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 13

금요일의 출근

김포공항 옆에서 2호선 선릉역까지 오는 건, 꽤 고역이다. 지하철 안에서 리 호이나키의 '정의의 길로 비틀거리며 가다'를 읽었다. 대학은 오직 무엇인가를 '말'하려고 할 뿐이며, 교수들은 오늘날의 철학에서 가장 핵심적인 이슈가 말해질 수 있는 것과 보여질 수 있는 것 사이의 차이를 아는 것이라는 비트겐슈타인의 견해에 대해 아무런 인식이 없다고 나는 느꼈다. (13쪽) ... 때때로 우리는 석공이 되고 싶은 때가 있다. 돌을 깨는 데는 의심이 깃들 여지가 없다. 그러나 글을 쓸 때는 페이지마다 의심과 두려움 - 캄캄한 공포가 있다. - 조셉 콘라드 (3쪽) 그 사이 많은 책들을 읽었다. 허균의 누이였으며, 조선 시대 가장 뛰어난 여류 시인으로 알려진 허난설헌에 대한 책을 읽었고, 조르주 아감벤의 '호모 사..

강남으로 출근하다보니,

일찍 일어나기 위해서는 일찍 자야된다. 늦게 자면서도 일찍 일어나는 사람을 부러워 했는데, 부러워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최근에 깨달았다. 하지만 자정이 되기 전에 잠을 청한다는 건 바쁜 현대인에게 꽤 어려운 일이다. 나같이 이것저것 좋아하는 것들이 많은 인간에겐 특히나. 어제부터 삼성동에 있는 사무실에 출근을 시작했다. 작은 Web Service 회사로, 전형적인 IT 기업이면서, Early Adopter와 Early Majority 사이의 캐즘(Chasm)을 넘지 못하고 있다. 캐즘을 넘기 위한 여러 가지 전략이 요구되는데, 그 전략의 일환으로 내가 합류하게 된 것이다. 뭐, 비즈니스의 근본은 다 비슷하고, 불과 4년 전만 하더라도 나는 IT와 전략 컨설팅을 하고 돌아다녔으니. 그리고 미술 시장이 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