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다 3

1월, 일상.

한 해, 한 해 흐를수록 예상치 못한 몸의 변화, 마음의 변화가 어색해지고 슬퍼진다. 마음은 늙지 않고 몸만 늙고 세상의 변화에 따라가지 못하는 건 아닐까 염려가 된다. 영화 같지 않은 인생이지만, 영화처럼 이런 저런 일들이 일어나면, 정신없다. 조직의 문제는 늘 스트레스다. 지난 목요일엔 두 명이 그만 두겠다고 말했다. 무관심한 것처럼 보이지만, 나는 의외로 너무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리고 그 스트레스로 민폐를 끼치기도 한다. 예전같이 글을 쓸 수도, 잘 쓰지지도 않아 매번 꽉 막힌 마음들은 어두운 검은 벽으로 가서 탁, 턱, 탁, 턱 하고 부딪히기만 한다.    동굴같은 서재에 종일 앉아 있다가 나갔더니, 집 안 가득 황혼의 햇살이 밀려들었다. 그리고 등을 지고 사진을 찍었다. 내 그림자가 보였..

짧은 휴식, 혹은 분실

하늘의 푸른 빛이 보이지 않았다. 목이 답답해졌다. 올해도 어김없이 봄의 시작을 대륙에서 날아온 모래먼지들이 알려주었다. 반도의 봄은 그렇게 시작되었고, 그 남자의 삶도 불투명한 대기 속으로 빠져 들었다. 한 남자가 길을 서성거렸다. 거리는 어두워졌고 차들은 헤드라이트를 켰다. 와이퍼가 비소리에 맞추어, 자동차 소리에 맞추어, 사람들의 걸음 속도에 맞추어, 메트로놈처럼 왔다, 갔다, 왔다, 갔다, 그 남자도 건널목 앞에서 왔다, 갔다, 왔다 하였다. 비가 내렸지만, 어둠 속에서 비는 자신의 모습을 숨기고 있었다. 비의 존재를 소리로, 살갗에 닿는 익숙한 차가움으로, 펼쳐진 우산 표면의 작은 떨림으로 확인할 수 있었던 어느 저녁, 그는 지하철역 근처 실내포장마차로 향했다. 포장마차 입구 골목길 밖에 놓여진..

독서모임 - 1월의 책

작년에 책 모임을 두 차례 진행했고 올해는 아직 시작하지 않았어요. 모임에 참석하려는 사람이 너무 적어 해야 하나 망설임도 없지 않습니다. 하지만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나도 알지 못했는 내용을 새로 깨닫게 되거나 정리를 하게 됩니다. 의외로 많은 것들을 얻을 수 있어요. 그러다 보니, 블로그에도 올리게 되네요. 유시민 선생이 의외로 공을 들여 쓴 책이더군요. 객관적으로 서술하고자 노력했습니다. 굳이 객관적으로 쓸 필요없는 부분에까지 냉정하게 서술하는 걸 보면서 힘들었겠다 생각했어요. 일반독자가 읽을 수 있는 한국현대사 책이 의외로 많지 않습니다. 저는 19세기 조선부터 현재에 이르기는 과정에 대한 냉정하고 객관적인 분석이 있어야 한국의 미래를 조망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의외로 이 시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