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베개 2

풀베개, 나쓰메 소세키

풀베개나쓰메 소세키(지음), 오석윤(옮김), 책세상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 의 놀랍고 아름다운 시작은, 어쩌면 이 소설의 시작과 끝을 동시에 암시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결국 소설은 독자가 읽게 되는 첫 문장들에서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한다. 어쩌면 '하이쿠 소설'이라는 후대의 평가도 우호적인 것일지도. 산길을 올라가면서 이렇게 생각했다. 이지(理智)에 치우치면 모가 난다. 감정에 말려들면 낙오하게 된다. 고집을 부리면 외로워진다. 아무튼 인간 세상은 살기 어렵다. 살기 어려운 것이 심해지면, 살기 쉬운 곳으로 옮기고 싶어진다. 어디로 이사를 해도 살기가 쉽지 않다고 깨달았을 때, 시가 생겨나고 그림이 태어난다. 인간 세상을 만든 것은 신도 아니고 귀신도 아니다. 역시 보통 사람이고 이웃끼리 오고 가는..

소세키의 '풀베개'에 누워

산길을 올라가면서 이렇게 생각했다. 이지(理智)에 치우치면 모가 난다. 감정에 말려들면 낙오하게 된다. 고집을 부리면 외로워진다. 아무튼 인간 세상은 살기 어렵다. 살기 어려운 것이 심해지면, 살기 쉬운 곳으로 옮기고 싶어진다. 어디로 이사를 해도 살기가 쉽지 않다고 깨달았을 때, 시가 생겨나고 그림이 태어난다. 인간 세상을 만든 것은 신도 아니고 귀신도 아니다. 역시 보통 사람이고 이웃끼리 오고 가는 단지 그런 사람이다. 보통 사람이 만든 인간 세상이 살기 어렵다고 해도 옮겨 갈 나라는 없다. 있다고 한다면 사람답지 못한 나라로 갈 수 밖에 없다. 사람답지 못한 나라는 인간 세상보다 더 살기가 어려울 것이다. 옮겨 살 수도 없는 세상이 살기가 어렵다면, 살기 어려운 곳을 어느 정도 편하게 만들어서 짧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