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련의 우주/Jazz Life

조승희 씨 누나의 사과문 전문

지하련 2007. 4. 27. 10:00

KBS 민경욱 미 위싱톤 특파원의 메일링(mailing)를 받고 있다. 가끔 업데이트되지만, 저널에 소개되지 않는 소식이 담겨 있어, 내가 받아보는 그 많은 메일링 중에서도 추천해주고 싶은 메일링 중 하나이다. 얼마 전에 온 메일인데, 여기를 방문하는 이들도 같이 읽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 여기 그대로 옮긴다. 버지니아공대 사건에 대한 것이다.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았으면 기원을 해본다. 


민경욱 특파원의 위싱톤 리포트
http://news.kbs.co.kr/reporter_column/minkw/

원문의 주소는 아래와 같다.
http://news.kbs.co.kr/bbs/exec/ps00404.php?bid=134&id=824&sec=



버지니아 공대에 다녀왔습니다. 단지 워싱턴 지국에서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서 벌어진 미국 사상 최악의 난사사건을 취재하기 위해 갈아입을 속옷 한 장 없이 떠났던 출장이었습니다. 자동차로 다섯 시간 거리의 블랙스버그에 도착한 이튿날 새벽, 서울에서 범인이 한국인일 수도 있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그 뒤로 상황은 급박하게 변했고 출장은 엿새로 연장됐습니다.

취재하면서 느꼈던 여러 상황이 머리를 스치지만 다음 기회에 소상히 밝힐 수 있기를 바라며 일단 조승희 씨 누나의 다음 사과문부터 전문을 소개합니다.

조승희 씨의 누나 선경 씨는 그 좋다는 미국 아이비리그의 프린스턴 대학을 전액 장학생으로 졸업했습니다. 원래 의대를 가고 싶었지만 세탁소에서 다림질을 하면서 일주일에 60만원이 조금 넘는 돈을 벌어오시는 부모님께 경제적 부담을 끼쳐드릴 게 걱정이 됐습니다. 그래서 의대 학비를 벌기 위해 졸업후 지금까지 국무부에서 일해왔습니다. 바로 이번달에 의대 입학시험을 보려고 했지만 이번 일이 터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반지하 월세방에서 생활하던 조 씨 가족이 미국으로 오게 된 건 바로 자녀 교육 때문이었습니다. 일주일에 토요일과 일요일 이틀동안 쉬는 것이 일반화된 미국이지만 조 씨 아버지는 단 한 번도 일주일에 이틀을 연속해서 쉬어본 적이 없다고 합니다. 시간을 아껴 일을 하고 말도 없던 아버지지만 딸 이야기만 나오면 말이 많아졌다고 합니다. 딸을 전액 장학생으로 아이비리그의 프린스턴 대학에 보낸 이 가족의 미국 이민사가 성공으로 기록될 수도 있었지만 아들이 저지른 참상으로 이제 조 씨 가족은 풍비박산이 났습니다.

이제 이번 사건의 뒷수습을 하는 데는 아직 나이가 어린 누나 선경 씨의 역할이 중요해졌습니다. 누나 선경 씨는 자신의 동생이 미국 사상 최악의 난사사건을 일으킨 범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다음날 새벽 친한 친구에게 기도를 부탁하는 이메일을 보냈습니다.

평소에 종교적이지 않았던 선경 씨가 자기를 위한 기도를 부탁한 것은 선경 씨가 얼마나 절박한 심정에 놓여있는지를 엿보게 하는 것이라고 친구는 밝히고 있습니다. 선경 씨의 짧은 편지와 함께 언론을 통해 발표한 사과문의 전문을 우선 소개합니다.

선경 씨가 친구에게 보낸 이메일

the past 24 hrs have been very difficult for us. everything's still surreal. i can't really make sense of anything. please please pray for me. i'll try to give you a call soon.

지난 24시간은 우리 가족에게 매우 힘든 시간이었어. 아직도 모든 일에 실감이 가질 않아. 모든 걸 정말 이해할 수 없어. 제발, 제발 나를 위해 기도해 줘. 빨리 전화할 수 있도록 노력할게.

다음은 조승희 씨의 누나 선경 씨가 가족을 대신해 작성해서 언론사를 통해 발표한 사과문 전문입니다.

On behalf of our family, we are so deeply sorry for the devastation my brother has caused. No words can express our sadness that 32 innocent people lost their lives this week in such a terrible, senseless tragedy. We are heartbroken.

저희 가족 모두는 제 동생이 저지른 참상에 대해 참으로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32명의 죄없는 사람들이 이번주 있었던 끔찍하고 분별 없는 비극으로 목숨을 잃은 사실 때문에 저희가 느끼는 슬픔은 어떤 말로도 형언할 수 없습니다. 저희 가슴은 갈가리 찢어졌습니다.

We grieve alongside the families, the Virginia Tech community, our State of Virginia, and the rest of the nation. And, the world.

저희 가족은 유가족과 버지니아 공대 동문사회, 버지니아주, 그리고 온 미국과 함께 슬퍼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온 세계와 슬픔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Every day since April 16, my father, mother and I pray for students Ross Abdallah Alameddine, Brian Roy Bluhm, Ryan Christopher Clark, Austin Michelle Cloyd, Matthew Gregory Gwaltney, Caitlin Millar Hammaren, Jeremy Michael Herbstritt, Rachael Elizabeth Hill, Emily Jane Hilscher, Jarrett Lee Lane, Matthew Joseph La Porte, Henry J. Lee, Partahi Mamora Halomoan Lumbantoruan, Lauren Ashley McCain, Daniel Patrick O'Neil, J. Ortiz-Ortiz, Minal Hiralal Panchal, Daniel Alejandro Perez, Erin Nicole Peterson, Michael Steven Pohle, Jr., Julia Kathleen Pryde, Mary Karen Read, Reema Joseph Samaha, Waleed Mohamed Shaalan, Leslie Geraldine Sherman, Maxine Shelly Turner, Nicole White, Instructor Christopher James Bishop, and Professors Jocelyne Couture-Nowak, Kevin P. Granata, Liviu Librescu and G.V. Loganathan.

4월 16일 이후 하루도 빼놓지 않고 저와 아버지, 어머니는 이번 일로 목숨을 잃은 모든 학생과 임직원, 교수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습니다.

We pray for their families and loved ones who are experiencing so much excruciating grief. And we pray for those who were injured and for those whose lives are changed forever because of what they witnessed and experienced.

저희는 참기 어려운 고통을 경험하고 있는 유가족과 희생자들이 사랑했던 모든 사람들을 위해서 기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희는 또 부상을 당한 사람들과 이번 사건을 목격하고 경험함으로써 인생이 영원히 바뀌어버린 사람들을 위해서도 기도하고 있습니다.

Each of these people had so much love, talent and gifts to offer, and their lives were cut short by a horrible and senseless act.

이분들 한 분 한 분 모두는 사랑과 재능이 넘치고 이 세상과 함께 나눌 소질이 많은 사람들이었으나 무섭고 몰상식한 행동때문에 갑자기 생을 마감하게 됐습니다.

We are humbled by this darkness. We feel hopeless, helpless and lost. This is someone that I grew up with and loved. Now I feel like I didn't know this person.

저희 가족은 이 암담한 상황에 한 없이 낮아지는 저희 자신을 느낍니다. 희망도 없고, 어디에 도움도 청할 수 없고, 방향을 잃었습니다. 조승희는 제가 함께 자라고 사랑했던 사람입니다. 그러나 이제와서 생각하면 저는 이 사람을 알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We have always been a close, peaceful and loving family. My brother was quiet and reserved, yet struggled to fit in. We never could have envisioned that he was capable of so much violence.

저희는 항상 서로 가깝고, 평화로우며, 서로를 사랑하는 가족이었습니다. 제 남동생은 조용하고 나서길 싫어했지만 그래도 자기의 자리를 찾기 위해 노력했었습니다. 저희는 제 동생이 그같은 엄청난 폭력을 저지를 수 있을 것으로 단 한 번도 상상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He has made the world weep. We are living a nightmare.

제 동생은 온 세계를 슬픔에 빠뜨렸습니다. 저희 가족은 이제 악몽 속에 살고 있습니다.

There is much justified anger and disbelief at what my brother did, and a lot of questions are left unanswered. Our family will continue to cooperate fully and do whatever we can to help authorities understand why these senseless acts happened. We have many unanswered questions as well.

제 동생의 행동에 대해 화를 내고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는 것은 당연하며 아직 많은 의문이 풀리지 않고 있습니다. 저희 가족은 왜 이런 분별 없는 일이 일어났는지를 알아내기 위해 노력하는 수사당국을 돕기 위해 계속 협조할 것이며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할 것입니다. 저희도 풀리지 않은 의문들을 갖고 있습니다.

Our family is so very sorry for my brother's unspeakable actions. It is a terrible tragedy for all of us.

제 동생의 말할 수 없는 행동들에 대해 저희 가족은 큰 유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번 일은 우리 모두에게 끔찍한 비극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