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우주/이론

다이아몬드 딜레마

지하련 2006. 7. 9.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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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아몬드 딜레마>>, 타릭 후세인(지음), 이세민(옮김), 랜덤하우스 중앙, 2006



이 책의 저자 타릭 후세인은 한국을 ‘다이아몬드’에 비유한다. 열강 사이에서 한국이 존재하고 있으며 독자적인 문화와 목소리를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하지만 그 높은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현재 딜레마에 빠져 있으며 이 딜레마를 극복하고 나가기 위해서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가 이 책의 요지이다.

그의 입장은 매우 자유주의적이며 시장 중심적이다. 이 점에서 보자면, 장하준/정승일의 <<쾌도난마 한국경제>>와는 판이하게 다른 책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을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니다. 도리어 저자의 입장보다는 그가 진심으로 한국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고민하고 있으며 제 3자의 시각에서 한국의 현재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들을 정확하게 짚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많은 문제들에 대해서 지적한다. 재벌의 비효율성에 대해. 여성의 사회진출이 낮은 점, 황폐한 교육과 뒤떨어지고 있는 인재들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간단하게 두 가지만 이야기하겠다.

1. 서비스업 환상
얼마 전에 온라인신문인 오마이뉴스에 ‘서비스업 환상, 한미 FTA 집착을 낳았다’ 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이 기사에 따르면, 현 정부의 한-미 FTA에 대한 과도한 집착은 경제 성장과 양극화 해소를 위해 서비스업 성장이 필요하며. 이를 위한 단기간에 가장 좋은 방식이 한미 FTA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일견 설득력 있는 시나리오이다. 하지만 이 책의 한 문장을 인용해보자. ‘세계적인 컨설팅업체 베인앤컴퍼니에 따르면 제조업체 중 21퍼센트만이 서비스업 전환에 성공할 수 있었다.’ 과연 서비스업을 개방한다고 해서 한국의 서비스 기반이 탄탄해질까?

2. 한국을 빛나게 할 8가지 아젠다
저자는 한국이 계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8가지 정도의 아젠다를 수행해야 된다고 말한다. 그 8개의 아젠다는 아래와 같다.

아젠다1. 정부 개혁 - 최소한의 개입, 최대한의 성과
아젠다2. 기업 개혁 - 세계 일류 기업 양성 --> 일류 경제 달성
아젠다3. 노동 개혁 - 닫혀 있는 노동 시장을 해방시켜라!
아젠다4. 열린 개혁 - ‘수출제일주의’에서 ‘인베스트 코리아’
아젠다5. 대학 개혁 - 한국의 ‘훔볼트’와 ‘하버드’
아젠다6. 여성 개혁 - 잠자는 여인을 깨워라
아젠다7. 선진 사회 - 신뢰 구축 - 모두가 사는 법
아젠다8. 기회의 땅 - ‘코리아 드림’은 유효하다.

아젠다1에 대해선 말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내가 걱정스러운 부분은 공무원이 되고자 하는 이들 대부분이 이 나라를 위해 봉사하러 가는 이들이 아니라 안정적인 직장 때문이라는 점이다. 아마 향후 10년이나 20년 후, 한국 정부의 경쟁력은 한없이 떨어지지 않을까. 정말 그런 일이 생기지 않기를 바라지만 말이다.

아젠다2에서는 한국의 재벌들과 대기업들의 혁신을 강조하고 있다. 삼성도 타릭 후세인의 눈에는 아직 모자란 부분이 보이는데, 다른 기업들은 갈 길이 아직 멀었다는 것이다.

아젠다3에서는 ‘한국의 노동 시장은 과도하고 모순적인 규제 때문에 많은 피해를 봤다. 한쪽에는 철저하게 보호받는 정규직들이 있는데, 이들은 입금이 너무 높아 고용자들이 점점 꺼리게 됐다. 반면 반대편의 비정규직들은 2년 후 재고용도 보장받지 못한다.’라고 지적한다. 즉 한 쪽 노동시장은 너무 닫혀있으며 계속 임금이 상승하고 있지만, 한 쪽 노동시장은 너무 열려있으며 한 쪽 노동시장의 임금이 상승할수록 다른 쪽 노동 시장의 임금은 아래로 떨어지고 있다. 그리고 이 두 노동 시장 사이에는 아무런 왕래가 없다.

아젠다4에서는 수출 중심의 산업 구조를 바꾸고 외국 자본의 투자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현 정부의 이 같은 활동에 대해선 신문에 실린 몇몇 기사를 챙겨서 보면 그 현황을 알 수 있다. 얼마나 한심한지.

아젠다5에서는 ‘미국의 우수한 교육시스템은 세계 최고다. 그 이유는 시스템이 없기 때문이다.’라는 2005년 9월 영국 <이코노미트>에 실린 기사를 인용한다. 그리고 연세대 정창영 총장은 “지난 30여 년 동안 정부가 관여를 안 했다면 5개 대학 정도는 벌써 세계 수준에 도달했을 겁니다”라고 말했다고 하며 한국 교육 시스템의 본질적인 문제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한국에서 대학 다니고 다시 미국에서 대학 다닌 학생들이 시간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한국의 대학 경쟁력이 높다면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결국 한국에서만 대학 나온 이들의 경쟁력은 날이 갈수록 떨어지는 것일까.

아젠다6는 말하지 않아도 잘 알 것이다. 얼마 전 어느 대기업의 여성 임원은 입사 초기 회사에 제일 일찍 나와 아무도 보지 않을 때 사무실 내에 모든 책상을 닦았다고 고백했다. 그런 회사를 다녀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지만, 아직까지도 여직원이 커피를 가지고 와야 된다고 생각한다면 당신의 미래, 당신 자녀에게는 아무런 미래도 없다.

아젠다7에서는 신뢰구축을 언급한다. 현 정부의 장점이자 단점이 바로 이것이다. 아무나 다 말을 할 수 있도록 하였다는 점. 그 누구도 다른 이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서로 신뢰하지 못한다는 점. 하지만 그래도 계속 대화를 시도해야 되며 서로의 신뢰를 얻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시간이 아무리 오래 걸리더라도 인내심을 가지고 말이다. 그런데 성격 급한 한국인들이 과연 인내심을 가지고 이야기하려고 할까.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없는 인내심이라도 만들어서 이야기해야 된다.

아젠다8에서는 한국의 미래에 대해서 언급하며 리더십을 이야기한다. 결국 리더십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