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우주/이론

서양문화의 역사2, 로버트 램

지하련 2008. 6. 7. 11:36
그림과 함께 읽는 서양 문화의 역사 2 - 6점
로버트 램 지음, 이희재 옮김/사군자


깔끔하게 요약된 이 책은 혼자 읽기에는 다소 적당하지 않다. 나같은 독자는 필요한 부분만 읽으면 될 것이고 일반 독자에게는 다소 많은 정보에 비해 짧은 설명이 서양 문화사에 대한 이해를 돕기에 충분해 보이지 않는다. 내가 빠져든 서양 문화사는 너무 흥미진진하고 때로는 가슴 아프고 현대 사회나 문화에 대해 깊은 이해와 통찰을 가져다 주었기 때문이다. 이에 로버트 램의 이 시리즈는 혼자 읽기 보다는 대학 교양 수업의 교재로 적당하다.

'후기 중세: 확장과 종합'라는 챕터 제목을 단어 그대로 이해하면 일종의 발전처럼 여겨질 수 있지만, 문화사의 측면에서 보자면, '종교의 위축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심리적 보상으로서의 확장과 종합'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후기 중세에 있어, 심리적 보상은 크게 문화예술의 측면(고딕 양식과 초기 르네상스)와 도시 자본주의의 시작을 들 수 있다. 이 둘의 관계는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표면상으로는 서로 대립되는 것처럼 보이나, 실은 서로 협력하는 관계이며, 반대로 이 둘의 협력이 종교 권력의 약화로 이어진다. 실은 중세를 지배했던 종교의 어쩔 수 없는 귀결이 이 두 가지 측면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여러 사실/정보들의 평면적 나열에 그치며 깊이 있는 설명을 제공해주지 않는다. 그러나 장점은 있다. 이 평면적 나열이 역사, 미술, 건축, 음악, 무용, 문학에 걸쳐 있으며, 매우 잘 요약되어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강의 교재(이 책의 내용을 충분히 설명할 수 있는 강사나 이에 도전해 볼 강사가 있다면)으로는 매우 좋은 책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일반 독자가 혼자 읽기에는 적당하지 않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