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우주/비즈

필요, 속도, 탐욕 - 비제이 바이테스워런

지하련 2024. 10. 13. 18:12

 

 

 

필요, 속도, 탐욕(Need, Speed, and Greed: How the New Rules of Innovation Can Transform Businesses, Propel Nations to Greatness, and Tame the World's Most Wicked Problems)
비제이 바이테스워런(지음), 안진환(옮김), 한국경제신문 

 

 

 

 

책을 읽다가 보면, 저자들이 참조하고 인용하는 책들을 알게 된다. 이 책도 그런 책들 중의 한 권이었다. 2012년도에 첫 출간되었고 이듬해에 번역되었다. 벌써 10년 전이다보니, 일부는 지금과는 다소 거리가 먼 인용이나 분석, 의견이 포함되어 있지만, 전체적으로 적절한 분석이며 주장이다. 이 책은 여러 사례들을 바탕으로 기술된 혁신(innovation)에 대한 책이다. 혁신에 대한 방법론이나 전략 보다는 지금 우리가 해결해야 되는 여러 문제들을 대처하기 위한 혁신 활동에 대한 전반적으로 이해와 방향을 모색한다고 할까. 

 

"인류에게 바이러스성 유행병보다 더 큰 위협 요인은 없습니다." 네이선 울프Nathan Wolfe가 달언한다. (50쪽)

 

그리고 몇 년 후에 Covid-19가 발병했다. 저자는 우리 문명이 지금 어떤 변곡점에 서있다고 말한다. 이 시기에 더욱더 제대로 된 혁신 활동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 책의 핵심 주장은 혁신의 급격한 진화 방식 덕분에 세계가 지금 탈산업혁명의 출발점에 서 있다는 것이다. (17쪽) 

 

하지만 인류는 이따금 역사의 변곡점에 도달하곤 한다. 사람들이 내리는 결정(개인들이 또는 사회 전체가 내리는 결정)으로 인해 인류가 나아가는 특정한 방향이 확실히 정해지는 시기 말이다. 그리고 지금 세계는 그런 변곡점의 하나에 와있다. (43쪽)

 

그러나 변곡점에 대해서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아직도 처방전 없이 항생제를 구입할 수 있는 나라가 있으며, 더 심각한 문제는 항생제의 대부분이 가축를 키우기 위해 사용된다는 것이다. 이미 항생제 내성 문제는 전지구적 이슈가 되었지만, 사람들은 얼마나 공감할까. 이제 마약 문제는 비단 서구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도 마약을 너무 쉽게 구할 수 있는 나라가 되었다. 또한 우리가 잘 아는 히로뽕이나 마리화나 같은 것이 아니라 오피오이드류의 마약성 진통제는 이미 한국도 안전하지 않지만, 과연 우리는 이를 대처하고 해결할 수 있을까. 

 

약제의 남용과 오용을 통제하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며, 여기에는 정부와 기업, 의료서비스 제공자들의 합심된 노력이 필요하다. (63쪽)

 

그러나 합심된 노력이 쉬울까. 이미 복잡한 시스템, 다시 말해 정치적 결정이나 정책 수행을 위한 절차와 법률이 촘촘하게 마련된 국가에선 새롭게 발생한 문제나 이슈를 바로 해결할 수 있을까? 

 

"새로운 주자들이 보유한 가장 효과적인 강점은 그들이 아무것도 적히지 않은 백지와 같다는 점일 것이다. 그리고 .... 기존의 기업들의 가장 커다란 취약점은 일반화된 관행을 신뢰한다는 점이다. " - 게리 하멜과 C.K.프라할라드 (73쪽) 

 

이는 혁신의 측면에서도 마찬가지다. 조직이 커지고 수익이 안정적으로 변할 때, 조직은 관료화된다. 이는 정부나 공공기관도 마찬가지이며, 사람들도 정부 순응적으로 변한다. 체제에 만족하며 변화와 도전은 뒤로 밀린다. 모든 것이 풍족해지거나 아니면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포기한다.  

 

증대되는 협력의 중요성
혁신은 제약 산업을 바꾸고 있다. 네트워크 접근 방식을 활용하는 소규모 생명공학 회사들이 거대 제약회사들을 앞지르고 있다. (79쪽) 

 

이 책에선 중국과 인도의 여러 기업들을 사례로 들고 있지만, 지금 시점에서 보자면 혁신 활동의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수행(실천)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되새기게 된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구의 규제과 함께 부동산 거품, 내수 침체, 국제 정세 위기 등으로 중국 시장이 상당히 어렵지만, 중국 기업들의 혁신 활동은 상당한 수준에 이른 듯하다. 어쩌면 이미 한국 기업들을 따라잡았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이 사실은 한국 사람들만 모를 뿐이다. 정부나 기업도 매 한가지다. 지금 한국에게 필요한 것이 바로 혁신이다. 

 

침체에서 회생으로 가는 가장 확실한 길은 혁신이다. (110쪽)

 

혁신이라고 하면 나는 곧장 R&D를 떠올린다. 하지만 혁신 활동의 일부일 뿐이다. 더구나 연구소 활동을 실제 성과로 이어지게 하는 건 전혀 다른 문제다. 

 

"과거에 AT&T는 노벨상 수상자들을 배출한 자사연구소에서 사실 별로 많은 소득을 얻지 못했습니다. 오늘날 자신이 가진 자원과 능력 만으로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협업이 필수라는 얘깁니다." - 베리 자루젤스키(Barry Jaruzelski), 부즈앤컴퍼니 (127쪽)

 

진정한 협업은 이루기 어렵다. 관료화는 협업을 어렵게 한다. 이는 부서 이기주의가 아니다. 굳이 협력을 하지 않아도 굶지 않아도 된다. 어느 정도 수익이 난다. 안정적으로 느껴진다. 하지만 변화는 빠르고 안정적인 모델이란 없다. 관료화 초기에는 문제가 보이지 않다가 문제가 보이기 시작할 땐, 이미 늦었다. 

 

요컨대, 지금 세계에 필요한 것은 세계 경제를 뒤흔들 수 있을 뿐 아니라 고비용을 수반하는 재난을 예방하고 예측하며 거기에 대비할 수 있는 회복력 높은 시스템에 투자하는 일이다. (195쪽)

 

"우리는 적응력 있는 태도를 급성 및 만성 스트레스에 대응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물론 계속 번영하면서 말이다." - 주디스 로딘 Judith Rodin (록펠러 재단 회장) (196쪽) 

 

문제가 눈에 보이기 전에 대비하여야 하며, 가시권에 들어왔을 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닥힌 문제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정의, 해결방안에 대한 공감대가 있어야 하지만, 쉽지 않다. 

 

많은 국가에서 혁신을 방해하는 진정한 장애물은 불필요한 관료주의나 진입 장벽 등 정부의 지나친 개입이다. (225쪽) 

 

다시 감투놀이가 시작된다. 해결방안이 나오면, 능력도 없으면서 정치적 이해 관계로 인해 해결에 대한 주체가 되고자 하거나 반대로 너무 수동적으로 대하며 지원이나 협력을 하지 않는다. 이런 경우는 너무 많아서 비즈니스 단지 문제는 작게 보일 지경이다.  

 

비즈니스 단지에 집착하는 정치인들은 이 사실을 직시해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혁신을 더욱 촉진시키기 위한 현명한 처방을 내려야 한다. 우선은 실리콘밸리를 모방하려는 정치적 모적으로 자금을 이리저리 뿌리는 일을 그만둬야 한다. (226쪽) 

 

일이 이렇게 되는 건 복잡해진 시스템에 혁신 활동의 성과가 제대로 반영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그것이 사적 이익이 아니라 공적 이익에 대한 것일 때, 더욱 실행이 어려워진다. 

 

자본주의와 지구의 미래를 위협하는 가장 큰 문제는 기업의 대차대조표와 국가의 회계정책에 자연 자본, 즉 지구가 제공하는 생태계의 가치나 아이디어 경제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다양한 형태의 인간 자본의 가치가 대개 반영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271쪽) 

 

전체적으로 혁신을 강조하고 장려하면서 이를 도모하고 실행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점검하고 있지만, 지금 읽기에는 적절하지 못한 사례나 그동안 많은 책들에서 강조해온 내용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10년이라는 시간이 이렇게 빠르다니. 다시 한 번 내 위치를, 내 생각이나 습관, 태도를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 


미래에 가장 역동적이고 빠르게 성장하는 경제들은 그러한 고성장 기업가 정신을 장려하는 경제일 것이라고 주장한다. (233쪽)

 

"점진주의는 혁신읙 가장 큰 적이다! 우리는 지속적인 향상을 원하는 게 아니다. 근본적인 변화를 원한다.- 샘월튼 Sam Walton (256쪽) 

 

어쩌면 나에게 정말 필요한 건 근본적인 변화다. 이래선 안 된다. 

 

Vijay V. Vaitheeswaran(1969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