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련의 우주/Jazz Life

misc. 0306

지하련 2024. 3. 6. 20:15

 

 

1.

어제 밤에 갑자기 페이스북 로그인이 되지 않았다. 나만 그런 건가 싶어 걱정했다. 해킹당한 건 아닌가 하고. 몇 번 비밀번호 찾기와 변경을 하였으나, 에러가 났고, 여기저기 검색하기 시작했다. 네이버에서는 페이스북 관련 검색량이 비정상적으로 증가하고 있음을 알려주었다. 나만 그런게 아니구나 라는 사실을 그제야 알았다. 구글에서 검색하니, 어느 인도 미디어 사이트에서 outrage라는 단어까지 사용해가며 페이스북 로그인이 전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는 영문기사를 내기도 했더라. 혹시나 해킹당했나 싶어서 걱정했는데, 여러 정보들을 종합해볼 때, 나만 그런 게 아니다 싶어 잠을 청할 수 있었다.

 

편리함 만큼 위험도 더 커지는 건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 어쩌면 이것도 복잡성의 증가일 것이다. 그러니 어떻게든 최대한 단순하게 살아야 된다. 얼마나 가능할 지 모르겠지만.

 

2.

강남에 위치한 사무실에 출근하기 위해 나는 지하철 9호선을 타거나 7호선을 탄다. 그런데 이 두 노선의 차이점이 명확하다. 우선 9호선은 깨끗하고 지하철 속도로 일정해 불편하지 않다. 하지만 7호선은 상대적으로 덜 깨끗하고 속도도 갑자기 빨라지거나 하는 등 다소 흔들림이 심하다. 소음도 7호선이 더 심하다. 9호선은 최근에 만들어져서 그런 건가. 이사를 가면 앞으로는 7호선만 타고 다닐 것 같은데.

 

3.

지난 번 독서모임 때에는 유시민의 <<나의 한국현대사>>를 읽었다. 한국사를 읽었으니, 세계현대사를 읽으면 어떨까 해 이번에는 에릭 홈스봄의 <<극단의 시대>>를 독서모임에서 다루기로 했다. 나는 이 책이 번역되자마자 구입했는데, 십수년간 띄엄띄엄 읽다가 이제서야 제대로 읽기 시작했다.

이번에 다시 읽으면서 보니, 왜 띄엄띄엄 읽었는지, 왜 책에 집중을 하지 못했는지 알 것같았다. 먼저 잘 읽히지 않는 문장이다. 중간중간 어려운 단어들이 등장하고 맥락 연결이 잘 되지 않을 정도로 압축되어 서술하기도 한다.

어쩌면 진보적( (마르크스주의에 치우친) 학자들의 특색인가 하는 생각도 했다. 최근에 읽고 있는 <<현대의 탄생>>(스콧 몽고메리, 대니얼 치롯 저, 박중서 역, 책세상)에서 마르크스에 대해 설명하다가 이 이상주의자가 끼친 영향을 언급했다. 마르크스의 현실 비판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소망(이상)은 너무나도 호소력이 짙어 후대의 학자들이 끊임없이 재해석하게 만들었다고 진단한다. 그만큼 마르크스의 꿈은 소중하다. 하지만 마크르스의 여러 저작들이 가진 한계를 무색하게 만들 정도로 확장되었다는 뜻인데, 결국 이젠 마르크스주의가 과연 학문적으로 이론적으로 무엇인지 잘 모를 지경에 이르렀다는 간접적 비판으로 나는 읽었다.

그리고 마르크스가 실제로 사람들을 움직인 것은 그의 학문(경제학)이 아니라 그의 이상주의였음을, 그리고 그 이상은 아직도 호소력을 가지고 있음을 이 책은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래서 진보적 지식인은 마르크스주의적 시각을 유지하면서 변화된 현실을 조망하려다 보니, 새로운 개념이나 이론들을 만들어 적용하게 된 건 아닐까 생각했다.

 

4.

나이가 든다는 걸 실제로 체감하고 있다. 죽을 날이 머지 않았다. 젊었을 땐 정말 막연하고, 나이가 들수록 생의 의지로 불타오를 지도 모른다고 상상했는데, 전혀 아니다. 하나하나 포기하게 된다. 도리어 나이가 들었음에도 악착같이 생의 의지로, 욕망으로 불타오르는 사람을 보면 신기할 정도다. 가끔 부럽기도 하다.

 

5. 

야근 중이다. 이제 들어가야겠다. 최근 위스키를 자주 마신다. 그 중 최애위스키로 등극한 아드벡. 강력한 피트로 처음 마셨을 때 그 기분을 잊을 수 없다. 예전엔 블로그 번개도 하고 그랬는데, 이제 그런 짓 할 나이도 아니고 그렇게 번개 때려도 모일 것같지도 않고 .. 혼술만 늘어난다. 집에 가면 9시가 훌쩍 지나 10시 쯤 될 텐니, 간단하게 식사를 하고 위스키 한 잔하고 잠을 청해야겠다. 한 잔 술 만한 위로가 없는 시대가 되었다. 퍽퍽한, 팍팍한, 끌끌한 시절이 되었다. 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