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우주/리뷰

퀼른 대성당

지하련 2006. 5. 14.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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퀼른 대성당은 13세기에 짓기 시작해 19세기까지 공사가 계속되었다. 도대체 그 공사비는 누가 댄 것일까? 짓기 시작했을 때의 설계도는 남아있는 걸까? 자끄 르 고프는 '장기 지속의 중세'를 이야기하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는 것도 아니다. 그는 그의 여러 저서들에서 기독교가 그 힘을 유지하고 있었던 19세기까지 '중세'라고 이야기한다. 그러고보면 아직 중세가 끝나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우리 마음 속에는 언제나 절대자 신을 염원하는 마음이 숨겨져 있으니 말이다

기독교에서의 신은 인류가 고안해낸 어떠한 신보다 강력하고 절대적이다. 그에겐 불가능이란 없으며 시간마저도 그의 권능 아래에 있다. 그리스의 신들이 시간, 또는 운명 앞에서 무릎을 꿇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하지만 현실 속의 우리는 그렇게 절대적이라는 신의 힘을 느낄 때가 그리 많지 않다. 선한 사람들이 악한 사람들에 의해 피해를 입고 죽임을 당하는, 우리가 기대하고 염원했던 바가 이루어지지 않으며 아무런 까닭 없이 안 좋은 일들이 일어나는 걸 자주 경험하는 우리들로서는 신에게서 버림받았다는 느낌을 자주, 강하게 받기도 한다.

그 느낌은 세속적 세계의 확장과 그 시작을 같이 한다. 고딕 양식은 중세 도시의 승리를 알리는 양식이며 신의 권좌 앞에서 자주 신에게 우리의 기도 소리는 들리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에 빠져든 양식이었다. 믿음이란 늘 쌓여져가는 실패와 아픔의 경험 앞에서 의심으로 바뀌고 결국 철회된다. 12세기에 시작된 고딕 양식은 기독교 세계의 쇠퇴와 이어지며 그 쇠퇴의 분위기 속에서 신의 세계에서 멀어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이들의 몸짓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