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 3

어느 일요일 새벽

비 오는 토요일, 거칠고 가느다랗게 물이 내려가 커피에 닿는 순간, 참 오랜만이다,라고 속삭였다, 스스로. 내가 나에게 낯설어져 가는 40대구나. 실은 나이가 든다는 것에 대한 지각은 없고 누군가가 나이가 들어가는구나를 보며, 내 나이를 되새기게 된다. 아침에 내린 커피를 다음날 새벽까지 마시고 있다. 집중하기 어려운 환경은 마음까지 어수선하게 만든다. 미하일 길렌의 음반을 꺼내 듣는다. 베토벤이다. 베토벤도 참 오래만이다. 그동안 어떻게 살고 있었던 걸까, 나는.

김포공항을 날아오르는 베토벤

커다란 유리창, 여름의 열기와 도시의 먼지가 덕지덕지 붙은 흐릿함 너머로 김포공항이 한 눈에 들어왔다. 수 년 전 국제선이 사라지면서 김포공항은 예전의 땅을 상당수 잃어버렸다. 실은 하늘에서 내려앉는 비행기 속에서 바라보는 김포공항은 초라할 정도로 너무 작다. 수심 얕은 바다 옆에 바로 붙은 인천공항과 비교한다면, 김포공항은 집들로 둘러싸인 고립된 섬과 같다. 창 너머로 김포공항에서 이륙하는 비행기들이 보였다. 하나, 두울, 세엣... ... 1분, 2분, 3분, ... 13분, 14분, 15분, ... ... 가벼운 옷감의 운동복이 다 젖도록 나는 달렸다. 맨 처음 런닝 머신 위를 달렸을 땐, 꽤 적응하기 어려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두 세 번만에 적응했다. 나는 의외로 적응력이 좋다. 공중으로 자신..

바쁜 주말

15일 스승의 날이라, 아트페어 준비 행사를 끝내자 마자 바로 수서까지 내려갔다. 수서에서 새벽까지 있다가 홍대로 넘어와, 맥주 한 잔을 더 하고 집으로 왔다. 토요일엔 오랜만에 오후까지 잠을 잤다. 그리고 밤에 다시 간단하게 맥주와 와인을 마셨다. 오늘, 일요일 아침에는 일찍 가평에 있는 쁘띠 프랑스엘 다녀왔다. 너무 먼 거리인지라, 아침 9시 반에 출발했으나, 그 곳에서 일을 보고 넘어오니 오후 4시 가까이 되었다. DSLR 카메라를 들고 갔으나, 사진을 찍을 여유는 없었다. 저녁에 잠시 잠을 잤다가, 밤 9시에 일어나 라면 하나를 끓여먹곤 지저분한 내 방을 보면서 투덜거렸다. 뉴욕타임즈에 실린 미네르바 기사를 프린트해서 몇 구절 읽었다. http://www.nytimes.com/2009/0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