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이 예정된 자리가 눈 앞에 들어왔다. 이 쪽으로는 저 먼 곳까지 보인다. 그러나 몇 년 후면 이 곳도 아파트들로 시야가 가려질 것이다.
원래 시장이 있던 자리를 허물고 구청이 들어오면서 동네 풍경이 많이 바뀌고 있다. 공간은 기억을 담는다. 그리고 자주 추억 속 풍경이 되어 눈 앞에 아른거린다. 하지만 그런 풍경 따윈 이제 없다. 길을 걷는데, 그 길이 복개천이라는 걸 전해 들었다. 이 동네 산 것도 십 수년이 지났지만, 처음 들었다. 하긴 서울 시내 복개천이 얼마나 많을까?
멀리 63빌딩이 석양에 불타고 있었다,라고 적지만, 사진이 흐리멍텅하다. 지금 쓰고 있는 휴대폰은 이제 5년이 되었다. 언제나 술을 마신 채 걷다 떨어뜨려 부서져 바꾸거나 잃어버려 바꾸곤 했는데, 이 삼성폰은 고장이 나지 않는다. 배터리만 한 번 교체했는데, 아직도 쓸만 하다. 다만 렌즈 탓인지 사진 품질이 떨어지고 있어 이것 때문에 바꿀까 하는 생각이 종종 들 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에 올라와, 고향 친구가 서울에 올라와서 무조건 가야 하는 곳이 남산타워, 한강유람선, 63빌딩이라고 했는데, 요즘도 그러는지 모르겠다. 서울에 올라온 지 한참 지난 후 남산타워에 가고, 한강유람선을 타보았다. 63빌딩은, 아쉽게도 최근에 비즈니스 미팅 때문에 몇 차례 가본 것이 전부인데, 올해 가 볼 수 있을 지 모르겠다. 지금 한창 부분적으로 리뉴얼 중인데, 내년 2월 정도에 공사가 마무리된다고 한다. 참, 저 빌딩도 참 사연이 많은 곳인데.
박찬일 쉐프의 <<밥 먹다가, 울컥>>을 읽고 센치해졌다. 개미집도 나오고, 만술이형도 나오고 해서 더 그랬다. 언젠가 한 번 흑석동 개미집을 찾으려고 일부러 골목길로 들어갔는데, 찾지 못했다. 이 산문집은 짠내 나는 이야기로 가득하다. 어느 글을 읽다간 눈물이 나올 수도 있다. 거참, 그 많던 시인, 소설가들은 다 어디로 가고, 학과 선후배들 중에 요즘 제일 유명한 사람이 쉐프라니! 좋은 일이다. 과 친구가 몽로에서 술 마시고 있다고 할 때, 갈 걸 두고두고 후회할 줄은.
소주가 댕기는 일요일 오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