하다. 찬사를 받을 만하다. 여기에 반해 <<슈투트가르트의 도깨비>>는 동화 이야기에 가깝고(역자는 '동화'라고 말한다), 이야기의 다채로움이나 전개방식도 흥미롭지만, 나에겐 <<프라하 여행길의 모차르트>>가 더 재미있었다. 

 

그 이유는, 아마 모차르트의 형상화 때문일 게다. 천재 예술가 모차르트를 어떻게 표현해내는가라는 측면에서 뫼리케는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오래된 소설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 점을 감안하고 읽으면 좋을 듯 싶다. 뫼리케는 소설가보다는 시인으로 더 유명한 작가다. 뫼리케의 시들도 한글로 소개되길 희망해본다. 아래는 <<프라하 여행길의 모차르트>>에 옮긴다. 

 

하지만 나는 내 예술로 인해 이와는 다른 일상을 살아야 하고, 그것을 결국 이 세상의 그 어떤 것과도 바꾸지 않을 텐데, 그렇다면 어찌하여 나는 그런 순진하고 소박한 사람과 정반대되는 처지에서 살아야 하는가? 아름다운 지방 마을에 자그마한 집과 조그만 농토만 있다면 실로 새롭게 생기를 얻어 살아가리라! 아침나절은 내내 부지런히 악보와 씨름하고, 나머지 시간은 전부 가족과 함께 보낼 것이다. 나무를 심고 밭을 둘러보고 가을에는 아들놈들과 사과와 배를 딴다. 가끔 공연하러 도시에 가고, 그 밖에는 때때로 친구가 하나나 여럿이 집에 찾아온다. 얼마나 큰 행복인가! 그렇지,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 누가 알겠는가! (73쪽) 

 

 

<<맥베스>>건 <<오이디푸스>>건, 아니면 그 어느 것이건 모든 숭고한 비극의 문턱을 넘어 안으로 들어갈 때 영원한 아름다움에 전율하게 된다면, 바로 여기서보다 그것을 더 강렬하게 또는 동일한 정보로 경험할 수 있는 데가 어디 있겠는가? 인간은 익숙한 자아에서 벗어나기를 바라는 동시에 두려워하기도 한다. 인간은 무한한 어떤 것이 자기 몸을 만지고 가슴을 조이게 하는 한편 확장시키고 정신을 강력하게 낚아채는 것을 느낀다. 완성된 예술에 대한 경외감이 더해진다. 신적인 경이로움을 향유하고, 그것을 가까이서 친근한 것으로 자기 안에 받아들여도 되고 받아들일 수 있다는 생각에 일종의 감동, 아니 긍지, 어쩌면 우리가 느낄 수 있는 가장 행복하고 순수한 자부심까지 갖게 된다. (83쪽) 

 

 

에두아르트 뫼리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