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12

헬레니즘 모자이크화, 터키 제우그마 Zeugma

가끔 고대의 예술 작품을 보면 놀라게 된다. 위 작품은 비교적 최근에 발굴된 유리 모자이크화로 기원전 2세기 경 지금의 터키 내륙에 위치한 제우그마(Zeugma)라는 곳에서 발굴되었다. 이 도시는 알렉산더 대왕의 장군 중 한 명이었던 셀레우쿠스 1세 니카토르(Seleucus I Nicator)가 자신의 이름을 따서 Seleukia-on-the-Euphrates으로 알려진 도시이기도 하다. 기원전 64년 로마제국에 의해 현재의 제우그마라고 불리게 된다. 유프라테스 강 인근에 위치해 있는 이 도시는 현재 바레인댐의 건설로 일부 강물 속에 잠겨 있으며, 고대 그리스 로마 유적들이 유실될 것으로 우려해 최근 집중적으로 발굴되기도 했다. 제우그마 모자이크 박물관은 세계에서 가장 큰 모자이크 박물관이기도 하며 한 ..

고전학 공부의 기초, 브루스 손턴

고전학 공부의 기초 : 서구 문명의 뿌리를 이해하는 법 (A Student's Guide to Classics) 브루스 손턴Bruce Thornton(지음), 이재만(옮김), 유유 인문학을 제대로 공부하기 위해선 서양 고전 - 고대 그리스/로마 시대의 문학, 역사, 언어, 철학 등 - 에 대한 이해는 필수다. 동양학을 하더라도 이젠 기본적으로 서양 고전에 대한 이해는 가지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는 내 개인적 소망일 지도 모르겠구나. 고대 그리스 로마는 너무 멀리 있는 시대이기도 하거니와, 인문학 전공자들 가운데 서양 고전에 대한 제대로, 아니 기본적인 이해도 가지지 못한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실은 서양 고전에 대한 이해가 없어도 대학 강의를 하거나 인문학 서적을 출간하는 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 ..

롱기누스의 숭고미 이론, 롱기누스

롱기누스의 숭고미 이론롱기누스(지음), 김명복(옮김), 연세대학교 출판부. 2002년 수사학 책이다. '숭고sublime'에 현혹된 셈이다. 역자인 김명복 교수에 의하면, 숭고의 개념은 수사학에서 시작되어 문화와 예술 전반에, 그리고 자연에까지 그 영역을 확장되었다고 한다. 그러니 내가 알고 있는 '숭고'(예술과 미학에서의)와 롱기누스가 이야기하는 바 '숭고'(수사학에서의)는 다른 것이다. 이 책은 웅변술, 저술에서의 표현과 수사법에서의 숭고에 대해서 논의한다. 진정한 숭고미란 내적인 힘이 작용함으로, 우리의 영혼이 위로 들어올려져, 우리가 의기 양양한 고양과 자랑스런 기쁨으로 충만하게 되고, 우리가 들었던 것들을 마치 우리 자신이 그들을 만들어냈던 것과 같이 생각하게 만드는 데 있다. - 29쪽 그래서..

세바스티아노 델 피옴보, '나사로의 소생(부활)'

'나사로의 소생'(The Raising of Lazarus)세바스티아노 델 피옴보(Selbastiano del Piombo, 1485 - 1547)Oil on canvas, 1517-1519381cm * 299cm, National Gallery, London 시기적으로 르네상스 고전주의와 매너리즘에 속하는 세바스티아노 델 피옴보는 그의 고향 베네치아의 색채와 그가 화가로의 삶을 살았던 로마의 선을 가지고 있었다. 그의 대표작 중의 하나인 '나사로의 소생'은 저명한 미술사가인 케네스 클라크로 하여금 '로마적인 형태와 베니치아적인 색채의 조합을 보면, 피옴보가 17세기 고전적 풍경의 진정한 창시자였음을 알 수 있다'는 언급을 하게 하였다. 특히 인물들 뒤로 펼쳐지는 풍경은 마치 니콜라스 푸생의 바로크적 풍..

그리스, 로마의 미술

그리스 고전주의 플라톤이 인간 존재를 완전한 세계(존재의 세계)에서 불완전한 세계(생성의 세계)로 추방된 존재라고 말했을 때, 그 속에는 존재의 철학자 파르메니데스와 생성의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를 동시에 극복하고자 하는 플라톤 철학의 의도가 담겨져 있으며 동시에 불완전한 세계에서 완전한 세계로 향해 가고자 하는 그의 열망을 표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스 고전주의의 절정기가 막 끝나가는 무렵을 살았던 플라톤 철학은 종종 그리스 고전주의의 철학적 반영으로 이야기되곤 한다. 그것은 그가 이데아를 상정했다는 점에서도 그러하지만, 그보다 ‘완전으로부터 불완전이 나왔으며 이 불완전은 영원히 완전을 향하여 분투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플라톤 철학이 가지는 기본적인 태도에서 기인된 것이다. 플라톤 철학이 그러했..

로마인 이야기 10권 -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

로마인이야기 10 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석희 (옮김), 한길사 기원전 작은 도시 국가였던 로마가 광대한 영토를 지배하는 제국으로 군림할 수 있었던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기반(infrastructure)시설이다. 이 책은 로마 제국의 ‘인프라’에 대해서만 기술하고 있다. 시오노 나나미의 표현대로 ‘쓰는 일이 어려웠던 만큼 읽는 것도 당연히 어려울’ 책이다. 이는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물들 중에서 이 책이 가지는 차이점이겠지만, 그만큼 중요한 책이라는 의미도 가진다. 책은 ‘하드 인프라’와 ‘소프트 인프라’로 나누어져 있으며 ‘하드 인프라’에서는 가도, 다리, 가도를 이용한 사람들, 수도에 대해서 이야기하며 ‘소프트 인프라’에서는 의료, 교육에 대해서 설..

로마 시대의 회화

로마 예술 양식을 이야기할 때, '환영주의'라는 표현을 사용하는데, 위의 그림에서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벽화인데, 꼭 창문인 것처럼 그렸다. 그래서 창 너머로 다른 건물이 있는 듯하다. 그 옆의 그림은 꼭 액자 속에 담겨져 있는 듯 하다. 그리고 그 너머에는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있는 것처럼 보인다. 2차원의 평면에 3차원의 세계, 그리고 그 세계 너머의 어떤 다른 세계를 그리고 있는 것이다. *** 오래 전에 업로드한 이미지다. 폼페이 유적에서 나온 벽화 사진으로, 시중에 나온 서양 미술사 책에는 거의 나오지 않는 로마 시대의 회화 양식에 대해서 알게 해준다. 실제 로마 시대 내내 회화는 실내 벽 장식으로 주로 그려졌다. 북아프리카에서는 나무판에 그려진 초상화들도 있지만, 로마 전역에 유행했기..

Inside Nostalghia 전 - 타라 맥퍼슨

Inside Nostalghia, by DCG and Jonathan LeVine Gallery October 31st - December 30th 2008 http://www.dorothycircusgallery.com/ 이젠 정말 예술가 천지인 것같다. 이 말은 그만큼 새롭고 혁신적인 예술이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무수한 예술가들이 자신만의 독창적인 세계를 보여주고 싶어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그 독창적인 세계를 서로 닮아있으며 서로 끌어당기기도 하고 밀어내기도 하면서 영향을 주고 받는다. 종종 한국 작가들에게 느끼는 실망감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끊임없이 새로움을 보여주어야 해도 모자랄 판국에, 어디선가 본 듯한 작품을 갤러리에서 보게 되었을 경우의 당황스러움이란 때론 화가 나기도 하고 때론 슬프기..

고대 로마의 일상생활, 제롬 카르코피노

고대 로마의 일상생활 - 제롬 카르코피노 지음, 류재화 옮김/우물이있는집 고대 로마의 일상생활 제롬 카르코피노 지음, 류재화 옮김, 우물이 있는 집, 2003년(1939년) 현대 생활에 익숙해진 우리는 고대의 삶이 어떤 모습인가에 대해 무지하기 뿐만 아니라, 심각할 정도로 무관심하다. 그래서 전등이 사라진 밤 도시의 풍경을 떠올리라고 하든지, 큰 교회나 절, 혹은 궁궐이 고대인들에게 어떤 느낌이었을까 상상해보라고 한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도 부족해서, 나는 고대 로마의 규모에 대해서 설명할 때면, 인구 백 만 명의 도시에서 하루에 나오는 쓰레기의 규모나 소비하는 물, 또는 음식의 양에 대해서 생각해보라고 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이 정교하게 이루어진 일련의 체계로 일사 분란하게 가동되어야만 인구 백 만의..

미켈란젤로, 하인리히 코흐

미켈란젤로 하인리히 코흐(지음), 안규철(옮김), 한길사 하인리히 고흐의 전기는 미켈란젤로의 일부에 주목하고 있다. 이는 이 책 서두의 ‘성격에 대한 논란’이라는 챕터에서 잘 드러난다. 그리고 전기의 일부는 이 논란에 대한 반박으로 이루어진다. 그래서 이 책 속에서 미켈란젤로는 예술가이면서도 피렌체 장사꾼처럼, 자기 스스로는 검소하게 살았지만 은행과 부동산 투자로 대단한 부를 가진 이로, 가족에 대한 사랑으로 끊임없이 가족을 경제적으로 부양했던 이로 묘사되고 있다. 이 때문에, 예술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예술가, 미켈란젤로는 매우 평범하고 일반적으로 그려질 뿐이다. 예술(조각)에 대한 미켈란젤로의 뜨거운 열정과 끊임없는 번뇌와 고민이 드러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이는 미켈란젤로에 대한 다른 책에서도 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