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우주/이론

쾌도난마 한국경제, 장하준/정승일

지하련 2009. 1. 19. 19:02


쾌도난마 한국경제 - 10점
장하준 외 지음, 이종태 엮음/부키




쾌도난마 한국경제
장하준/정승일, 부키


장하준의 '나쁜 사마리아인들'을 주문하려다가 '쾌도난마 한국경제'를 읽었다는 사실을 기억했다. 그리고 오래전에 쓴 리뷰를 한 번 찾아보았다.

장하준의 첫 번째 책인 '사다리 걷어차기'는 대중적인 책이기 보다는 학술 서적에 가깝다. 하지만 선진국, 개발도상국, 후진국 사이의 문제를 집요하고 충실한 논거를 바탕으로 설득력 있게 전달하고 있다는 점에서 좋은 책이지만, 일반독자가 읽기에는 조금 부담스럽다고 할 수 있다. 이 점에서 보자면, '쾌도난마 한국경제'는 쉽게 읽힌다.


하지만 이 책은 요즘 읽으면 어떤 느낌일까. 노무현 정부 때, 신자유주의 정책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내용으로 이루어진 이 인터뷰 책은, 아직도 유효하다. 더구나 지금은 미국식 신자유주의 정책의 폐해를 확실하게 겪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더 큰 문제는 현 정부의 정책들 대부분이 '신자유주의 정책'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데에 있다. 그만큼 경제에 대한 스터디가 부족하다고 해야 하나. 아니면...

위드블로그(http://withblog.net) 캠페인을 통해 유종일의 '위기의 경제' 한 권을 구할 수 있었다. 이 책을 읽고 난 다음, 장하준의 여러 책들 다시 한 번 읽어볼 생각이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거시적인 차원에서의 경제 분석 책들이 자신의 미시적인 삶에 어떤 영향을 줄까 하는 생각을 가지겠지만, 그냥 대통령이 바뀌는 것으로 한국 사회가 엄청나게 바뀌는 것처럼, 거시적 차원에서의 경제 정책 변화나 세계 경제의 변화도 똑같이 개인의 미시적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도리어 개인이 어쩌지 못한다는 점에 그 피해의 정도는 어마어마한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전문가적인 식견을 가질 필요는 없다. 다만 누구의 말이 옳고 그른지 정도는 판단내릴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논리적이면서도 비판적인 시각을 갖추기 위해서 우리는 한시라도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믿지 못할 세상의 믿지 못할 사람들 사이에서, 믿기 위해선 우리는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



(아래 글은 2006년도에 올렸던 리뷰다.)

우리는 아무 생각없이 외환은행이 론스타에게 매각되었을 때, 매각되었다는 걸 뉴스로 보았고 지금은 또 아무 생각없이 자기자본비율이 조작된 채, 헐값 매각되었다는 사실에 흥분하고 있다. 결국 아무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 가끔 택시를 타면 택시 기사 아저씨는 이런 현상에 대해 아무 생각 없이 흥분한다. 결국 아무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솔직히 몰라도 되는 것이다. 신자유주의가 뭐든, 금융 자본이 뭐든, 실물경제가 뭐든, 화폐경제가 뭐든, 아무 상관없는 것이다. 가끔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나는 내 삶이 피곤하다는 생각을 한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알 필요는 없다. 그렇다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든 상관하지 말아야 된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해 아무런 관심이 없다가 다 돌아가고 난 다음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고 사람들을 양 쪽으로 나누었던 황우석 사태가 잠잠해진 지금, 이 사태를 다시 새겨보면서 한국 과학을 걱정하는 목소리는 온데간데 없고 황우석을 지지하느냐 하지 않느냐는 식의 싸움 소리만 간간히 들릴 뿐이다. 어처구니가 없는 세상이다.

세상은 너무 복잡해졌고 그 세상에 대해서 본질적인 의문을 늘 가진 채로 살아가는 나로선 이 책 저 책 가리지 않고 읽을 수 밖에 없다. 신자유주의의 문제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그것의 본질을 어떻게 파악하고 해석하느냐에 따라 행동은 천차만별이다. 아직 이 책을 읽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사서 읽어보길 바란다. 이 책에서 두 학자가 이야기하는 바의 주장에 동의하든 하지 않든. 적어도 현재 한국이 처해있는 상황을 매우 적절하게 이야기하고 있는 책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