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우주/이론

서기 1000년과 서기 2000년 그 두려움의 흔적들, 조르주 뒤비

지하련 2003. 4. 29.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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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 1000년과 서기 2000년 그 두려움의 흔적들>,
조르주 뒤비(지음), 양영란(옮김), 동문선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세계도 확실히 존재할 뿐 아니라, 눈에 보이는 세계와 동등한 힘을 지녔다고 믿었던 사회의 맥을 짚어보려는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한 믿음이야말로 현대와 중세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현대인들 중 일부는 아직도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한 중세적 믿음을 고수하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믿음을 고수하고 있는 이유는 중세인들과 비슷한 연유에서 기인한다. 즉 세상이 뜻대로 되지 않을 때, 언제나 곡식은 부족하고 전염병이 돌고 생활 환경이 극히 나쁠 때, 혹은 어떤 정신적인 이유로 인해 세상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으로 뒤덮여 있을 때, 사람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고수한다.

조르주 뒤비의 이 책은 간단하게 중세인들의 삶과 세계관에 대해서 이해하기 적당한 책이다. 궁핍에 대한 두려움, 타인에 대한 두려움, 전염병에 대한 두려움, 폭력에 대한 두려움, 사후 세계에 대한 두려움 등 각 장은 현대인들과 다른 중세인들에게 대한 이해를 도와줄 것이다.

‘두려움’이라는 단어를 사용해서 책의 각 부분을 구성한 것으로 보아 하나의 세계를 구성하는데 있어 ‘두려움’만큼 대단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드물다는 뒤비의 생각을 반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사랑하는 아내가 자신을 떠나는 모습을 두려워하는 남편이 의처증에 걸리듯이 신에게 모든 것을 맡긴다는 것만큼 세상에 대한 두려움이 극도로 달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뒤비의 말대로 중세인의 삶은 현대인의 삶보다는 여러 모로 나았다고 볼 수 있다. 신 속에서의 삶은 단순하고 분명해 보이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