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레벨의 탄생 (좋은 관리자에서 탁월한 경영자로)
데이비드 푸비니(지음), 안종희(옮김), 더퀘스트
새삼스럽게 이 책을 읽으면서 경영과 관련된 책을 꾸준히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뭐랄까. 좀 헤이해진 것같기도 하고, 회사 생활이 어수선한 것도 고민만 많고 해결 방향이나 지침 같은 걸 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비즈니스와 관련된 모임이 있지도 않고 가끔 만나는 멘토가 있지도 않다. 구성원이 백명을 넘는 조직이긴 하지만, 디지털 기업들이 그렇듯이 상당히 분권화, 전문화되어 있어 내 위치가 상당히 모호할 때가 자주 있는 탓이기도 하다.
<<C레벨의 탄생>>은 큰 조직의 CEO로 가는 경우를 상정하고 씌여진 탓에, 중소기업의 관리자나 임원에게 해당되는 바는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변화되는 CEO의 위상이나 역할에 대해선 충분한 정보를 알려준다는 점에서 나에겐 상당히 시사적이었다. 또한 지금 맡은 업무도 쉽지 않다고 여기고 있는 요즘, 한 단계 위로 올라간다는 것이 나에게 무엇을 뜻하는지 다시 되새기게 해주었다. 또한 내가 부족한 것이 무엇인가,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가, 이런저런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었다.
책 초반에는 바로 새 CEO가 바로 준비해야 되는 질문 리스트로 시작한다. 준비되지 않으면 답하거나 행동할 수 없는 질문 리스트다. 적어도 새로운 자리로 옮긴다면 이 질문 정도는 숙지하고 준비해야 된다는 이야기인데, 그게 어디 쉬울까.
- 장기적 지속 가능성을 희생하지 않고 어떻게 단기적 성과를 올릴 것인가?
- 기업은 성과 달성에 필요한 적절한 구조, 시스템, 인재를 갖추고 있는가?
- 기업의 재무상태표와 자본 구조는 착수할 계획에 필요한 자금을 충분히 조달할 수 있는가?
- 자기 사업과 이익에 영향을 미치는 제품 및 서비스를 어떻게, 얼마나 빨리 바꿀 것인지 알고 싶은 다양한 고객들에게 설명할 수 있는가?
- CEO가 내릴 결정에 이해관계가 있다고 믿는 지역사회와 정치지도자들과 어떻게 좋은 관계를 유지할 것인가?
- 애널리스트들은 기업 가치나 성장성 등 사전에 정의된 평가 기준에 따리 기업을 분류한다. 어떤 기준에 맞추어 기업을 경영할 계획인가?
- 불충분한 정보를 이용해 기업 내외부의 관계자들에게 공개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소셜미디어와 트위터의 게시글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 현금흐름을 기업 가치 상승의 전조로 여기는 행동주의 투자자들을 끌어들이지 않으면서도 기업 운영에 필요한 현금 흐름을 어떻게 창출할 것인가?
- 점점 더 많은 것을 요구하는 다양한 정부 기관의 규제를 어떻게 준수할 것인가?
- 꼭 필요한 사회운동에 투여할 시간, 돈, 에너지가 거의 남지 않은 상황에서 당신은 사회적으로 어떻게 계속 깨어 있을 것인가?
- 어떻게 이사회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그들의 기대에 부응할 것인가? (28쪽 - 30쪽)
이 책 대부분은 리더십과 이해관계자 관리에 집중되어 있다. 리더십은 이전에 나왔던 유사한 주제/소재의 비즈니스 서적들에서도 언급되었던 것이지만, 이해관계자 관리는 상당히 의외였다. 그정도로 기업의 리더들에게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는 이야기다. 신자유주의가 위세를 떨치던 시기, 학자들은 밀턴 프리드먼을 언급하면서 '기업이 주주 외에 다른 사람을 만족시킨다면 그것은 자신의 책임을 저버리는 것'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지금 그런다면, 사람들은 그 기업이나 그 기업의 리더를 인정할까?
1. 우리는 주주자본주의를 얼마나 넘어섰는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책임을 어떻게 감당하고 있는가?
2. 특히 일의 미래를 고려할 때 직원들에 대한 우리의 책임은 무엇인가?
3. 기업과 관련된 그리고 기업을 초월한 사회적 문제와 지속가능성 문제에 대한 우리의 책임은 무엇인가?
4. 플랫폼, 생태계, 공급망 및 가치 사슬에 참여하는 사람들과 이런 것들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우리의 책임은 무엇인가? - 제임스 매니카James Manyika(맥킨지 글로벌 인스티튜트 의장) (269쪽)
하지만 위의 인용문을 보면서 우리는 최근 큐텐 사태를 떠올릴 것이다. 티몬과 위메프 사태는 이미 예견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제대로 된 모니터링 시스템이 작동했다면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던 사태였다는 점에서 어느 저널에 언급했듯이 윤석열 정부의 실력이 드러난 것이라 할 수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그 기업들의 CEO들과 큐텐 리더들의 무책임한 경영과 의사결정 때문이다.
기업의 중대한 손실은 대부분 관성에 시작된다. (128쪽)
늘 해오던 대로 기업을 경영 하여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비즈니스 환경은 수시로 바뀌고 변화한다. 여기에 맞추어 기업 경영 전략도 바뀌어야하고 제품과 서비스로 변화시켜야 하다. 하지만 그렇게 하는 기업이 얼마나 될까. 최근 삼성의 위기도 여기에 있다. 위 인용문의 '관성'을 다른 말로 옮기자면 '관료주의'라고 할 수 있다. 조직이 커지고 수익이 안정화되면 바로 관료주의가 조직 전반을 물들인다. 실은 나도 그런 유혹에 휩싸인다. 왜냐면 관료주의에 물든 관리자와 임원이 눈에 보이기 때문이며, 도리어 내가 괜한 노력을 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허약한 생각에 빠지기 때문이다. 직장 생활 초창기 시절 몸 담았던 컨설팅 회사에서 우스개소리로 'Change Management'(변화경영)을 위해서는 'Management Change'(경영진 교체)를 해야 된다고 했는데, 실제로 잭 웰치가 "변화관리에 성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먼저 경영진을 교체하는 것"(361쪽)이라고 했다고 하니, 솔직히 내 스스로도 반성해야 될 것이다.
책 후반부에 언급된 '진정성 있는 리더십'의 덕목은 아래와 같다.
1. 목적과 열정
2. 가치와 행동
3. 관계성과 연결성
4. 자기절제와 일관성
5. 마음과 연민 (341쪽)
이나모리 가즈오의 책들을 읽으면서 기업 경영에 대한 책인데, 왜 이렇게 도덕 교과서같을까 하고 생각했는데, 요즘 서구권에서 나오는 경영 관련 책들도 비슷해 보인다. 그만큼 기업 환경이 불투명해지고 변화가 빈번하다 보니, 결국 목적과 열정, 가치와 행동 같은 덕목을 리더나 기업인들에게 강조하게 되는 건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는 나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다. 그 동안 읽었던 책들을 찾아보니, 경영학 책은 거의 2년만에 읽었다. 그 사이 비즈니스 관련 책들을 읽지 않은 건 아니었으나, 대부분 거시 경제나 경제 흐름에 대한 책들이었으니, 반복적으로 꾸준히 경영 관련 책들도 읽어야겠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 조직 생활을 해야 하고 능력이 되는 한 계속 도전하고 성장해야, 나름 의미 있는 삶이지 않을까.
<<C레벨의 탄생>>은 나름 읽을만한 책이었다. 읽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으니, 추천할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