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우주/비즈

Marketing Luxury to the Masses, 파멜라 댄지거

지하련 2007. 8. 12. 20:25

매스티지 마케팅(Marketing Luxury to the Masses)
파멜라 댄지거(지음), 최기철(옮김), 미래의 창



이 책의 장점은 풍부한 통계 자료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책은 전체적으로 딱딱하고 이론적이다. 또한 마케팅 현장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실제적인 마케팅 노하우를 담고 있는 책이 아니기 때문에, 실제적인 기법을 알고자 하는 이에게 이 책은 적당하지 않다.

하지만 일반 대중을 고객으로 하는 범용적인 상품의 마케팅 담당자이거나, 명품 마케팅 담당자로 옮긴 지 얼마 되지 않은 초심자에게 이 책은 기대 이상의 지식을 알려줄 지도 모르겠다. 딱딱하고 이론적이라는 점에서 이 책은 Luxury Marketing에 기본적인 틀을 이해하는 데 있어 매우 유용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매스티지 마케팅’에 대한 책이라기 보다는 명품 마케팅(Luxury Marketing)에 대한 책이다. 사례로 등장하는 상품이나 서비스들 대부분이 ‘매스티지’에 해당되기 보다는 ‘명품’에 속하며, 인구통계 자료에서도 부유층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그리고 모든 사례가 미국 시장이기 때문에, 한국 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이들에게는 다소 거리감 느껴지기도 한다.

가령, 파멜라 댄지거는 미국에서의 호사품 시장을 아래와 같이 나눈다.

준 부유층: 가구당 연간 소득이 7만 5천 달러에서 9만 9,999달러에 달하는 이 계층의 사람들이 미래의 호사 시장에서 중요한 고객이 될 수 있다. 앞으로 이들의 소득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가족 구성원의 성격이나 살고 있는 곳의 지리적 여건에 따라 실질적으로는 부유층이라고 할 수도 있다. 특정한 제품이나 체험을 위해서는 기꺼이 호사를 누릴 사람들이다. 전체 가구 수 가운데 1,220만 가구 정도이다.
부유층: 가구당 연간 소득이 10만 달러에서 14만 9,999달러에 달하는 계층의 사람들로 총 1,010만 가구 정도이다.
초 부유층: 가구당 연간 소득이 15만 달러 이상인 계층의 사람들로 560만 가구 정도이다.

하지만, 한국 시장은 위의 기준으로 구분하지 못할 듯 하다. 가구 당 연간 소득이 1억 원 가까이 되더라도 서울에서 집 한 채 사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위 구분은 한국 시장에서는 다르게 접근되어야 한다. 파멜라 댄지거는 호사품 시장을 분석할 때의 '인구통계학적 접근'을 강조한다. 그의 주장대로 한국 시장도 그렇게 분석해보면 의미 있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겠다.

호사란 결국 향유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호사의 성격을 ‘호사의 형이상학’이라고 부른다. 호사품은 사람들의 환상, 갈망, 꿈의 영역에 존재하는 것이지 물리적인 현실 세계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어떻게 보면 환상이란 것이 현실보다 더 나을 뿐더러 더 많은 것을 채워주기 때문에 그 환상을 잘 이용한다면 호사 마케터들은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호사 의식에 거품이 일게 한다는 의미의 '럭스플레이션luxflation'이라는 단어를 설명하면서 '오늘의 호사품이 내일이면 생필품으로 변한다. 따라서 호사의 가치를 파는 사람은 호사를 추구하는 소비자들과 지속적으로 접촉하면서 점점 커져만 가는 소비자들의 호사품에 대한 환상과 열망을 만족시키는 새로운 표현법을 개발해야만 한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책 후반부에 이러한 거품을 일게 하는 마케팅 기법으로 스토리텔링을 언급하는데, 꽤 흥미로운 부분이라 그대로 인용해본다.

“스토리텔링은 두 가지 방식으로 관계를 형성합니다. 하나는 사적인 관계입니다. 이야기를 듣는 사람이 자기 자신이 그 이야기의 일부인 것처럼 상상하면서 맺어지는 관계입니다. 둘째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주체의 목적과 관련하여 맺게 되는 관계입니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바로 이 부분이 중요하게 생각하고, 이 부분의 관계를 어떻게 잘 맺을 것인지 충분히 깨달아야 합니다.”

호사 마케팅의 관점에서 보면 브랜드 가치를 전하고, 관계를 형성할 때 구매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서두에 언급한 바와 같이 이 책은 딱딱하고 이론적이기 때문에, 시중에서 흔하게 구할 수 있는 마케팅 서적과는 다소 다르다. 과감하게 추천하지만, 이는 딱딱한 책 읽기에 어느 정도 적응된 사람들과 럭셔리 마케팅에 대한 관심이 높은 사람에게만 권한다. 그리고 매스티지 마케팅에 관심 있는 사람에겐 추천하지 않는다. 이 책은 매스티지 마케팅에 대한 책이 아니다.
(* 한글 번역본 제목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셈이다. )

매스티지 마케팅
파멜라 댄지거 지음, 최기철 옮김/미래의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