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우주/리뷰

오치균 - 진달래와 사북의 겨울

지하련 2007. 9. 27. 22:56

오치균 - 진달래와 사북의 겨울
Oh Chi Gyun - Azaleas and Winter in Sabuk
2007. 9. 6 - 9. 26   갤러리 현대





글을 쓰기 위해 억지로 생각에 잠겨보려고 하지만, 쉽지 않다. 전시 도록을 펼쳐보면서 그 때의 느낌을 되새겨보려고 하지만, 쉽지 않다. 참 어려운 일이다. 쉽지 않은, 어려운 일 앞에 서서 포기하고 싶어지는 것이 사람 마음이다. 그것이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러니 포기하는 것이 낫다. 끊임없이 포기하다 보면, 더 이상 포기하지 못하는 지점에 이르게 되겠지. 여름이 오면 진달래가 우리 눈 앞에서 사라지듯이.

오치균의 두터운 색채 앞에서 잠시 머뭇거렸다. 가까이서 보면 두텁게 칠해진 물감들만 보이고 멀리서 봐야만 형태가 보인다. 그는 보는 이에게 ‘적당한 거리’를 요구한다. 그는 거리감이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새삼스럽게) 가르쳐주고 있었다. 존재와 존재 사이의 거리.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 세상과 사람 사이의 거리. 작품과 사람 사이의 거리. 모든 것들 사이의 거리에 대해서.

사람 살아가는 곳을 그렸지만, 사람은 오직 흔적만으로 존재했다. 흔적만으로 존재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역설적으로 삶의 지난함을 보여주는 듯 했다. 삶의 지난함 속에서 풍경마저도 어려워 보였다. 작가는 그런 어려움을 숨기려 물감을 바르고 발라 형태를 지우려 했다. 진달래며, 벽이며, 눈이며, 전등 불빛이며, 나무며, 캔버스 속에 존재하는 모든 존재는 흔적으로만 남으려 했다.

아름다움이란 존재하는 것일까. 진실이라는 게 있는 걸까. 한 때 활짝 핀 진달래는 늘 예상보다 빨리 꽃잎을 떨어뜨리고 흔적으로만 남을 삶의 풍경 속으로 우리 삶도 그렇게 지워져만 갔다. 오치균의 세계는 그렇게 색채로 지워지고 지워지고 지워져서 흔적만 남아 있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장독, 2006
Acrylic on Canvas
87 x 131cm


사용자 삽입 이미지


진달래길Ⅱ, 2006
Acrylic on Canvas
108 x 162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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