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우주/비즈

오모테나시, 접객의 비밀, 최한우

지하련 2023. 8. 12. 12:47

 

 

오모테나시, 접객의 비밀

최한우(지음), 북저널리즘

 

 

오모테나시(し)라는 단어를 처음 듣는다. 일본만의 손님 접대 문화를 지칭하는 단어로 서구 사회에서 일본 하면 '오모테나시'를 떠올리게 될 정도로 널리 알려진 단어다.

 

오모테나시
1)신에 대한 감사의 의미를 최대한 표현하는 것
2)손님에 대한 환대
3)손님에 대한 고치소오(온 사방을 이리저리 달려서 구해왔다는 의미)
4)온 마음을 다하여 손님을 맞이 하는 것
(24쪽)

 

과연 그러한가 하고 생각해보면, 글쎄, 하고 여기게 되지만, 같은 동양인이 일본에 가는 것과 피부색이 다른 백인이 일본 가게에 들어가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을 테니(이건 한국이야말로 너무 심해서 부끄러울 지경이다). 이 책은 오모테나시가 어떻게 일본 비즈니스를 경쟁력 있게 만드는가에 대한 일종의 사례집이다.

 

다도(茶道)는 오모테나시의 완벽한 구현 형태
다도의 정수
1)이치고이치에(一期一會, 일생에 한 번 뿐인 인연)
2)사호(作法, 예를 갖추어 행하는 형식, 작법)
3)바탕이 되는 오모테나시 정신
- 23쪽

 

 

쓰카다 농장의 손님 명함

 

쓰카다 농장에는 포인트카드가 없다. 대신 손님의 이름(혹은 별명)을 넣어서 마음대로 만든 명함이 있다. 주임부터 시작해서 방문횟수에 따라 명함 속 직급이 계속 바뀌는데, 그럴 때마다 간단한 승진 파티도 열어 준다. 파티의 내용은 직급에 따라 다르다. 승진할 때마다 받는 서비스도 달라서, 회를 거듭할수록 즐거움이 배가 된다. 가게에 36번 정도 방문하면 비소로 모든 사람이 선망하는 회장이 되는데, 전국에 쓰카다농장 회장만 무려 70만명이라는 소문이 있을 정도다. 
- 64쪽

 

이미 많은 한국사람들이 쓰카다 농장을 방문했을 거라 생각된다. 그리고 그 곳에서 오모테나시를 경험했을 것이다.  

 

빌리지뱅가드

 

빌리지 뱅가드 
1)식상하지 않은 유니크한 콘텐츠(책)
2)연상진열과 유머러스한 POP로 호기심의 중심을 잡화로 유도
3)매출의 축을 형성
이것이 새로운 접객을 기반으로 한 빌리지 뱅가드만의 새로운 머천다이징 비즈니스 모델의 수익화 공식이다. 
(92쪽)

빌리지뱅가드가 갔던 사람은 마치 보물찾기를 하듯 그 곳에 머문다고 한다. 마치 책을 중심으로 있는 만물백화점의 느낌이랄까. 

 

그렇다. 고객의 이익을 무조건 우선시한다. 납득이 간다. 그런데 여기에 슈퍼호텔의 깨알 같은 노림수가 있다. "천연 온천탕이 있으면 손님들이 방에 있는 샤워기를 거의 사용하지 않습니다. 각 방의 수돗물이 엄청 절약되지요." 고객의 이익이 회사의 이익이 되는 기적의 순간이다. 슈퍼호텔의 방은 일본의 다른 비즈니스 호텔에 비해 답답함이 상당히 덜하다. 왜 이렇게 쾌적할까 하고 방을 살펴보면 의외로 천정이 높게 느겨지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여기에 기적의 순간이 또 하나 있다. 일본의 비즈니스호텔은 주로 다리 달린 침대를 사용한다. 다리로 인해 높이가 약간 높아지고, 방의 구조에 맞추다 보니 한사람이 겨우 누울 만한 폭이 좁은 싱글 침대가 놓인다. 반면 슈퍼호텔은 다리가 없고 높이가 낮을 뿐더러 충분히 여유가 있을 정도로 폭이 넓은 침대를 사용한다. (101쪽) 

 

다리 없는 침대를 사용하므로 청소 시간도 줄어든다고 한다. 이런 디테일의 차이로 일본의 몇몇 서비스 회사들은 일본 특유의 오모테나시를 살려내고 있는 듯했다. 

 

책은 작고 짧지만, 책에 실린 몇몇 사례들은 나에게 많은 고민을 던져주었다. 서비스 계열의 일을 하고 있다면 한 번 읽어볼 만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