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4

낮잠

살짝 감긴 눈으로 희미한 빛이 들어찬다. 한낮의 빛은 소란스럽게 망막을 자극한다. 그제서야 내가 낮잠 중임을 알게 된다. 아이의 웃음소리가 귀를 간지럽힐 때, 얇은 잠은 편안해진다. 겨울 햇살은 따갑지만, 따스하고, 누군가 옆에서 떠들고 부산스럽게 움직이고 있는 동안, 나는 미동도 없이 잠을 잔다. 세상이, 사람들이, 우리 가족이 어떤 시간을 보내는지 알 수 있는 잠이다. 그런 낮잠이었다.

마이클 잭슨, We are the world

마이클 잭슨의 동영상이다. 자막판도 있는데, 이는 페이스북에서만 확인했고 youtube에서는 찾지 못했다. 스튜디오에서 녹음하는 모습인데, ... 세월이 흐른다는 걸 이 동영상을 보면서 느끼는 걸 보면, 나도 꽤 나이를 먹었다. 미국의 팝스타들이 모여 'We are the world'를 노래하기 전에 영국의 팝스타들이 먼저 Band Aid라는 이름으로 모여서 음반을 냈다. 집에 LP가 있는데, ... 어디에 있는지.. 찾기 어려운 지경이니. 이 음악들을 들으면서 추억에 잠긴다면, 당신도 나이 든 것이다. (일요일 밤에 술 마신 지도 정말 오래 되었구나. !! )

크리스마스 이브

또 필름이 끊어져버렸다. 매번 다짐을 하지만, ... 결국엔 ... 또 민폐를 끼치고 말았다. 나이가 들수록 허공 속에서 내 기억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잦아진다. 술을 마시는 횟수는 줄면서 말이다. 와인 몇 병을 마셨고, ... 그 맛에 반해 달리고 말았다. 좋은 와인은 사람을 미치게 하는 구석이 있다. 하지만 오늘은 크리스마스. 종교를 믿지 않지만, 종교가 한없이 좋은 의미로 세상에 사용될 때를 아는 탓에, 그 종교를 믿어보기로 하자. Band Aid의 노래다. 영국 팝뮤지션들이 모여 아프리카를 원조하기 위해 불렀던 노래.... 크리스마스가 되면 나는 이 노래를 떠올린다. LP로도 가지고 있는데...아, 그러고 보니, 내 오래된 오디오를 처리해야 하는데.. ~ 다들 행복한 밤 되시길~. (Band Aid..

크리스마스 이브

몇 달 전 턴테이블이 두 개 있을 때의 지저분한 내 방의 일부 어제 방 청소를 했다. 방청소라고 해 봤자 특별한 것도 없다. 이리저리 널린 책과 음반을 한 곳으로 모아놓고 방바닥을 한 번 쓸고 한 번 닦는 것이 전부다. 하지만 이것도 두 시간이 걸리니, 방 위에 놓인 게 책과 음반뿐만 아니라 몇 달 동안 쌓인 잡동사니까지 있기 때문이다. 이번 주가 크리스마스가 있다는 사실을 며칠 전 TV 뉴스를 보고 알았다. 시간 감각이 없어진 탓이다. 하긴 크리스마스야, 아이들 세상이니 아주 어정쩡하게 끼인 나이에 크리스마스에 대한 감흥 따위를 기대한다면 그건 무리다. 방에 앉아 척 멘지오니의 산체스의 아이들과 케니 드류의 피아노, 벨앤세바스티안의 초기 앨범을 오가며 듣다가, 아예 작정을 하고 꺼낸 것이 베트벤 교향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