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고독했던 때는 없네
- 고트프리트 벤 (Gottfried Benn, 1886 ~ 1956)
8월처럼 고독했던 때는 없네
성숙의 계절 -, 땅에는
붉은, 황금빛 신열(身熱)
그런데 그대 정원의 즐거움은 어디에 있는가?
맑은 호수, 부드러운 하늘,
깨끗한 밭들은 조용히 빛나는데
그대 군림하는 왕국의 개선(凱旋)은,
그리고 그 개선의 자국은 어디에 있는가?
모든 것이 행복을 통해 드러나는 곳,
술 냄새 속, 물건 소리 속에
시선을 나누고, 반지를 나누는 곳에서
그대는 행복의 적(敵)인 정신에 몸 두고 있네
지독했던 8월이 가고, 여기저기 긁힌 마음의 가장자리는 찢어진 헝겊으로 잘 덮어두곤 가을 놀이를 시작했다. 하지만 갑작스런 변화는, 몸에 무리를 주기 마련. 노트 정리를 하다가 메모 해 두었던 벤의 시를 읽으며, 문득 고독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게, 고독한 건 아닌가.
이번 가을 벤의 시집 읽으면서 보내야 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