얇게, 겨울을 재촉하는 가을, 비가 내리고 우리들의 일상은, 놀랍도록 조용히 흘러간다. 지하철에서 내려 걸어가는 동안, 나는 간밤 바람에 떨어진 나뭇잎들을 밟았다. 사무실로 걸어가는 동안, 지나치게 되는 어느 중학교 뒷편은 고요했고 무채색 아파트 벽에는 정적만이 흘렀다. 어제 어쩌다가 보니, 시를 읽게 되었다. 알지 못하는 시인이었지만, 오래, 어떤 손이 가지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비가 그치고, 바람이 그치고, 우리 삶도 그치테지만, 어떤 시들의 여운은 문명의 끝까지 가면 좋으리라. 손의 의미 박서영 기타를 잘 치는 긴 손가락을 갖기 위해손가락과 손가락 사이 갈퀴를 찢어버린 사람,그러고 보면 호미를 쥐는 손은 호미에 맞게펜을 쥐는 손은 펜에 맞게 점점 변해가는 것 같다그건 자신의 울음에 알맞은 손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