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시작된 전쟁
이철(지음), 페이지2
가끔 한국에서의 전문가 집단이 있는가 의아스러울 때가 있는데, 이런 책을 읽을 때이다. 러셀 저코비가 <<마지막 지식인>>을 통해 미국 사회에서의 지식인이 사라진 현상을 분석했듯이, 한국도 별반 달라 보이지 않다. 실은 대중들이 학교 선생이나 대학 교수들에게 기대하는 면이 있다면 그들이 가지고 있는 전문적인 지식과 식견으로 끊임없이 변하는 세계와 앞으로 닥칠 세계에 대한 이해와 대비일 것이다. 하지만 러셀 저코비가 프레드릭 제임슨을 비난하듯이 한국 대학 교수들 대부분은 학술지에만 글을 기고할 뿐, 대학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러셀 저코비는 프레드릭 제임슨의 저서들은 학자들 사이에선 유명할 지 모르나, 일반 대중, 또는 인문학 전공으로 정상적으로 대학을 졸업한 이들조차 읽기 힘들고 심지어 그 책에 대해선 해설서가 따로 나왔다고 비판한다.
<<이미 시작된 전쟁>>을 쓴 이철은 산업공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오랫동안 중국을 중심으로 다양한 기업과 비즈니스에 참여하였으나, 외교나 정치에 대해선 전문가라고 보기엔 어렵다. 실은 전문가에 대해서도 따로 정의를 내려야 할 것 같기도 하다. 우리가 전문가라고 이야기할 땐, 해당 분야로 대학이나 대학원에서 전공을 하고 관련 분야에서 오래 동안 관여해온 이들을 뜻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볼 때 이 책의 저자는 그런 의미에서의 전문가는 아니다. 어쩌면 내가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한국 사회에서의 지식인이나 전문가 집단의 실종, 특히 외교 정치 전문가 집단의 실종은 상당히 위험한 수준에 이른 것이 아닐까 걱정스럽다.
얼마 전에 백승욱 교수의 <<연결된 위기>>를 읽으면서 국내 일부 학자들이 급변하는 세계 정세, 지정학적 위기를 새로운 냉전으로 이해하고 있는 탓에, 새로운 냉전이 아니라는 걸 알려주기 위해서 책을 쓰게 되었다는 부분을 읽으면서 최근에 나온 지정학 관련 책들만 읽어도 새로운 냉전이 아니라는 사실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텐데, 국내 학자나 대학교수들은 최근의 지정학 책들도 읽지 않나 생각했다. 하긴 그들 집단의 게으름은 이미 잘 알려져 있는 바이긴 하지만.
중국이 대만을 침공한다는 건 기정 사실임을 강조하면서 시작되는 이 책은 분단국가 한국의 앞에 드리워진 불확실하고 예측하기 어려운 어두운 그림자에 대한 분석과 예측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와 동시에 여기에 대해, 그 어떤 분석도 없고 대비책도 없는 한국 정부와 정치권에 대한 비판으로 채워졌다. 이 점에서 이 책은 현 정부나 정권에 대해 상당히 비판적이다.
아마 윤석열 대통령은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을 것이다. 우리 군부 인사들은 대체로 미국의 지시를 묻고 따를 성향의 사람들이므로 결국 미국의 의지에 따라 의사결정을 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는 것은 미국인들이 미국의 이익에 따라 의사결정을 한다는 이야기다. (16쪽)
가끔 현 정부의 노선이나 입장이 한국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시해줄 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를 하곤 한다. 왜냐면 확실하게 미국과 일본을 따라 움직이고 있으니까. 그래서 우리가 얻는 것이 있지 않을까 하고. 하지만 무엇을 얻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아 현 정부 이야기는 하지 말자. 선거를 잘못한 국민들이 책임질 일이다. 욕이 나오는 건 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찍지 말아라’고 대놓고 말했던 최초의 선거였다.)
한국의 싱크탱크 아산연구원에 따르면 한미동맹 지지율은 2012년 이후 91.9% 아래도 떨어지지 않았다. 한미동맹은 그렇다 하고 2022년 5월 여론조사에 따르면 주한 미군 지지율은 82.1%였다. (…) 그러면 한국군은 이삭 줍기 정도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내 나라 전쟁이지만 미국이 대신 피를 흘리면서 싸워줄 것이라는 기대가 있는 것이다. 과거에는 이런 기대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미국은 한국 대신 싸워주는 것보다는 한국이 미국 대신이 싸워 주기를 원할 것이다. (21쪽)
이번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무력 충돌을 보면서 미국은 정말 이기적인 국가라는 생각을 했다. 어느 기자는 대놓고 ‘바이든의 전쟁’이라고 기사 제목을 뽑았다. 심지어 소련의 우크라이나 침공도 예상되었던 바였다. 소련의 정권을 잡은 푸틴이 초반에는 얼마나 미국과 친하게 지내려고 노력했는가는 조금만 검색해보면 나온다. 현재의 미국 정부나 정치권은 예전과 같은 통찰이나 계획, 그리고 심지어 능력도 없다. 솔직히 트럼프 행정부가 더 나아 보일 정도다. 하지만 트럼프든 바이든이든 미국이 최우선시 하는 것은 미국의 이익이다. ‘세계 경찰 국가로서의 미국’은 이제 사라졌다. 굳이 다른 나라를 위해 피를 흘리지 않는다. 베트남 전쟁에서 졌던 이유는 월남 사람들이 싸울 의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를 계속 지원하려는 것은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어떻게든 저항하고 싸우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군인은 파병하지 않는다. 이것이 현재 미국 정부의 입장이다. 책 후반부에 언급되는 ‘진보적 가치 전략’이 현재 미국의 대외 전략 방향이다. 이는 민주당, 공화당과 같이 공유하는 입장이다.
진보적 가치 전략 - 이 전략은 일단 자신이 투쟁할 생각이나 의지가 없는 제 3국을 위해 미국이 피를 흘리는 것은 그만한 가치가 없을 뿐만 아니라, 더 중요하게는 원하는 결과를 가져오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즉 자신의 나라를 위해 자신이 피를 흘리는 나라의 경우에만 미국이 개입한다는 것이다. 국민이 미국의 개입을 지지하지 않으면 전투에 승리해도 전쟁에 이길 수 없다. 베트남이 그 좋은 예이다. (151쪽)
그러니 일부 한국인들이 생각하듯 미국이 한반도에서 적극적으로 피를 흘려줄 것이라고 오판해서는 안 된다. 한국전쟁에서도 제일 많이 죽은 사람들은 남과 북의 군인들과 민간인들이었다. 그리고 더 위험한 것은 새로운 전쟁이 한국인의 의지가 아니라 미국의 의지로 발발할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클린턴 행정부 때 실제로 전쟁이 일어날 뻔했다. 심지어 이러한 위기는 당시 한국 정권과 대북 강경파로 인해서였음이 뒤늦게 밝혀졌다. 어쩌면 지금이 딱 그 때와 비슷하거나 더 위험한 상황은 아닐까.
이 책의 저자가 줄기차게 중국과 대만의 전쟁(양안전쟁)을 이야기하는 이유는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선 안 되기 때문이다.
아무리 북한이 정상적인 사고를 하는 집단이 아니라고 하지만 북한의 비정상적인 사고의 출발점은 그들의 생존을 위한 것임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즉 북한도 선택의 여지가 없어서 도발을 한다는 말이다. (22쪽)
필자가 알고 지내는 중국 외교에 있는 한 친구의 말을 빌리면 “세상은 우리가 북한을 조정하거나 설득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진실은 북한은 누구의 말도 듣지 않는다”고 했다. 아마도 진실일 것이다. 중국 입장에서도 북한과의 소통과 협력은 지난한 일인 것이다. (26쪽)
하지만 한반도 전쟁이 필요한 건 중국이다.(30쪽) 그래야 주한 미군도 묶어 둘 수 있고 한국군의 지원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위기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에 대해서 현 정부는 얼마나 고려하고 있을까. 저자도 그렇고 이 책을 읽은 대부분의 독자들도 비슷하게 생각할 것이다. 가능성 따윈 고려하지 않고 있을 것이라고.
이 책 초반부에서 제일 황당한 이야기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에피소드다. 실은 아직도 이해가 가지 않는 사건이면서 한국 보수 언론과 보수 정치권의 민낯을 드러낸 장면으로 나는 기억한다. 천안문 광장에서 손을 흔드는 박근혜 대통령을 보면서 미국 정부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그 당시 미국 정부와 지도층들의 분노는 상당했다). 그리고 그것을 대서특필한 한국의 언론들은 도대체 일관성 같은 것이 있는 건가 싶었다(보수언론이 친미 언론이라고? 우습다. 그런 일관성은 버린 지 오래다. 그냥 황색 저널과 뭐가 다른지 잘 모르겠다). 심지어 중국 공산당도 상당히 놀라, 뭔가 대단한 목적을 가지고 방중했다고 여겼을 정도였다. 그리고 그 목적을 사전에 알아내기 위해서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지만, 중국은 결국 알아내지 못했다. 한반도 통일이나 대북 정책에 대한 제안이 있을 것이라 여겼지만, 실은 아무 목적도 없었던 것이다(하긴 현 정부의 친 일본 정책도 이와 비슷해 보이긴 하다). 이 때 중국 공산당은 상당한 충격을 받았으며 아래와 같이 결론 내렸다고 한다.
중국 지도부의 브레인들이 분석한 그 결과를 요약하면 이렇다. 첫째, 한국의 정치체제로 볼 때, 무능한 대통령은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 둘째, 한국의 정치 체계는 기본적으로 국가 전략을 추구하지 않으며 추구할 역량도 없다. 셋째, 대통령, 정당지도자, 정부조직, 국회 등 어떤 조직이나 인물도 한국의 나아갈 방향을 통제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넷째, 따라서 중국은 한국 정부가 국가의 큰 결정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버려야 하며, 설령 한국이 약속하더라도 그 실제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32쪽 ~33쪽)
이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 솔직히 한국의 기업, 문화 등의 민간 부문은 상당한 역량을 축적했지만, 정부, 정치, 기관, 언론 등 공공 부문은 솔직히 역량 부족에 일관성 제로라고 생각한다(그냥 개판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심지어 정권만 바뀌면 전 정권을 공격하는 모습은 반도 국가 사람들의 변덕스러움의 지정학적 한계를 보여주는 것 같다.
시진핑은 재임 중에 타이완을 통일하고 싶어하며, 결국 전쟁 또는 준전쟁으로 해결될 것으로 보는 전망들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45쪽)
양안전쟁을 일으킨 후 한반도에 상황을 만드는 방법, 양안 전쟁과 한반도 사태를 동시에 일으키는 방법, 그리고 한반도 상황을 먼저 만들고 양안 전쟁을 일으키는 방법(46쪽)
결론은 중국 입장에서는 양안 전쟁 전에 북한으로 하여금 한반도에서 충분한 규모의 군사적 도발과 무력 행위를 일으키게 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이다. (47쪽)
이 책의 주제는 확실히 양안전쟁이다. 그리고 책 후반부에는 전쟁 시나리오에 대한 설명들이 길게 이어진다. 드론을 통한 공격은 흥미롭기까지 하다. 드론들을 앞세워 대공 방어망을 흔들어놓은 후 전투기로 공격한다면 미 공군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대만을 침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한다. 그러나 나는 이 부분을 읽는 동안 책의 초반만큼 옮겨 적지 않았다. 전쟁이 일어난 상황에서의 시뮬레이션에서 핵심은 한국군이 직간접적으로 참전하느냐이며 현 정부에는 무조건 참전하는 것으로 결정나 있기 때문이다.
2022년 3월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위싱턴이 군사적 개입을 할 것이라고 믿는 타이완 사람의 수가 2021년 11월 65%에서 35%로 급격히 떨어졌다. 타이완 사람들은 중국이 공격할 경우 미국보다 일본이 군대를 보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128쪽)
도리어 양안전쟁이 일본에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해줄 것이 분명하다는 점에서 한국의 참전 여부와 무관하게 한국은 상당한 위기 국면에 놓일 가능성이 높다.
현명하게 행동한다면 양쪽 모두에게 존중과 지지를 받을 수 있지만 자칫 잘못하게 되면 양쪽 모두로부터 버림받을 수도 있는 것이 바로 한국의 위치이기 때문이다. (54쪽)
양쪽 모두에게서 존중과 지지를 받으면 ‘린치핀’이 되지만, 그렇게 되기는 정말 어려운 일이다. 이는 한국의 대통령이 어느 정당에서 나오느냐와 무관하다는 점에서 상당히 암울하게 여겨진다. 한국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느냐와 다르게 양쪽 진영으로부터 인정받는 현명한 외교 정책이 수립이 얼마나 어려운가는 아래를 읽어보면 알 수 있다.
이미 문재인 시절 미국은 한미일 군사 동맹을 맺을 것을 한국에 요구한 바 있다. 당시 문제인은 “미국은 우리의 동맹이지만, 일본은 아니다”라며 거절했었다. 반면 지금의 윤석열 정부는 한미일 군사 훈련을 독도 근처에서 했고, 일본 해군 관함식에도 참석하여 우리 병사들도 하여금 욱일기에 경례하도록 했다. 기시다 일본 총리는 이즈모함에서 한국군의 사열을 받았다. (60쪽)
분노를 참자. 그냥 저랬다는 것이다. 그러나 저 입장은 확실히 한국 사람들에겐 상당한 어필과 공감을 불러일으키겠지만, 급변하는 글로벌 지정학적 상황에서 과연 바람직한가는 고민해볼 여지가 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한국 정부는 상당히 노련하고 약삭 빠른 정책들을 수립하고 실행해야만 하지만, 조선 세종 때를 제외하곤 제대로 된 외교 정책이 실행된 것이 근래에는 없었던 듯 싶다.
자국의 이익을 위해 중화민국과 단교하고 타이완의 방위를 제대로 지원하지도 않고 방치해온 미국이 무슨 권리로 남의 나라 사람에게 전 국민 게릴라전을 하라 말라 한단 말인가? 타이완 국민들은 스스로 자신들을 지키려는 준비를 하고 있으며 이들 외국 정객들의 훈수는 지나친 것이다. (83쪽)
타이완이 자력 안보를 진지하게 노력하기보다는 미군의 희생에 무임승차하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 이제껏 타이완의 방위력 향상 노력을 방치했던 서방이 이제 와서 중국의 위협이 현실화되자 타이완이 충분히 싸울 의지가 없다고 비난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 타이완은 충분히 전쟁에 진지하게 임하고 있다고 본다. (104쪽 ~105쪽)
현재 타이완의 입장이 한국이 되지 말라는 보장도 없다. 내가 아는 어떤 이는 TSMC의 일본 공장과 미국 공장,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미국 반도체 공장이 완공되면, 그 때가 전쟁 시작이라고 말했다. 왜냐면 전세계 경제, 미국 하이테크 산업의 기반인 반도체가 미국 땅에서 어느 정도 생산되기 시작하면 전쟁을 수행해 된다는 판단을 미국 정부가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이다. 그냥 개인의 예측이라고 하기엔 너무 현실적이지 않은가.
심지어 호주의 군사력 강화는 동남아시아 국가들을 흔들고 있다. 이미 호주는 여러 차례 중국이 없는 호주 경제를 시뮬레이션했다.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했으며, 모두 중국 없는 호주 경제는 불가능하다고 결론난 이후에 중국과의 경제 교류를 정상화시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주는 중국을 경계하며 군사력을 강화하고 있다.
아세안(ASEAN, 동남아시아 국가연합)도 뒤숭숭하다. 전반적으로 동남아시아국가들은 “호주가 태평양 지역의 안보를 주요 서방 강대국 - 앵글로 색슨 국가만이 관리할 수 있는 것으로 간주한다”라고 점점 더 더 느끼게 될 수 있는 말이 벌써 나오고 있다.(173쪽)
태국 등 인도차이나 국가들이 경계하는 나라는 오히려 베트남이다. 한국이 일본을 경계하는 것과 유사하다. 태국의 대베트남 안보를 중국이 지원한다는 성격으로 볼 수 있다. (207쪽)
동남아시아도 급변하는 미중 갈등의 영향권 아래에서 동요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 정부는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가. 한국 군대는 어떤 고민을 하고 어떤 대비를 하고 있는가. 과연 한국에서는 제대로 된 정신을 가진 보수층이 있기라고 한 것인가. 그 사람들은 윤석열 정부에서 얼마나 많은 미국산 무기를 수입되고 있는지 알고 있을까? 그렇게 수입하는 무기 대금의 일부를 한국식 무기 개발에 투자할 생각을 하지 않는 걸까 하고 생각이나 할까. 왜 보수층은 이 문제에 대해 침묵하고 있는지 나는 이해되지 않는다. 그러면서 그들 대부분 좌파, 좌빨이라고 상대진역을 공격하면서 한국의 미래에 대해서 걱정하지 않는지 나는 이해할 수 없다. 나이가 들수록, 독서를 거듭할수록 한국의 보수 정당이나 보수층에 대한 회의감, 실망감, 그리고 더 나아가 일반적인 한국 사람들에 대해 기대를 버리게 된다는 점이 너무 슬플 뿐이다.
미중은 이미 실질적 탐색전에 들어갔다. 경제적, 정치적, 외교적 의미가 아니라 군사적 시각에서 양국은 이미 언제라도 일어날 수 있는 무력 충돌에 대비하고 있다. (215쪽)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여러 가지 시나리오가 어느 비전문가가 황당무계한 시나리오라고 하기에는 너무 현실적이다. 그만큼 세계는 빠르게 변하고 있다. 빠르게 변하는 세계에 대해 모르는 건 한국의 보수 정당, 보수 언론, 그리고 한국의 일반 대중들이다. 그리고 일부 진보 언론과 정치인들도 이젠 별반 달라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어쩌면 백승욱 교수가 언급했듯이 19세기말 상황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는 세계 정세의 변화가 1차 세계 대전 전과 유사하다고 언급했지만, 나는 더 나아가 그냥 지금 상황이 구한말 조선처럼 느껴지는 건 왜일까. 이 책을 강력하게 추천한다. 이 책의 주장이 옳고 그름을 떠나 이러한 문제 제기만으로 한국이 처한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게 해줄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