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자 2

내 마음, 쓸쓸한.

이우환, 사방에서(From the four direction), 1985 다행이다. 이우환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가라앉고 차분해지니. 내가 조금 더 나이가 들었고, 내가 조금 더 일찍 돈을 벌기 시작했다면 이우환의 작품을 살 수 있을련지도 모르리라. 기회가 닿으면 포스터 액자라도 구해야 겠다. 가을, 살찌는 계절이지만, 나는 지쳐가기만 한다. 아마 내 나이 또래의 다른 직장인들도 그럴까? 하긴 이런 때가 있으면 저런 때도 있는 법. 오후 외부 회의를 끝내고 들어온 사무실, 잠시 멍하니 앉아있다가 아래 시를 읽는다. 生의 쓸쓸한 오후를 生의 쓸쓸한 오후를 걸어갈 적에 찬란하여라 또 하루가 가는구나 내 무덤에 풀이 한 뼘쯤은 더 자랐겠구나 - 최승자 ( 2013년 가을호 수록) (* 위 시는 htt..

사랑하는 손

사랑하는 손 거기서 알 수 없는 비가 내리지 내려서 적셔 주는 가여운 안식 사랑한다고 너의 손을 잡을 때 열 손가락에 걸리는 존재의 쓸쓸함 거기서 알 수 없는 비가 내리지 내려서 적셔 주는 가여운 평화 문득 최승자의 시를 떠올렸다. 지난 2004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반복되는 실패와 상처들 속에서 나는 성숙해지지만, 너덜너덜해지는 마음은 어쩔 수 없는 일인가 보다. 마흔 가까운 나이에도 이렇게 민감하다니, … 후배가 ‘형, 아직 살아있구나’라고 했다. 벗꽃 날리듯, 내 마음이 조각조각 흩어져 날리는 풍경을 보면, 한없이 슬프기만 한데 말이다. 그래, 나는 살아있다. 살아있음을 느끼는 건 늘 상처입고 너덜너덜거릴 때일 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