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지하련 2006. 7. 23. 10:21


금요일 저녁 약속이 세 개가 생겨버렸다. 그리고 밤 10시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벤처를 하다 망해먹은 이들이 하나둘 모여 술을 마셨고, 그 중 운 좋게 H그룹 홍보실에 들어간 모 대리가 술을 쏜다고 했다. 맥주를 서른 병 정도, 그 사이 J&B 리저브와 몬테스 알파 까르비네 쇼비뇽을 마셨다. 그리고 그 대리의 집에서 죽엽청주와 들쭉술(* 캡틴큐와 나폴레옹을 섞어놓은 듯한 북한 술)을 마셨다.

결국 뻗었다.

일어난 것이 토요일 오후 3시였으니, 그냥 술에 토요일을 그냥 날려먹었고 일요일도 한 발짝도 집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 겨우 밤에 힘들게 자전거를 끌고 나와 한강변을 달렸다. 몸을 적시는 서른넷의 땀방울들. 어느새 육체를 움직여야만 정신을 차리는 둔한 사람이 되어버린 건가.

둔한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는 느낌으로. 이 여름. 썩. 그리. 행복하지 못하다.
(하지만 그 반대의 사람이 되는 건 너무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