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우주/이론

들길의 사상가, 하이데거, 박찬국(지음)

지하련 2005. 6. 12. 10:46

들길의 사상가, 하이데거 - 8점
박찬국 지음/동녘


박찬국(지음), <<들길의 사상가, 하이데거>>, 동녘, 2004

하루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조차 느낄 틈도 없이 쫓겨 다니는 현대의 직장인에게 하이데거의 철학은 사치일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이 책을 읽으면서 했다. 하이데거에게 <이반 일리치의 죽음>만한 텍스트도 없었을 것이고 그만큼 현대인이 당면한 근본적인 질문을 잘 드러내준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이반 일리치이지 않은가. 이반 일리치로서의 삶을 벗어나지 못하는 한, 하이데거의 철학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하이데거가 현대 문명에 대해 끔찍한 생각을 했다면, 나는 도리어 하이데거의 철학을 알게 되면서 끔찍해졌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 삶의 문제는 철학으로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뚜렷한 목적성을 가진 실천을 통해서만 해결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아마 하이데거가 히틀러와 나치에 열광했던 것도, 정치적인 행위에 깊숙하게 연루하게 된 이유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

하이데거의 저서도 읽으려고 노력했고 여러 개설서도 읽으려고 노력했으나, 다들 너무 어려웠다. 그 중에서 이 책이 가장 읽기 편했고 어려운 부분을 쉽게 풀어쓰고 있었다. 하이데거에 대해 알고자 하는 초보자들이 읽기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