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련의 우주/Jazz Life

FTA반대

지하련 2006. 7. 6. 11:12
일본과 미국의 공통점은 강력한 내수 시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 나라의 기업들은 탄탄한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키운 뒤에 해외로 진출하거나 아예 진출할 생각이 없는 기업들도 많다. 최근에 읽은 어느 경영 리포트에서는 미국 기업의 약점으로 강력한 내수 시장을 들고 있을 정도이다. 그만큼 미국 내 기업들의 경쟁력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높다. 그리고 가격 경쟁력으로는 중국 제품과 게임이 되지 않는다. 품질 경쟁력인데, 이는 이미 미국 내 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일본 시장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가격 & 품질 경쟁력을 가진 국내 기업은 이미 벌써 다 진출해 있다. (* 현대 자동차를 예로 들어보면, 이미 미국에 생산 공장이 있으니 한-미 FTA는 도리어 미국산 자동차들이 물밀듯이 들어와 강력한 시장 점유율을 가지고 있는 국내 내수 시장에서의 입지를 약화시키게 될 것은 뻔한 이치다. )

정부에서 아무리 한-미 FTA의 장미빛 미래를 이야기하지만, 그것이 장미빛 미래가 될 지, 아니면 암울한 미래의 서곡이 될 지는 아무도 모른다. 멕시코의 경우처럼 말이다.

내가 한-미 FTA 협상을 반대하는 이유는 참여 정부 마지막 실적으로 FTA를 포장하고 싶어하는 분위기를 여기저기 풍기기 때문이다. 국민의 정부가 임기 내에 IMF 체제를 벗어나기 위해 모든 사람들을 무분별한 카드 발급을 통해 신용불량자로 만들었듯이 말이다.

한국 정부가 협상을 잘 하지 못한다는 건 전 세계인들이 다 아는 사실이다. OECD에서는 무능력한 한국 공무원을 보내지 말라고 직접 공문까지 보낸 탓에, 도대체 협상 시한까지 못 박은 협상을 누가 잘 하겠는가? 더구나 아무도 총대를 매지 않으려고 하는 공무원들의 습성 상, 과연 그 협상이 우리 나라의 국익을 위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질까. 도리어 그냥 빨리 끝내는 것이 목표가 되지 않을까?

그리고 일반 국민들은 FTA가 무엇인지도 모른다. '자유 무역 협정'의 약자라는 사실도 알까. 협정이 체결되고 시행되는 순간, 경쟁력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국내 내수 시장은 바로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알까. 우리 나라의 최대 수출국은 미국이 아니라 중국이다. 차라리 중국과 FTA 협정을 맺지, 왜 미국일까?

아무런 국민적 동의나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지 않다. 여론 조사를 보면 찬성이 높게 나오지만, FTA 내용을 직접 물어보면서 질문하면 그 조사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정말 한-미 FTA가 중요하고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이라면 정부는 국민적 동의를 얻기 위해 노력해야만 할 것이고 FTA를 반대하는 단체들을 설득해야 할 것이다.

나는 원칙적으로 FTA 반대론자는 아니다. 하지만 협상 기한을 못 박은 채, 아무런 국민적 동의도 획득하지 못한 한-미 FTA를 왜 하려고 하는지 그 까닭을 모르겠다. 일본도, 중국도 하기를 뒤로 미루는 한-미 FTA 협상을. 더 웃긴 건 한-미 FTA 협상을 해도, 지금의 부시 정부가 한국의 참여 정부를 선뜻 진정한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도대체 왜 이렇게 서두르면서 FTA 협상을 왜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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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했다는 PD수첩 봐야겠다. KBS의 뉴스스페셜도 꽤나 충격적이었는데.
멕시코가 나프타 했을 때, 그 떠들썩한 뉴스들이 생각난다. 그 때 멕시코가 드디어 선진국에 진입할 수 있다는 희망적인 보도들 일색이었는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