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그리고 저녁
욘 포세(지음), 박경희(옮김), 문학동네
<<저 사람은 알레스>> 이후 두 번째로 읽는 욘 포세의 소설이다. 비슷한 느낌이다. 과거와 현재가 뒤섞이고 삶과 죽음이 교차한다.
그리고 페테르는 성냥갑을 집어 건넨다. 그리고 요한네스는 담배에 불을 붙이고 두 사람은, 요한네스와 페테르는, 나란히 앉아 담배를 비우며 바다 저멀리 서쪽을 바라본다 그리고 요한네스는 생각한다, 돌멩이 두 개가 페테르의 몸을 그냥 통과해 날아가다니 몹시 이상한 일이군, 아니 그런 일은 불가능하지 않나, 그냥 착시현상이겠지, 그런 일은 일어날 수가 없는 걸, 요한네스는 생각한다, 페테르에게 그의 몸을 만져봐도 되냐고 물어봐야 하려나, 그럴 수는 없어, 페테르가 그를 어떻게 생각할까, 아니지 그렇게까지는 못하지, 페테르에게 몸을 만져봐도 되느냐고 물어보다니! (61쪽)
바다가 보이는 해안가 마을, 어부들이 모여하는 노르웨이의 작은 마을, 요한네스는 어부다. 바다 옆에서 태어나 바다 옆에서 죽는다. 우리들의 삶들은, 각기 다른 모양, 다른 색깔과 향기를 지닌다. 한없이 아프기도 하고 고통스럽기도 하지만, 어쩌면 가장 편안할 때는 모든 걸 내려놓는 죽음이 아닐까. 담담하게 죽음을 받아들이는 과정이 죽은 이의 시각에서 서술되는 이 소설은 욘 포세 특유의 서술이 더욱 두드러지는 드라마다.
저 아래는 궂은일이 생겼구만, 요한네스가 말한다
이제 말들이 사라질 걸세, 페테르가 말한다
그리고 페테르의 목소리는 몹시 단호하게 들린다
그리고 싱네는 요한네스의 관 위로 목사가 흙을 던지는 것을 보며 생각한다.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 요한네스, 아버지는 독특한 분이었죠, 유별난 구석이 있었지만, 자애롭고 선한 분이었어요, 그리고 아버지의 삶이 녹록지 않았다는 걸 저도 알아요, ... (135쪽)
욘 포세의 다른 소설도 읽어봐야지. 이런 느낌의 소설일까,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