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앞에 골목길 이십대 초반의 여자아이가 쪼그리고 앉아 전자 담배를 피우면서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 하얀 두 다리가 드러나는 반바지를 입고 그 위로 무채색 주방 앞치마가 포개져 있었다. 흰 색 반팔 티셔츠 위로 목덜미 옆으로 살짝 문신(타투)이 보였다. 그 작고 앙증맞은 문신은 아이의 가느다란 목덜미를 더 부각시켰다. 하얀 살갗 위로 희미한 담배 연기로 흘러 지나갔다. 여자아이는 핸드폰을 보던 얼굴을 들어올려 맞은 편 건물 벽을 향해 담배 연기를 길게 내뿜었다. 하지만 담배 연기는 금세 사라졌다. 내 짧았던 이십대처럼. 모든 것이 절망스러웠던 시절, 나는 모든 것을 위선이라 여기며, 나 또한 위선으로 포장했다는 걸 그 땐 몰랐다. 거친 말을 진실된 태도라 여겼고 술만 마시면 아무 이유없이 취해 버렸다. 그게 젊음이라 여겼다. 다시 고개를 숙여 핸드폰을 보던 여자아이는 황급하게 일어나 골목길 밖 도로 쪽으로 빠른 걸음으로 사라졌다. 왜 문신을 했을까. 무엇을 바라고 무엇을 부정하고 싶었을까. 혼자 문신을 하러 갔을까, 아니면 친구랑 갔을까. 남자친구와 갔을까. 여자친구와 같을까. 술을 마시고 돌발적으로 간 건 아닐까. 설마 중학교 때나 고등학교 때 한 건 아니겠지. ... 나는 한심스럽게도 이 지구에 살아가는 기간이 늘어날수록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 궁금한 것만 늘어난다. 그러나 다행히 나이만큼 단념이 늘었고 포기가 빨라졌다. 아마 그걸 옛 사람들은 지천명이라고 했던 것인가 싶기도 한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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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글만 올리기엔 너무 밋밋해서 사진 한 장 올린다. 원래 짧은 글은 미성년자들의 문신을 법으로 금지시켜야 된다는 생각에 쓰기 시작했는데, 전혀 다른 글이 되었다. 요즘 마음이 복잡해서 그런가.
아래는 손기정 선생이 기증한 그리스 청동 투구. 보존상태가 좋아 외국의 고고학자들이 직접 국립중앙박물관에 와서 보기도 한다는 투구. 얼마 전 박물관에서 인상깊게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