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5 7

미켈란젤리와 잭 케루악

1.한동안 미친듯이 들었던 아르투로 베네데티 미켈란젤리. 한참만에 꺼내 듣는다. 한껏 마음이 부풀어오른다. 너무 혼란스러운 세상. 이틀 만에 레오 14세 교황님이 선출되었다. 다행이다. 지금 전 세계를 보라. 제대로 된 정치가가 어디 있는지. 종교 지도자라도 제대로 자리를 잡고 있어야 할 판이다. 여기 이 땅도 새로운 지도자가 나올 것이니. 그나마 오늘 우리를 위로해주는 건 한 잔의 술과 임윤찬, 살아있는 몇 명의 작가들과... 대부분 이미 죽은 예술가들 뿐이다. 그리고 지금 미켈란젤리의 오래된 피아노 소리... 2.술 이야기로 시작하는 보기 드문 소설. 심지어 잭 케루악은 과음으로 죽었다. 진정 비트문학! 이 책을 읽고 "On The Road"를 읽어야지. 하지만 술은 멀리. ... 그러나 술들의 유..

한국 정치, 햐 ...

몇 주에 메모해둔 글을 옮겨적는다. 막상 읽어보니, 너무 거칠다. 한국이 이 지경이 된 것은 무책임한 언론들과 그 언론들을 맹신하는 국민들, 그 언론을 이용하고(혹은 이용당하며) 공생하는 대다수의 정치인들과 관료집단, 그리고 일류대학을 나온, 소위 이 나라의 기득권 엘리트 집단들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을 안다고 해서 이 나라는 바뀌지 않는다. 소수의 국민들이, 윤석열의 뻘짓으로 인해 다수의 국민들로 바뀌었다고 해서 바뀌지 않는다. 고작 윤석열 당선 이전으로 바뀌는 것일 뿐이다. 그 사이 나라는 얼마나 퇴보했는가. 한국이 여기까지 오게 된 계기는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만들어 놓은 기반의 힘이지, 이명박?, 박근해?, 문재인 정부의 역량이 아니다. 더구나 윤석열 정부의 여러 실책으로 인해 한국은 10년 이..

살아있는 산, 낸 셰퍼드

살아있는 산 - 경이의 존재를 감각하는 끝없는 여정낸 셰퍼드(지음), 신소희(옮김), 위즈덤하우스 술자리에 남북 통일의 여러 이유들 중 하나로 '개마고원에서 하루나 이틀 야영(캠핑)하는 것'을 이야기했다. 한반도 면적의 약 20%를 차지하며 평균 해발 고도가 700미터에서 2000미터 사이에 있는 고원지대. 한반도의 지붕이라 불리는 곳. 이 책을 읽으며 '개마고원'을 떠올렸다. 한국도 캐언곰 같은 곳이 있다면 아마 개마고원일 것이라고. 산을 아는 사람만이 쓸 수 있는 글이다. 등산 장비이 지금처럼 발달하지 않았을 20세기 중반에 낸 셰퍼드는 참 잘 다녔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남자이지 않을까 추정했다. 가끔 여자 이름을 쓰는 남자도 있는 법이니. 하지만 여성 작가였다니. 아래는 책을 읽으..

세계-사이, 최정우

세계-사이 최정우(지음), 타이피스트 워낙 시간이 파편적으로 변한 탓에, 자연스럽게 짧게 읽을 수 있는 산문집에 먼저 손이 가게 된다. 꾸준하게 하루에 한두시간 씩 집중할 수 있는 여유를 가져야 하는데, 이게 참 쉽지 않다. 최정우의 글을 읽다보면, 문장에 대한 욕심으로 인해 지적 측면이 희석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곧잘 하게 된다. 자주 읽은 것은 아니지만. 이 책은 파리에 머무르면서 그동안 쓴 글들 - 일기를 포함해서 - 을 모아 펴낸 것이다. 일상 이야기도 있고 문학이나 철학, 예술에 대한 글도 있다. 대부분 길지 않아 편하게 읽을 수 있다. 의외로 금방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고전적이고 낭만적인 기준에서의 근대 예술이 예술 작품이라는 사물 자체의 유일무이한 아우라aura로부터 가능했던..

인천 장봉도 진촌해변 캠핑

자주 캠핑을 가고 싶지만, 쉽지 않다. 이번에도 혼자 텐트를 세우려고 해보았으나, 되지 않았다. 지난 번 캠핑 때는 혼자 기립시켰는데. 살짝 해변으로 경사진 모래 언덕 위에 피칭하려다 보니, 더 어려웠던 것같다. 이번 캠핑은 M의 주도로 S와 함께 했다. 내 아들은 가지 않겠다고 하다가 출발 바로 직전에 따라 나선 후, 해변가 텐트 안에서 아빠의 핸드폰으로 무려 삼만원 이상의 소액 결제를 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목적지는 장봉도 진촌해변이었다. 영종도 삼목항에서 신도를 경유해 장봉도를 가는 배편을 타야 한다. 자동차를 끌고 간 적은 이번이 처음인데,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무언가를 하기 어려워지는 듯하다. 익숙한 것과 멀리 떨어지고 낯설고 새로운 것들을 더욱 많이 경험해야 하는데,..

알렉산드로스, 침략자 혹은 제왕, 마이클 우드(지음)

알렉산드로스, 침략자 혹은 제왕마이클 우드(지음), 남경태(옮김), 중앙M&B '동서양의 역사를 바꾼 대원정과 쓸쓸한 귀환'이라는 부제가 상당히 인상적인 책이다. BBC 다큐멘터리를 책으로 옮긴 것으로, 이 분야에 있어 마이클 우드(Michael David Wood)는 압도적이다. BBC에서 진행한 많은 역사 다큐멘터리를 주도하였으며, 이와 관련된 책들을 집필하였고, 대학 강단에 서기도 했다. 하지만 마이클 우드가 쓴 책들이 많이 번역되어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몇 권 되지 않는다. 인터넷이 발전하고 한국이 글로벌 사회의 주요 일원된 지금, 예전만큼 세계사에 관심을 덜 가지는 듯하다. 그 나라의 역사를 알고 지금 현재를 보면 더 흥미진진하지만, 그걸 깨닫지 못하는 것이다. 가령 제국의 후예들 - 터키..

코르시아 서점의 친구들, 스가 아쓰코

코르시아 서점의 친구들스가 아쓰코(지음), 송태욱(옮김), 문학동네 이것으로 스가 아쓰코의 수필집은 다 읽은 건가. 지금 찾아보니, 문학동네에서만 번역된 줄 알았더니, 그 이후 다른 출판사에서 몇 권이 더 번역되었구나. 스가 아쓰코의 수필이 주는 매력은 분명하다. 그냥 잔잔하다. 읽다 보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때로 이탈리아 문학 이야기도 나오고 일본 이야기도, 이탈리아 친구들 이야기, 카톨릭 좌파와 코르시아 서점 이야기도. 이 책은 이탈리아 친구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다. 가령 이런 시를 쓴 친구이야기도. 나에게는 손이 없네부드럽게 얼굴을 쓰다듬어줄 ... ... 다비드 마리아 투롤도(David Maria Turoldo)의 첫 번째 시집 에 실린 시다. 신부이면서 시인이었던 투롤도. 남편이 죽고 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