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소설 33

우연, 르 클레지오

르 클레지오, 우연, 앙골라 말라, 문학동네 인생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 그리고 그것을 보여주는 여러 가지 방식이 있다. 르 클레지오는 그러한 그것이 가지고 있는 어떤 신비, 어떤 매혹을 보여주고자 한다. 그리고 그 신비와 매혹이 현대 문명에 의해 무너지는 모습까지도 시적인 풍경으로 묘사한다. 무척 아름다운 소설이지만, 르 클레지오의 화법이나 문장에 익숙치 않은 사람은 꽤나 지루해할 만한 소설이다. 지극히 현대적인 소설이긴 하지만, 그것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다. 한국에서도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소설이고 프랑스에서도 무척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소설일 것이다. 다음 기회에 르 클레지오의 문학 세계를 다룬 글을 올릴까 한다. 따지고 보면 르 클레지오의 문학 세계는 이해하기 힘든 구석이 많다. ..

향수, 파트리크 쥐스킨트

향수 (양장) -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강명순 옮김/열린책들 향수 -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열린책들 이 소설을 읽은 독자들이 한결같이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내가 읽기엔 너무 끔찍스러운 이 소설은 영웅주의와 유미주의가 뒤섞인 채, 인간에 대한 혐오와 자기 파괴로 일관되어 있다. 그르누이는 이 소설이 시작할 때부터 인간이 아니었다. 그르누이적 세계-냄새로만 자기 정체성이 구성되는 세계 속에서 그르누이는 인간의 냄새를 가지지 못했기 때문에 인간이 아니다. 인간이 아닌 자라는 정체성은 그가 바로 신적인 지위에 있는 존재라는 것은 소설의 시작부터 은근히 암시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면서 그르누이는 향수 제조인으로서의, 비평적 용어로 말하자면 예술가 소설의 전형적인 주인공에 속한다...

홍수, 르 클레지오

『洪水Le De'luge』, 르 클레지오 지음(* 이휘영 옮김), 동문선. 1988. * 그대들은 죽음을 모르고 있다 * 익명성: 이것은 누구나 혼잡한 거리에서 느낄 수 있는 현대 도시의 비극적 특성들 중의 하나이다. 작품의 주인공인 프랑소와 베송은 이 익명성 속에 자신을 파묻는다. 그래서, 소설은 프랑소와 베송의 뒤를 따라다니며 전개되지만, 프랑소와 베송은 그렇게 두드러지게 나타나지 않고, 도리어 그가 보는 사람들, 거리들, 풍경들만 독자의 눈동자 속 으로 들어온다. 그리고 주인공 대신 독자의 눈동자 속에 들어온 사람 들, 거리들, 풍경들에서 독자는 르 클레지오 특유의 서정적인 분위기 를 제외하곤 아무런 것도 얻을 수 없다. 특별한 사건도, 특별한 줄거 리도, 특별한 인물도 없으며, 아무 것도 특별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