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6

2023년 책들의 기록, "왜 읽는 걸까?"

2023년 책들의 기록, "왜 읽는 걸까?" '사자가 위장에 탈이 나면 풀을 먹듯이 병든 인간만이 책을 읽는다'라고 강유원 선생은 에서 이야기하지만, 책 읽는 인간들은 정말 병이 든 걸까. 정말 아픔을 참으며 자신이 병이 든 사실조차 모른 채 책을 읽는 걸까. 아니면 병 들었음을 알기에 책을 읽는 걸까. 스티븐 핑커는 를 통해 인류는 폭력성과 싸우며 나은 미래를 향해 가고 있다고 역설하지만, 너무 쉽게 낙관하는 건 아닐까. 소수의 인간들은 병 들어 자신의 무력함을 숨기기 위해 끊임없이 책을 강조해 왔으며 여기에 현혹된 이들이 권력을 잡으면서 책 읽기는 인류 문명의 버릴 수 없는 문화가 된 것은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들 때마다 나는 어린 알렉산드로스에게 철학을 가르치는 아리스토텔레스를 떠올리곤 한다. 하지..

책들의 우주 2024.01.06

09.21

09.19. 기록을 한다. 예전엔 종이 위에 펜으로 그리거나 썼는데, 이젠 사진을 찍어 온라인에 올리며 글을 쓴다. 격세지감이다. 아마 지금도 고향집 다락방엔 수십년 전, 짝사랑하던 여고생의 흔적이 남은 일기장이 먼지를 먹고 있겠지. 그 땐 참, 가슴이 너무 떨려 제대로 걷지도 못했는데. 지금도 그럴까. 그런 일이 생기면 나쁜 일이 될꺼야. 정말로.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진지하게 생계에 대해 고민해보지 않은 탓에, 어쩌면 무심하게도 무조건 작가가 되겠다고 여겼던 탓에, 직장 생활이 가끔, 자주, 예고 없이 어색하기만 했다. 자주 회사를, 직장을 그만 두었다. 일을 못한다는 소리는 들어본 적 없는 탓에, 다시 들어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니, 일을 잘하는 것 이상으로 책임감도 중요한..

우리의 사이와 차이, 얀 그루에

우리의 사이와 차이 얀 그루에 (지음), 손화수(옮김), 아르테 이 책을 읽으며 나는 두 명을 떠올렸다. 한 명은 알렉상드르 졸리앙, 나머지 한 명은 루이 알튀세르. 태어나면서부터 장애를 가졌으나, 장애와 함께 살아가면서 살아가는 열정과 희망에 이야기하는 알렉상드르 졸리앙. 그의 책들은 명상적이며 소박하며 초월적이다. 현대적이지 않고 도리어 중세적 열정과 아름다움으로 가득차 있다. 그러나 루이 알튀세르는 사랑하는 아내 엘렌를 목 졸라 죽인다. 평생 우울증과 싸웠으나, 20세기 후반 최고의 마르크스 이론가였다고 하면 이상할까. 어쩌면 그가 새롭게 해석한(혹은 이종교배한) 마르크스 이론으로 인해 강렬했던 마르크스주의가 퇴색되었는지 모르겠다. 그는 정신 착란 상태에서 아내를 죽인(살해한) 끔찍한 사건 속에서 ..

2018년, 책 읽기의 기억

2018년, 스트레스가 심했고 예상치 못하게 흘러갔던 한 해였다(그렇지 않았던 해가 있기도 했던가!). 막상 돌이켜보니, 상당히 힘든 일들이 연속적으로 이어졌더라. 그렇다 하더라도 한 해 마무리 같은 건 하곤 했는데, 2018년에는 감히 하지 못했다. 나이가 들수록 내년에 대한 기대가 사라지고 인위적인 시간, 혹은 날짜 구분에 대해서도 회의감마저도 늘어나는 법. 근대(Modern) 이후 우리는 본격적으로 내일에 대한 기대로 하루하루를 살기 시작한다. 하지만 반(anti)-모던, 혹은 포스트(post)-모던 이후 그 기대도 살짝 내려앉기 시작했고, 나도 지난 한 해 힘들다는 핑계로 불성실했던 건 아닐까 반성해본다. 인상적으로 읽었던 책은 굵게 표시하였다. 생각의 한계, 로버트 버튼 헤밍웨이의 말, 헤밍웨이..

책들의 우주 2019.04.08

2013년 속초 여행의 기록

여행에 대한 기억은 사진으로 되살아난다. 사진이 없으면 여행은 없다. 그저 사라질 뿐이다. 여행 이후 쌓이는 건 사진이고 추억은 사진에 기생하는 어떤 것이 된다. 작년 늦가을 속초를 다녀왔다. 특별한 일이 있지 않는 한, 사람은 나고 자란 곳을 잊지 못한다. 내가 자란 곳이 중소 도시이듯, 이런 도시에 가면 살고 싶어진다. 바람이 막힘없이 흘러가는 도시, 조금만 움직이면 산과 바다를 볼 수 있는 도시, ... ... 나도 서울에 지쳐가고 있었다. 내가 서울로 올라온 지도 벌써 20년이 넘었다. 누군가는 여행에 대해 이렇게 적는다. "여행을 통해 사람들은 사회적 죽음을 겪는다. 자기가 속한 사회에서 벗어남으로써 부재를 경험한다. 나 없이도 잘 돌아가는 세상을 지켜보며 자신의 가치를 생각한다. 그리고 다시 ..

145년 만의 귀환, 외규장각 의궤 - 국립중앙박물관

145년 만의 귀환, 외규장각 의궤 2011.7.9 - 9. 19, 국립중앙박물관 의궤란 ‘의식(儀式)의 궤범(軌範)’이란 말로 ‘의식의 모범이 되는 책’이란 뜻이다. 왕실과 국가에서 의식과 행사를 개최한 후 준비, 실행 및 마무리까지의 전 과정을 보고서 형식으로 기록한 것이다. 의궤는 철저한 기록 정신의 산물로서 예禮를 숭상하는 유교 문화권의 핵심 요소가 담겨 있을 뿐만 아니라 조선 시대 국가의 통치 철학 및 운영체계를 알 수 있는 자료이기도 하다. 의궤는 왕의 열람을 위해 제작한 어람용(御覽用)과 여러 곳에 나누어 보관하기 위한 분상용(分上用)으로 구분되어 5~9부 내외가 제작되었다. 통상 어람용은 1부를 제작하는데, 외규장각에 있던 의궤는 대부분 어람용이라는 데 그 중요성이 크다. 어람용을 분상용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