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 6

극단의 시대, 하권, 에릭 홉스봄

극단의 시대: 20세기 역사, 하권에릭 홉스봄(지음), 이용우(옮김), 까치  얼마나 세상이 변했는가를 잊고 지내곤 한다. 터무니없는 질문이지만, 15세기 조선 사람이 타임머신을 타고 서울 한 복판으로 온다면 어떻게 될까? 내가 들었던 여러 대답들 중에 '너무 시끄러워서 기절한다'는 의견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실은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환경은 인류 역사 상 최초로 경험하는 것들이다. 가끔 제 정신으로 이 세계를 살아가는 인간들이 도리어 놀랍기까지 하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인류의 80퍼센트에게 중세는 1950년대 갑자기 끝났으며, 아마도 더욱 많은 경우, 1960년대에 중세가 끝났다고 느껴졌다. (400쪽)  위 말은, 195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인류의 상당수는 중세부터 살아오던 삶의 방식을 ..

극단의 시대, 상권, 에릭 홉스봄

극단의 시대: 20세기 역사 (상권) 에릭 홉스봄(지음), 이용우(옮김), 까치  20세기가 지난 지 벌써 20여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20세기의 그늘에서 살고 있는 기분이 드는 건 왜일까. 20세기 초반에도 19세기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여겼을까. 책을 읽으며, 많은 생각들이 오고 갔다. 평화란 일시적이고 지구 어딘가에선 지금도 전쟁이 일어나고 있음을 새삼 알았다. 한국(South Korea)은 그나마 운이 좋은 경우임을. 20세기 전반기는 총력전의 시대였고 20세기 후반은 냉전과 종교의 시대였음을.  그러나 책을 읽는 속도는 느리고 번역은 매우 불친절했다. 내가 이 책을 사두고 수십년이 지난 뒤에야 읽게 된 것은 에릭 홉스봄의 스타일도 있을 수 있으나, 번역의 문제도 한 몫 했을 듯 싶다. ..

세계사라는 참을 수 없는 농담, 알렉산더 폰 쇤부르크

세계사라는 참을 수 없는 농담 알렉산더 폰 쇤부르크(지음), 이상희(옮김), 추수밭 기대했던 것만큼 깊은 통찰력을 주진 못했다. 책을 읽는 내내, 저널리스트가 썼다는 걸 숨길 수 없을 정도였다. 즉 깊은 이해와 통찰을 바탕으로 한 책이라기 보다는 다양한 인물들과 역사적 사실들, 그리고 이와 관련된 인용들을 재미있게 엮은 책에 가깝다. 그래서 책은 쉽게 읽히고 무척 재미있다. 나같은 독자에게 이 책은 너무 쉽게 읽혔다고 할까. 가볍기도 했고. 하지만 일반 독자들은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며, 다양한 지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세계사라는 참을 수 없는 농담 - 알렉산더 폰 쇤부르크 지음, 이상희 옮김/추수밭(청림출판)

죽음을 향한 침묵

2015년, 기억해둘 만한 해가 되었다. 2016년, 아직 프로젝트는 끝나지 않았고 주말에 쉰 적이 없다. 스트레스로 인한 폭음 뒤, 몸져 누워 나가지 않은 때를 제외하곤. WLB(Work & Life Balance)라는 단어를 이야기했던 때가 부끄러워졌다. 일요일 출근 전, 르 클레지오를 짧게 읽었다. 불과 1년 만에 이렇게 동떨어진 일상이 되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스물 여덟 무렵, 자신만만하게 젊은 날의 르 클레지오를 사랑한다고 이야기했는데, 그의 놀라웠던 데뷔작, , 그 이후의 슬프고 감미로웠던 , , ... 십 수년이 지나고 노년의 르 클레지오는 서울에 와서 살기도 하고 노벨 문학상을 받았는데, 이제 르 클레지오는 내 일상 밖으로 물러나 있었다. 내 탓도, 세상 탓도 아니다. 애초에 이렇게..

추억의 이름, 파트릭 모디아노

최근 읽고 있는 산문집에서 그리운 이름 하나를 발견하고 기뻤다. 그 이름은 파트릭 모디아노. 프랑스의 대중적인 소설가(?), 라고 하면 그런가. 다른 이들 - 미셸 투르니에, 르 끌레지오 등 - 과 비교해 어떤 문학성으로 승부한다기 보다는 서정성, 분위기 등으로 독자를 사로잡는다고 할까. 내가 그의 소설을 읽기 시작했던 때 언제였는지 아련하다. 고등학교 때부터였나. 그리고 대학시절까지 그의 소설을 열심히 읽었다. 지금 스토리가 기억나진 않지만, ... 지금 그의 소설을 읽으면 어떤 느낌일까. 궁금해진다. 번역된 그의 소설 몇 권을 리스팅해본다. (예전 내가 읽었던 소설들은 이제 품절이거나 절판이다. 이런..)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 파트릭 모디아노 저/김화영 역 도라 브루더 파트릭 모디아노 저/김운비 역 ..

광고판이 붙은 버스, 최승호

아침에 일어나 서재 정리를 하면서 방바닥에 뒹구는 시집 한 권을 펼쳐 들어, 몇 편 읽었다. 최승호의 1991년도 시집이다. 이 때 시집 가격은 2,500원. 하긴 그 때 학교 앞 식당에서 김치볶음밥 가격이 1,800원 하던 시절이었다. 그 때 나는 한 끼 굶고 시집을 샀다. 요즘엔 새 시집을 거의 사지도, 읽지도 않지만. 확실히 현대란, 서사시의 시대이지, 서정시의 시대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현대 문학을 보면 서사시도, 서정시도 드물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 포스트모더니즘 때문일까, 아니면 그만큼 불투명하고 모호해진 현대 세계 때문일까. 최승호의 ‘세속도시의 즐거움’(세계사, 1991년)에 실린 시다. 마치 정권 바뀐 후의 우리 일상을 보여주는 듯해, 마음이 아리다. 광고판이 붙은 버스 운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