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련의 우주/Jazz Life

피트

지하련 2024. 11. 6. 12:13

 

 

술에 취했다. 애비로드를 들었다. 와인은 바닥났고 취기는 피트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어수선한 가을이다. 마음이 스산하고 갑자기 늙었다는 생각에 불안해졌다. 특전사 장교 출신에 중동 지역에 파병까지 갔다온 스타트업 대표는 몇 주 전에 ADHD 진단을 받았다며 그동안 자신을 괴롭혔던 모든 것이 한 번에 사라졌다며 좋아했다. 다른 동료들은 근육질로 변하는데, 자신은 그렇지 못했던 것이 ADHD 탓이였다고 회고했다. 나를 보며, 형도 그런 것같다며 웃었다. 하긴 나도 여러 권을 책을 동시에 읽고 모니터로 활자를 읽지 못하니까.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정리하고 있다. 디지털 영역에서 상당히 오래 일을 했지만, 뭔가 내세울 것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대부분에 대해 알고 있지만, 그 무엇 하나 깊이 있게 알지 못한다. 작은 조직에만 있었던 탓에 큰 조직에서의 의사결정을 알지 못한다. 이런 것들이 모여 나의 한계를 만드는 것이 아닐까 싶어 염려스러워졌다. 다시 도전해야겠다. 이제 나이가 아무 의미가 없는 시대가 되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