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처음 Baby Bust라는 단어를 봤다. 좀 늦게 본 셈인데, 우리 말로 옮기면 "고장난 베이비"정도의 느낌이랄까. 이제 더 이상 아기들을 예전처럼 출산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동안 나는 이 현상이 잘 사는 선진국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지역적인 트렌드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선진국 인구가 줄어들더라도 남아시아나 아프리카의 젊은이들도 채워질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면 세상이 좀 변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하면서. 하지만 출생율 하락은 전 세계적인 트렌드였다. 심지어 미국에서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출산율이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했는데, 아기가 아니라 반려동물이 더 늘어났다고 한다.
많은 경제 전문가들이 언급하듯, 경제 성장이나 재정적인 관점에서는 국가 차원에서의 경제 위기 요소로 작용할 것이며 기업 경영에도 좋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인구가 줄어든다는 건 지구 생태계의 유지라는 측면에서는 바람직한 일이다. 불과 1~2세기 사이 전 세계의 인구는 너무 빨리 늘어났다. 그로 인해 생긴 많은 생태학적 위기나 위험에 대해선 반성하지 않고 인구가 줄어드는 것에 대한 위험에 대해 이야기하는 건 너무 오만한 건 아닌가.
다만 줄어드는 인구로 인해 우리의 후손들이 겪어야 하는 여러 불확실하고 좋지 않은 상황들에 대해선 이야기해야 한다.그렇다고 우리가 그런 상황을 겪지 않은 것도 아니다. 기원전 아테네와 18세기의 아테네를 비교해보면 정말 흥미로울 것이다. 18세기 후반 아테네엔 몇 천명 정도가 거주하는 작은 마을이 되어 있었으니. 우리 문명은 이미 여러 번의 흥망성쇄를 겪었으니, 이제 불꽃 같던 바로크-근대의 영광이 사그라들고 긴 어두운, 그러나 낭만주의적이고 종교적 색채가 강한 긴 황혼의 터널을 지나게 될 것이다.
빠르게 악화되는 기후 위기에 대해 인류는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것이며, 극우 보수주의자들, 더 나아가 파시즘과 같은 극우를 제어하지 못할 것이다. 종교적 광신주의나 극단주의 앞에서 사려깊은 신앙을 가진 이들은 위축될 것이며 발언권을 잃어버릴 것이다. 거대 도시들은 부유한 사람들의 거주지와 가난한 사람들의 거주지로 나누어질 것이며 끼리끼리 모이는 문화는 더욱 심화될 것이다. 더 안타까운 상황은, 끼리끼리 모이면서도 사람들은 외로워하며 스스로 고립될 것이다. 노리나 허츠가 지적하듯 이미 우리는 고립되어 있었다.
그러면서 아주 느린 속도로 지구는 정상 상태로 돌아가면서 인류는 긴 침체기를 지나쳐갈 것이다. 어쩌면 그러면서 우리들 대다수는 인공지능에 의지하며 소극적인 삶을 이어갈 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기계 문명을 거부하며 중세 수도원처럼 폐쇄된 삶을 지낼지도 모른다. 그래서 우리가 알고 있던, 알았던 어떤 문명이 사라지고, 인문학적 사려 깊음은 뒤로 밀려나가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다. 헤겔이 말한 미네르바의 올빼미는 캄캄함 밤이 되어도 날아오르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그것이 잘못되었다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아마 후대의 역사가들 중 누군가는 20세기 후반의 세계를 보면서 가장 안정적이었던 50년이라고 이야기할 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