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늦게 도서관에 갔다. 아무래도 집보단 도서관이 이런저런 일을 하긴 더 좋으니까, 주말이면 곧잘 집 근처 도서관에 간다. 그런데 옆에 앉은 아저씨. 책과 노트들로 너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조금 자격증 공부를 하는가 싶더니, 자세를 제대로 하고 잠을 청하기 시작한다. 주위 환경에 이렇게 영향을 많이 받던 나였나 하고 생각했다. 이렇게 공공 예절을 따졌나. 이렇게 공공예절 따지는 사람이 술에 취해 집에 비틀거리면서 들어갔나 하고 스스로에게 물었다. 정오가 지난 시간, 졸음이 밀려들 시간이다. 실은 내가 책을 놓을 공간이 너무 좁은 것 때문에 기분이 상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런데 그 아저씨는 너무 많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아, 나는 이렇게 속 좁은 인간이었나. 결국 도서관에서 나왔다.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다. 그냥 몇 천원 내고 유료 스터디카페로 가는 게 건강에 좋을 것같았다.
나이가 들고 보니, 몸의 변화가 심상치 않다. 한동안 술을 많이 마신 다음날은 어김없이 우울해져 고생스러웠고 지금은 잠을 잘 자지 못해 걱정스럽다. 참을성도 다소 없어진 것 같기도 하고. 나이가 드는 건 딱히 좋을 게 없다. 젊은 사람들을 보면 부럽기만 하다. 심지어 나보다 나이가 더 들어보이는 이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어김없이 내가 형이나 오빠다. 어쩌다가 이렇게 된 것인지.
신체의 노화는 내 마음까지 바꾼다. 그리고 그것에 익숙해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배우기를 게을리하지 않으면서 많은 것들을 포기해야 한다. 말하기 전에 들어야 한다. 특히 젊은 사람들에게 배워야 된다. 호르몬의 변화로 우리는 꼰대로 변하는 것같다. 그러니 호르몬을 이기는 노력을 해야 한다. 꽤 귀찮기도 하고, 상당히 슬픈 일이기도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