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사회 3

투명사회, 한병철

투명사회 Transparenzgesellschaft 한병철(지음), 김태환(옮김), 문학과지성사, 2014년 “그대가 자유를 사랑한다면 베일을 거두지 마라. 나의 얼굴은 사랑의 감옥이니까.” - 레오나르도 다빈치 (151쪽에서 재인용) 2012년말 한병철의 가 베스트셀러가 되었을 때, 인문(철학)책으로 그 목록에 등장했다는 사실에 적잖이 놀랐다. 때로 지적 허영이 독자들을 올바른 길로 안내하기도 한다. 마이클 샌델의 처럼 이 책을 사놓기만 하고 읽지 않은 이가 더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몇 해가 지난 후 가 사람들의 관심에서 조금 멀어졌을 무렵이 되어서야 나는 읽었다. 그러나 (일반적인) ‘베스트셀러’가 가지는 대중적이고 때로는 속물적이기까지 한 이미지와 달리 상당한 울림이 있었다. 그는 현대의..

우울한 피곤,들 너머의 피로사회

한병철의 를 읽고 난 다음, 그의 책들을 몇 권 더 샀으나, 아직 읽지 못했다. 한병철과 관련된 에피소드들을 읽으면서 그가 철학자가 된 건 참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는 직장인이 되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난 다음, 한참 지난 뒤까지 나는 직장인을 거부했다. 작가나 예술가라는 틀도 싫었다. 꿈을 꾸긴 했으나, 그 꿈을 명료화하는데 실패했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내 몸에서, 내 마음에서 용기가 빠져 나갔는지도 모르겠다. 벚꽃이 갑작스럽게 피었다가 졌다. 예상치 못한 시기에, 준비하지 않는 봄을 맞이한 내 마음은 정처없이 떠돌기만 했다. 그걸 잊으려 야근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요즘 상당히 피곤하다, 우울하다. 우리는 준비한다고 노력하지만, 막상 마주하면 준비하지 못했음을 깨닫는다. 준비해야 ..

카테고리 없음 2021.04.15

피로사회, 한병철

피로사회 한병철(지음), 김태환(옮김), 문학과지성사 베스트셀러가 된 철학책을 읽었다. 한국에서 공학을 전공한 후 독일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현재 베를린 예술대학 교수로 재직 중인 한병철의 . 몇 해 전 이 책으로 떠들썩할 때, 나는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베스트셀러가 되는 건 책의 내용보다는 마케팅의 힘이 더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초 집 근처 구립도서관 서가에 새로 들어온 책 서가에 한병철 교수의 몇 페이지를 읽고 난 다음, 바로 그의 책 세 권을 주문하고야 말았다. 그만큼 인상적이고 놀라웠다고 할까. 단정적인 논조였지만, 일관성이 있었고 나에겐 매우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실은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던 터라고 해야 할까. 21세기의 사회는 규율사회에서 성과사회Leistungsgesell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