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리타 2

말하라 기억이여,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말하라 기억이여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지음), 오정미(옮김), 플래닛 오래, 이 책을 잡고 놓지 못했다. 아는 이(나는 이 분을 실제로 만난 적이 없다)에게서 소개받은 이 책은, 역시 나보코프라는 찬사를 지나, 작은 기억, 혹은 그 흔적에서 시작되어 재구성되고, 형상화되며, 눈 앞에서 벌어지는 듯한 생생함, 그리고 그 뒤에 표현되는 숨겨진 의미와 고백, 또는 독백으로 이루어져, 문장은 느리게 읽히고, 자주 호흡을 가다듬게 만들었다. 그래, 이 책은 내 놀라움과 동경으로 축조된 오래된 성(城)과 같았다. 요람은 심연 위에서 흔들거린다. 그리고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건대, 우리는 단지 영원이라는 두 어둠 사이 잠시 갈라진 틈을 통해 새어나오는 빛과 같은 존재다.(19쪽) 나보코프는 러시아 태생으로 볼세비키 혁명..

루브르의 그뢰즈

로코코 시대의 성적인 메타포가 가득찬 작품을 어수선한 루브르 미술관 안에서 보았을 때, 대단한 감동이 밀려들진 않았다. 다만 책에서 보던 어떤 작품을 실제 보았다는 것 뿐. 장 밥티스트 그뢰즈는 18세기 시민-부르주아의 이데올로기를 대변한 화가로 알려져 있지만, 그런 와중에서도 그는 충실히 18세기 로코코적 여성들을 그렸다. 볼은 홍조를 띄고 창백한 피부와 마른 듯한 몸매에 성적인 분위기를 부각시키는 방식으로, 현실적인(정치-경제적인) 고통과 육체적 쾌락을 대비시켰다. 하지만 루브르에서 위 작품을 보고 아무런 배경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그걸 알기란 어려운 일이다. 소녀는 깨진 항아리 탓에 치마 가득 꽃을 들고 있다. 이 흥미로운 배치로 인해, 이 작품은 노골적인 로코코적 취향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