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우주/비즈

헤르만 지몬 Hermann Simon

지하련 2023. 4. 9. 15:07

 

 

헤르만 지몬 Hermann Simon

헤르만 지몬(지음), 김하락(옮김), 쌤앤파커스

 

 

 

<<히든챔피언>>, <<프라이싱>>으로 유명한 세계적인 경영학자 헤르만 지몬의 자서전이다. 우연히 읽게 되었는데, 기대 이상이었다. 기업 경영이나 경영학 같은 소재/주제에 딱히 관심 없는 독자에게도 추천할 만한 책이었다. 다양한 주제, 소재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으며, 내 어린 시절 풍경까지 떠올리게 만들었다. 

 

내 고향 출신의 어느 교수는 “어린 시절과 청소년 시절은 오늘날 견지에서 보면 흡사 중세처럼 느껴지는 삶의 세계에 속했다. 기껏 50년 전만 해도 실제로 그랬다. 그러다가 하룻밤 사이에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급격한 변화가 일어났다.”라고 썼다. (37쪽)

 

어린 시절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어떻게 경영학자가 되었는지 적고 있는 이 책을 통해, 우리도 그렇게 과거를 떠올리며 현재와 미래를 그리게 된다. 그러면서 세상이 얼마나 빠르게, 엄청난 변화를 겪었는지 새삼 깨닫게 된다. 흡사 ‘중세’에서 곧장 ‘현대’로 왔음을. 그건 독일 구석의 시골마을도 우리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았음을 헤르만 지몬은 회상하고 있다.

 

나는 본 대학 시절에 정치적으로 가장 적극적이었다. 내가 대학에서 공부를 시작한 1969년 봄에 파리와 베를린에서 시작된 대학생의 정치적 가성은 점차 소도시와 대학들에게로 확산되었다. 왜 그해에 그런 일이 일어났을까? 이 문제를 다룬 책으로도 도서관을 가득 채울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우리 부모와 선생님들이 나치 시대에 대해 대체로 입을 다물었다는 것이 분명히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행정, 경제, 정치를 책임진 우리를 교육한 사람들이 이런저런 형태로 연루되어 침묵을 지키는 쪽을 택했다. 이 세대 사람들이 히틀러와 나치의 범죄를 옹호하거나 정당화했다는 뜻은 아니다. 우리는 그 시대를 단호히 단죄하는 것을 별로 경험하지 못했다. (79쪽)

 

지몬의 이런 회상들로 인해 이 책은 한국의 독자에게 충분한 의미를 지닌다. 가끔 일본 국민들의 역사관이나 역사에 대한 태도에 대해 지적하는 한국 사람들을 보면서, 우리들은 과연 떳떳한가 반문하곤 한다. 실은 우리도 냉정하게 말해, 과거를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고 제대로 된 사후 처리와 평가를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현 정부가 일본에 대해 굴욕외교를 하고 있다는데, 굴욕외교는 둘째 치고 이런 상황을 예상하지 못한 채 2번 후보에게 투표를 했는지 도리어 묻고 싶다. 그만큼 사람들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지 못하고 관심도 없다. 투표의 결과로 집이 불태워 없어질 것임을 알지 못한 채, 믿을 수 없는 언론들의 뉴스들을 신나게 보면서 불 탈 집 안 인테리어만 신경 쓴 셈이다. 한국도 아직 20세기 초중반 연거푸 일어났던 불행하고 비극적인 사건들을 제대로 극복하지 못하고 있으면서, 외부의 가해자만 온통 신경 팔린 채 내부의, 더 비정했던 가해자에게 대해선 아무 말도 못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심지어 날조된 것이라며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대놓고 설치는 판국에 외부의 가해자에게 이야기하는 모습이 심히 부끄럽다.

 

마을 공동체는 삶의 한 단면을 이루었는데 그 중요성은 내가 훗날에야 인정하게 되었다. 이것은 토대가 두 개였다. 하나는 공동체 구성원이 사회적으로 평등하다는 것이었다. 부유한 집도 없었고 복지 등급의 바닥에 있는 가난한 사람도 없었다. 축제와 공동체 행사 때는 온 마을이 참여했다. 농사는 연대감 형성에도 기여했다. 같은 밭에 같은 과실을 재배했다. (…) 다들 서로 아는 사람이었다. 그 반대의 측면은 공공연한 사회적 통제였다. 알려지지 않거나 오랫동안 비밀에 부쳐지는 것은 없었다. 사회규범의 한계를 넘어선 사람은 따돌림 받을 각오를 해야 했다. 어렸을 때는 이러한 속박을 알아차리지 못했으나 청소년기에는 점점 더 갑갑하게 느껴졌다. (44쪽)

 

헤르만 지몬의 어린 시절 부문을 읽으면서 나 또한 떠올렸다. 초등학교를 들어가기 전 정월 대보름에 마을 사람들이 모여 쥐불놀이를 했던 기억이 아직도 있는데, 그게 유일한 기억이기도 하다. 빈 캔에 나무 조각과 지푸라기를 넣어 불을 붙여 돌렸던 것도, … 빈 집에 혼자 있어도 겁나지 않았던 시절이었다. 혼자 있을 일이 없다. 동네 친구들과 오전에 나가 오후 늦게 돌아왔으니. 마을이 아이들을 키우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마을이 아이들을 키우지 않는다. 키울 수도 없다. 그러니 지역 공동체의 누군가에게 비극이 닥치더라도 알지 못한다. 알기도 어렵고 도와주기도 쉽지 않다. 공동체의 회복을 이야기하기도 우스운 도시 생활이다. 하지만 가끔 나는 우리들이 외로움 속에 잠겨 혼자 끙끙 앓다가 스스로를, 타인들을 파괴하면서 죽을 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휩싸이곤 한다. 헤르만 지몬이 이런 생각을 하는 건 아니지만,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마을에 대한 추억이나 가치의 소중함을 이야기하고 나이가 든 후 마을의 여러 일들을 지원하였음을 이야기한다.

 

1939년 9월 1일 단치히 근교 베스터플라테에서 독일 전함이 발포함으로써 2차 세계대전이 시작되었다. (24쪽)

 

학교에서는 유대인의 운명이 언급된 적이 없었고, 우리는 물어보지도 않았다. 아무도 이 주제가 금기시된 것이라고 대놓고 이야기하지는 않았지만 이 주제는 전형적인 금기였다. 이 주제에 대해 말을 꺼내려고 하면 ‘입도 벙긋하지 못하게 했다.’ 1980년대에야 비로소 젊은이들이 먼저 나서서 예전의 유대인 동료 시민들을 초대했다. 이들과의 만남은 내게 ‘운명적 순간’이었다. (60쪽)

 

유대인 문제는 어쩌면 지금도 진행 중일 것이다, 독일에서는. 서구에 남은 유대인과 이스라엘로 모여든 유대인은 다르다. 이 책을 읽으며 세계 대전이 끝난 후 독일의 고향으로 돌아온 유대인 가족, 혹은 그 가족의 일부는 어떤 심정이었을까, 그리고 그 가족을 바라보는 독일 사람들의 마음은 또 어땠을까 생각하니 참 안타까웠다. 하지만 한국도 별반 다르지 않아서 간첩이 아니었음에도 간첩으로, 간첩의 가족으로 낙인 찍힌 채 살아갔던 이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그러나 이런 이야기들은 갑작스레 사라졌다. 요즘 젊은이들은 이런 비극들을 알기나 할까.

 

*          *   

 

헤르만 지몬은 세계적인 경영학자 답게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경영 컨설팅과 자문 활동을 수행했다. 일본에도 자주 갔으며 한국에도 여러 차례 방문하여 기업인들과 정부 관계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조언을 하였다. 아래는 그가 일본에 대한 인상을 적은 부분의 일부다.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 그것에 대해 잠시 생각했다.

 

일본의 엄격한 규칙이 사회의 변화 능력 및 혁신 능력과 상치되는 것은 불가피하다. 나는 일본에 처음 체류한 이후 무엇이 변했느냐는 질문을 곧잘 받는다. 나는 “변한 게 없습니다”라고 판에 박힌 대답을 한다. 물론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내 대답이 옳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내가 받은 전반적인 인상이 그렇다. 야마노테 라인은 35년 전과 똑 같은 것 같다. 수많은 건물, 식당, 가게, 파친코 가게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미타 지구의 좁은 골목을 지나갈 때 나는 1983년 겨울로 되돌아가 있는 느낌이 든다. 야마노테 라인의 승차권 가격마저 당시와 같다. 나는 지금도 도쿄에서는 세계가 멈춰 있다는 인상을 곧잘 받는다. (152쪽)

 

한국에 대해서는 별도의 챕터로 구성하였는데, 아마 한국어판에만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한국정부, 대기업, 중소기업 등에 대해 적고 있다.

 

(한국정부) 문제는 다 알려지고 옳게 규명된다. 그러나 한국 사회의 가치 체계가 해결을 방해한다. 직업 교육을 예로 들어보겠다. 지금 한국 젊은이의 약 80%가 전문 대학 또는 종합대학을 졸업한다. 나는 몇 퍼센트가 최적인지 모른다. 그러나 80%는 분명히 너무 높다. 육체 노동을 할 사람과 이를 위해 직업 교육을 제대로 받은 사람이 미래에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사회의 가치 체계가 대학 교육만을 높이 평가하고 직업 교육을 과소 평가하면 정부는 거의 해결 불가능한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196쪽)

 

많은 한국인 대화 상대의 견해에 따르면 한국 중소기업의 가장 큰 문제는 우수한 인력을 끌어들이지 못한다는 것이다. 나는 이런 생각은 최고 인재를 오로지 ‘높은 IQ’, ‘최고 학교 교육’, 최고 대학 졸업’ 등등과 결부시키는 한국의 교육 제도에 뿌리를 둔 선입견이라고 본다. 실제로 독일 히든 챔피언의 다수는 학교 교육을 받지 못했으나 아이디어와 기업가적 열정을 가진 기업가가 설립했다. (198쪽)

 

힘의 분권화, 회사 위험의 다각화, 소득 및 복지의 분배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경제는 민주주의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개념이 지향하는 방향은 옳다. 집중화와 분권화 사이의 최적점이 어디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200쪽)

 

한국 사회의 가치 체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오구라 기조의 <<한국은 하나의 철학이다>>에서도 우리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 실은 너무 자연스러워서 인식하지 못하는 한국 사회의 독특한 가치 체계에 대해, 그리고 최근에 읽은 조경달의 <<근대조선과 일본>>에서도 조선 후기 대부분의 민란의 귀결이 조선 임금에게 호소하는 식으로 끝났음을 알았을 때, 유교적 민본주의의 끔찍함을 알게 되었다. 오구라 기조는 그것이 아직까지 한국 사회를 만들고 있음을 지적하였는데, 아직까지도 현대와는 어울리지 않는 가치체계로 인해 한국 사회는 힘들어 하고 있는 건 아닐까, 뻔한 해결책을 있음에도 그 해결책에 대해 사회 구성원의 동의를 구하는 것이 이렇게 힘든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광복 후 미 정보국에서 한국인들의 여론을 조사해보았더니 대부분이 사회주의를 지지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랬다는 글을 읽은 바 있었다. 하긴 똑똑한 지식인들 대부분이 사회주의자들이었으니. 그러고 보면 남쪽도 외세의 힘을 얻은 이가 초대 대통령이 되었고 북쪽도 외세의 힘을 얻은 이가 권력을 장악했으니, … 이것도 어쩌면 조선의 유교적 사대주의가 남은 비극은 아닐까. 헤르만 지몬의 이 책을 읽으면서 우습게도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하였다.

 

*         * 

 

책 중후반부에는 자신이 어떻게 경영학자로서 자리를 잡아가는가를 서술한다. 그러면서 교류했던 경영학자나 경영학에 대한 간단한 언급들이 이어진다.

 

장교학교에서는 세계 대전 참전 용사인 애꾸눈의 늙은 대령에게서 깊은 인상을 받았다. 그는 전략 강의를 담당했다. 그가 내린 전략의 정의를 나는 잊은 적이 없다. 그는 전략을 “국가의 모든 역량을 계발하고 투입하여 적을 겁먹게 하고 분쟁이 일어날 경우 적을 최대한 약화시키는 기술이자 과학이다”라고 정의했다. 나는 이 정의를 약간 수정한 형태로 기업에 적용했다. “전략은 기업의 모든 역량을 계발하고 투입하여 최대한 이익을 남기며 오래 살아남게 하는 기술이자 과학이다” 나는 이 간결하고 의미심장한 정의를 하버드 대학 앨프리드 챈들러 교수의 그 유명한 정의보다 선호한다. “전략은 기업의 기본적 장기 목표와 계획을 수립하고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행동지침을 정하고 자원을 배분하는 것이다” (100쪽)

 

전략에 대한 정의를 읽으며 나는, 내가 속한 기업은 전략을 수립해서 그대로 실행하고 있는가 생각했다. 실행하지 않지 못하고 있음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무엇부터 해야 하는가에 대해 짧게 생각했다. 

 

하버드는 사례 연구 방법을 개발하고 꾸준히 보완하여 세계의 경영대학원에서 독보적 지위를 획득했다. 사례 연구 방법은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정수이다. 더프 맥도날드는 저서에서 이렇게 말했다. “사례 연구 방법은 교수법의 기초이다. 그것은 재정 지원의 목표이다. 연구비도 다른 부문보다 더 우선적으로 이에 투입된다. 사례를 가르치고 이에 대한 논문을 발표하는 것이 교수 업정 평가의 첫째 기준이다. 그것은 비즈니스에 대한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신조를 전파하는 첫 번째 수단이다. 하버드는 사례 연구 방법의 우수성을 확신하고 있다.” (169쪽)

 

기업에서는 그냥 ‘케이스 스터디’라고 하는 사례 연구 방법은 상당히 유명해서,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사례 연구 대상 기업으로 선정되는 것도 기업 입장에서는 상당한 마케팅 세일즈 효과가 있는 것으로 생각할 정도이다. 

 

내 견해로는 코닥의 최종 도산은 통찰 부족 때문이 아니었다. 감독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기 전에 나는 코닥을 위해 경영 세미나를 여러 번 개최했다. 디지털화가 위협이라는 통찰은 일찍부터 있었다. 이미 1983년에 코닥은 기술이 사진을 어떤 식으로 바꾸어 놓든지 간에 회사는 ‘영상 사업’에 매진한다는 사업의 정의를 다시 내렸다. 이것은 분명히 올바른 통찰이었다. 그러나 아는 것이 행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10만명이 넘는 코닥 직원이 고전적 카메라 기술과 화학 필름에 종사하고 있었다. 게다가 코닥은 수십 년간 시장을 지배했기 때문에 현저히 교만해져 변화를 꺼리게 되었다. 이런 인력과 문화로는 종래의 시장을 파괴하는 새 시장을 개척하기 어렵다. 다각화 시도도 한몫을 했다. 그래서 코닥은 제약산업에 뛰어들려고 했고, 그 일환으로 스털링 드럭(바이엘 아스피린의 미국 제조사)를 인수했다. (246쪽)

 

코닥은 몰라서 무너진 것이 아니라 알아도 무너질 수 밖에 없는 구조였음을 알게 되었다. 이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누군가의 고통이 따라야만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돈을 잘 벌고 있는 기업이 새로운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 부서를 통폐합하거나 공장을 없애거나 인력을 구조조정을 하거나 재배치를 한다면 반발이 매우 심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그 반발로 인해 종종 이미 지쳐버린 경영자들은 기업이 무너지는 모습을 눈 뜨고 보기도 한다. 결국 전략 문제 이전에 사람의 문제이고 실행의 문제인 셈이다.

 

헤르만 지몬이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분야는 가격(pricing)이다. 지몬이 체계적으로 정리하기 전까지 가격에 대한 제대로 된 이론이나 관리 방안 등이 없었다. 

 

가격은 경제학의 중심 돌쩌귀이다. 모든 것이 가격 주위를 돈다. 가격은 수요와 공급을 조정한다. 판매를 신속하고도 효과적으로 조종하는 마케팅 수단으로는 가격이 단연 으뜸이다. 전형적인 산업 비용 구성에 있어서 가격은 가장 강력한 이윤 동인이다. 경쟁에서 가격은 가장 자주 사용되는 효율적 공격 무기이다. (253쪽)

 

고대 로마인은 이 기본적인 연관성을 이해하고 있었다. 라틴어에는 ‘가치’와 ‘가격’이라는 뜻을 동시에 가진 단어가 있기 때문이다. 다름 아닌 ‘프레티움pretium’이다. 이 단어의 뜻에 따르면 가치와 가격은 같은 것이다. (…) 
- 가치 창조: 혁신을 위한 도전, 재료의 특성, 제품의 질, 디자인 등등
- 가치 선전: 이 과제에는 제품 소개(브랜드)와 전시가 포함된다. 포장, 상점에서의 진열, 배치도 이 과제에 속한다.
- 가치보존: 이것은 다음 구매 단계를 위해 중요하다. 사치품 또는 자동차 같은 내구적 소비재의 경우 가치 보존은 최초 구매 시의 가격 지불 의사에 결정적으로 기여한다. (260쪽)

 

“가격의 목적은 비용을 회수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마음 속에 있는 제품의 가치를 포착하는 것이다.”(257쪽)

 

이 책에서도 간단하게 언급되긴 하나, 가격에 대한 주저를 읽는 것이 좋다. 나도 아직 읽지 못했으니, 조만간 읽고 리뷰를 올릴까 한다. 

 

리더십이나 조직론에 대해서도 언급되기도 한다. 독일군과 미군의 전투력 차이에 대한 인용은 상당히 흥미로웠다. 미국 기업의 체계를 그대로 따라가는 한국 기업도 미션 지향적이기 보다는 프로세스 지향적이다. 아니면 둘 다 못하고 있는지도... 

 

크레벨드는 <<전투력>>이라는 책에서 2차 세계 대전 때의 독일군과 미군의 전투력을 비교했다. 나치의 강제 수용소에서 가족을 잃은 유대인인 크레벨드가 나치 정부의 범죄를 곱게 볼 리 없었다. 크레벨드는 독일군의 전투력이 미군의 전투력보다 52% 높다고 결론을 내린다. 크레벨드는 이런 엄청난 차이의 본질적 요소가 지휘 체계의 차이에 있다고 본다. 헬무트 폰 몰트케의 프로이센군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독일군의 지휘 체계는 ‘미션 지향적 체계’(임무를 통한 지휘)이지만 미군의 지휘 체계는 이른바 ‘프로세스 지향적 체계;’이다. 임무를 통한 지휘의 경우 지휘관은 실행자에게 ‘미션’만 제시하고 실행에 대해서는 광범한 재량을 허용한다. 이와 달리 미군은 상황을 철저히 분석한 다음에 구체적인 실행 프로세스를 정한다. (401쪽)

 

조지 워싱턴 전기를 쓴 론 처노는 “리더는 너무 떨어져 있어도 안 되고 너무 가까이 있어도 안 된다. 사람들이 리더를 좋아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사랑해야 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그러나 리더는 사람들의 존경을 받아야 한다”라고 말한다. 효율적 리더십은 바로 이 두가지 요소를 통합하는 데 있다. 이것이 훌륭한 리더에게서 볼 수 있는 이중성이다. (403쪽)

 

책을 다 읽은 지금, 성실하게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생각한다. 헤르만 지몬의 이 책을 읽으면서 지몬의 책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영미쪽 경영학자의 서적만 소개되는 한국 출판 시장에 헤르만 지몬의 번역서가 주는 위치는 상당히 흥미롭다. 올해 몇 권을 읽어봐야겠다. 

 

시간 관리는 끊임없는 투쟁이다. (40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