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면 기본적인 저항력이나 재생력이 떨어지나보다. 한 달째 아침마다 세수를 하면서 코피를 흘리고 있다. 뭔가 대단한 병자가 된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코피는 금방 멎었다. 코피를 멈추기 위해 고개를 뒤로 젖히는 행동을 하면 안 된다(예전에는 다 이랬는데...). 콧등을 눌러 지혈을 해야 한다.
스트레스와 과로 탓이다. 그러나 스트레스와 과로로 인한 성과가 거의 없어, 스트레스가 극에 다다랐다. 이럴 때 도시를 벗어나야 된다. 커가는 아들도 이제 캠핑에 따라나서는 모습이 다소 부자연스러웠고, 아내는 진즉 캠핑을 가지 않는다.
아직 초록 빛깔이 나오지 않았지만, 그래도 좋았다. 아마 올해부턴 한 두 차례 혼자 다녀와야 할 듯 싶다.
코피를 한 달째 흘리고 있다고 하니, 다들 병원 가라고 한다. 나는 세면대에 떨어진 빨간 색깔을 보면서 어딘가 영화의 한 장면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 결국 병원에 갔다. 의사선생님은 왜 이렇게 늦게 왔냐며, 그것이 이렇게 바쁜 토요일 아침에, 하신다. 바로 코 안을 보시더니 안도하는 듯 했다. 상처가 깊지 않았고 낮엔 상처가 아물어가다가 건조한 밤에 상처가 벌어져 다시 피가 나는 증상인 듯하다고.
코 점막 아래 혈관이 터지면 치료가 긴 듯 싶었다. 다행히 나는 그런 경우는 아니었다. 이래저래 찾아본 바에 의하면 아래와 같다.
일반적으로 코피는 아침에 자주 터진다. 혈압이 아침에 일어났을 때 가장 높은 경향이 있고 이 혈압으로 인해 코피가 터진다고 한다. 한 두 번은 괜찮지만, 자주 일어난다면 병원에 가야간다. 코피가 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으나, 1)스트레스와 과로 2)간질환 3)철분 부족 등이 있을 수 있다. 어린 아이들의 경우 코를 후비다가 나기도 한다. 코피가 잘 멎지 않는 경우는 반드시 병원에 가는 것이 좋다. 나처럼 계속 나는 경우에도 치료가 필요하다. 계속 놔두면 계속 피가 나올 테니 말이다.
최근 누리엘 루비니의 <<초거대 위험Megathreats>>를 읽고 있는데, 그가 제시하는 불길한 시나리오들은 한결같이 꽤나 현실적이서, 읽고 나면 상당히 힘이 빠진다. 나는 코로나 때 거의 대부분의 국가들이 '양적 완화'를 하길래 뭔가 솔루션이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전에도 심각할 수준으로 과잉공급된 통화량은 코로나 팬대믹 시기에는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이것은 실물 경제와 관련 없는 거품이다 보니, 여기저기 실물 가격들을 폭등시켜놓았다. 그리고 경제가 정상 상태로 돌아가려면 거품이 빠져야 하기 때문에 몇몇 은행들이 박살나는 것이다.
작년 말 발표된 여러 경제 전망보고서들은 한결같이 23년 상반기를 어렵고 하반기는 좀 나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런데 지금 상황을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도리어 내년에 한 방 큰 것이 올 것 같다. 피터 자이한은 미국에 대한 찬사를 끊임없이 늘어놓는 일련의 지정학 책들을 내고 있지만, 누리엘 루비니는 미국이 현재 구사하는 달러의 경제 무기화는 결국에는 준비 통화, 기축 통화로서의 지위를 잃게 만들 것이라고 말한다. 석유 등 자원 거래를 할 때 위안화나 루블화로 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굳이 미 달러를 사용하지 않아도 되거나 또는 새로운 형태의 디지털 화폐가 등장할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이야기한다.
윤석열 정부의 행동들이나 방향들은 일부 이해가 가고 일부는 이해가 가고 그 외 나머지는 미친 짓이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러한 행동들은 전 정부(문재인 정부)로부터 이어온 일련의 흐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정치인들과의 결탁, 그 정치인들 사이로 들어간 검사들, 그리고 그 옆에 자리잡은 행정가 출신 두 명(이재명과 김동연). 타겟은 이미 마지막 두 명을 향해 있다. 나는 이것이 미친 짓이라고 여긴다. 한 치 앞 미래를 보지 못 하기 때문에, 누군가는 조심스럽지만 누군가는 과감해진다. 윤석열 정부는 후자를 선택한 듯 싶다. 문재인 정부는 일본을 버리는 대신 북을 선택하였다면 윤석열 정부는 북을 버리고 일본과 미국을 선택했다. 그것이 굴욕적인 방식아라도 (피터 자이한이 계속 주장하듯, 미 보수 우파의 시선을 따라 하는 한국 꼴통 보수파들의 생각처럼) 일본과 미국을 선택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 될 것이라는 믿음이다.
하지만 한국 사람들은 뼛 속 깊이 반일이다. 대다수는 그렇다는 이야기다. 일본 애니를 보고 일본 영화를 보고 일본 여행을 떠나고 일본인 친구와 만나 술을 마시는 것과 무관한 것이다. 정치, 역사의 차원으로 보면 우리는 마음 속 깊은 곳에서부터 반일의 감정이 떠올린다. 한 때 나는 조선을 선비의 나라로 높은 평가를 하였으나(역사적으로 지식인이 정권을 잡은 거의 유일한 나라), 지금은 사상적으로 너무 성리학에 치우치는 바람에, 마치 중국의 속국처럼 포지셔닝했음을 안타까웠다. 더구나 정조 사후 이어지는 60년 간의 세도 정치는 조선의 기틀을 날려버렸다. 그 이후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가 된 것이다. 영정조시대만 부각해서 가르칠 것이 아니라 세도 정치가 얼마나 악독했는지, 그리고 그 이후 정상 국가로 가기 위한 조선의 선택이 거의 불가능했음을 가르쳐야 하지 않을까.
19세기 후반, 거의 백년만에 조선통신사가 일본 시모노세키로 들어갔으나, 이 때 일본인들은 어디 미개한 나라에서 온 사람들 구경하듯 나왔다고 한다. 실은 그렇게 상황이 바뀌었는데, 조선인들만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실학과 천주교는 박해당하고 묻혔으며 개화를 외쳤던 이들 대부분은 친일로 돌아섰다. 그냥 조선은 답이 없었다. 그런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이 흥선대원군이든, 고종이든, 민비든, 그 누구든 아예 없었다. 성리학의 체계가 얼마나 대단했냐면, 민란이 일어나더라도 관리를 죽이지 않았다. 왜냐면 관리는 임금이 보낸, 일종의 대리자이므로 그를 죽이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리고 현실 세계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자가 바로 임금이라고 여겼다고 한다. 그 당시 모든 조선인들의 생각이었다. 이 황당한 세계관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개화나 근대화를 이룰 수 있었을까. 제 정신이 박혀 있었다면 불가능하다고 여긴 것이 당연한 일이다. 이런 상황이니 아직도 일본의 지원으로 근대화를 이루었다는 등의 헛소리가 설득력 있게 먹히는 것이다. 그 정도로 19세기 조선은 엉망이었다. 18세기 조선과 달리. 어쩌면 조선의 최대 성과도 성리학이고 최악의 성과도 성리학이 되지 않을까.
한일합방이 될 무렵이 되어서야, 그제서야 지식인들은 일반 민중들을 계몽해야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 때 도산 안창호의 나이는 28살이었다. "대한사람은 실력을 길러야 한다"며 애국계몽운동을 전개하였다. 참으로 늦은 것이었다. 하지만 임금이 있는 마당에 누가 나서서 근대계몽운동을 전개할 것인가. 이토 히로부미는 이런 안창호를, 청년 안창호를 회유하려고 했다. 어쩌면 현대 한국이 이만큼의 성과를 낼 수 있는 이유는 이런 이들이 자신의 신념을 지켰기 때문이며 이들로부터 그 정신이 이어져오기 때문이다.
잡담 치곤 너무 길었다. 최근에 읽은 박경리의 <<일본산고>>도 좋았는데, 아직 리뷰를 올리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 좋은 일들만 이어졌으면 좋겠다. 노력해보자.
* '아침마다 코피'라는 검색어로 많이 방문하고 계시니, 치료 결과를 업데이트합니다. 이빈후과에 가서 1차 치료를 하였으나, 치료를 하지 못했습니다. 처음에는 간단한 처지와 먹는 약과 연고를 처방받았으나, 먹는 약은 딱 보니 항생제라 한 번 먹고 패스했습니다. 간단한 처치로 다음 날 아침에 코피가 흐르지 않아 나았다고 생각하였으나, 그 다음 날 코피, ... 안 되겠다 싶어서 연고를 발랐더니 낮에도 코피가.. 결국 다시 1주 후에 병원을 갔습니다. 전기로 코 안에 생긴 상처 부위를 치료하였습니다. 지진다는 표현이 적당할 것같은데, 먼저 국부 마취를 한 후에 전기가 흐르는 것을 보이는 치료기구로 부위를 강제적으로 건조시킨다(?)..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코 안은 늘 젖어있기 때문에 상처가 빨리 아물지 않는 듯합니다. 깊이 파인 상처는 특히. 그러나 한 번 전기 치료로 치료가 되지 않고 며칠 후 다시 방문하여 치료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며칠 후 다시 방문하여 치료 부위를 확인하였으며 해당 부위가 아물어가고 있음을 확인하였습니다. 거의 두 달 넘게 코피를 흘린 탓에, 그 이후 1주일 정도는 코에 손도 대지 않았습니다. ;;;; 코만 풀면 피가 나오니. 대부분 코 안 상처가 아물지 않고 지속적으로 터지는 경우이며 여러 차례 비인후과를 방문하여 치료를 받으면 됩니다. 그러나 코 안 상처가 잘 아물지 않는다는 것 자체가 건강에 문제가 있는 경우이니, ... 건강을 챙기고 건강 검진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저도 조만간 건강검진을... ;;;; 그리고 전기 치료도 한 두 번 정도밖에 못한다고 하네요. 자주 하면 코 안에 구멍이 생겨서 평생 줄줄 코피 흘리며 살아야 된다는 의사 선생님의 말이 기억납니다. 코피가 멈추지 않아 자신이 맡았던 이를 대학병원까지 보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가졌던 젊은 의사 선생이 코 안의 아문 상처를 보며 기뻐하던 표정이 기억나네요. 아침마다 나던 코피를 빨리 치료하지 않으면 낮에도 주르르, 밤에도 주르르 흘러내립니다. 참고하세요. (5월 5일 업데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