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련의 우주/Jazz Life

까칠까칠. 내 인생

지하련 2006. 5. 1. 10:13

요즘. 밤이. 무서워. 라디오를 틀어놓고. 잔다.
70년대 후반이나 80년대 초반 제작되어 출시된 캔우드리시버에 물려놓은 작은 에어로 스피커로.
어느 허름한 빌라 4층 방 새벽. 라디오는 계속 이어진다.
잠을 자다 문득 놀라 잠에서 깰 때. 혼자라는 느낌을 가지지 않기 위한 최후의 수단인 셈이다.
그렇게 밤 곁에 라디오 소리가 흐른다.

그렇게 하루가 가고. 또 하루가 가고. 계속 하루가 가면.
상처는 아물고 새 피부가 돋고 나이를 먹겠지.
그러면서 잊혀지고 잊혀지고 잊혀져서 결국 잊어버리게 되겠지.

하지만 잊혀질 수 없는 것들이 있다.
늘 옆에서 생생하게, 생동하는 것들이 있다.
잊고 싶은 내 의지와는 무관, 아니 반비례하여 더욱 커지는 것들이 있다.

그리고 그럴 때일 수록
내 마음은 까칠까칠해지고
내 몸짓도 까칠까칠해지고
내 인생도 까칠까칠해진다.

내 의도와는 무관하게 까칠까칠해져서
하늘을 뒤덮고 있는 황사먼지마저 날 피하는 듯 하다.

봄밤. 너무 까칠하게 굴었다. 아침 눈을 뜨자마자. 후회하고 있다.
까칠까칠. 내 인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