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예술 3

미술의 빅뱅, 이진숙

미술의 빅뱅 - 이진숙 지음/민음사 미술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고 글을 쓸 때는 언제나 조심스러워야 한다. 그런데 조심스러워만 한다면 제대로 이야기를 하지 못할 것이고 정직한 글도 쓰지 못할 것이다. 여기에 글쓰기의 딜레마가 있다. 어쩌면 현대 미술 작품이나 현대 작가에 대한 글들이 대부분 어렵게 읽히는 것도 이 딜레마 때문일까. 이진숙의 ‘미술의 빅뱅’(민음사, 2010)은 이 점에서 무척 좋은 책에 속한다. 저자는 자신을 내세우지 않고 작가를 드러내기 위해 노력한다. 작가와 작품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것. 누구나 하고 싶어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꽤나 어려운 접근 방식. 그래서 이 책은 전문적인 미술 비평서도, 그렇다고 대중의 눈높이만 무작정 고려한 미술에세이집도 아니다. 저자는 자신의 목소리를..

갈라파고스 신드롬과 로컬리티, 그리고 한국 미술

오늘 아침에 날라온 예병일 씨의 메일레터에, '갈라파고스 신드롬'이라는 단어가 눈에 띄었다. 갈라파고스는 찰스 다윈에 대해 조금의 관심만 있다는 알고 있을 지명이다. 그런데 갈라파고스 신드롬은 또 무얼까? 몇 해 전 일본의 NTT도코모 홈페이지와 KDDI 홈페이지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그 곳 어딘가에서 일본 사람들이 사용하는 최신 휴대폰들을 보게 되었는데, 그 때 한국에서 유행하던 최신 기종의 폰보다 더 나아보였다. 그런데 일본의 휴대폰 제조 업체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이 없다. 며칠 전 뉴욕타임즈 기사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질 수 있었던 일본의 이동통신 관련 산업은 국제 표준이나 트렌드와는 무관하게 일본 로컬 시장만을 겨냥한 나머지, 글로벌 경쟁력을 상실했다고 평가했다. 그리고 이를 '갈라파고..

소외된 인간 - 오치균 展, 갤러리 현대

내 마음 전부를 향기나는 솜털 이불같은 흰 구름 위에 가볍게 놓아두고 싶지만, 올해 들어서 그랬던 적이 언제였는가 싶다. 어쩌다가, 올해 단 한 번도 그랬던 적이 없었던 것같다. 즐거운 마음으로 보러 가던 전시마저도, 이젠 작가들의 작품 뿐만 아니라 그들의 삶 전체를 이해해야만 된다는 강박증을 가지게 되었고, 내가 그들과 함께 하게 되었을 때 내 역할은 무엇일까 고민하고 있었다. 어느새, 인생은 쓸쓸한 꿈 같은 것이고, 사랑은 떠나갈 어떤 것이라는, 바람직하지 못한 기분이 서른 후반의 나를 사로잡고 있었다. 가끔은 술에 취해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곤 하지만, 바로 다음 날 후회를 하곤 한다. 그 후회의 힘으로 몇 주간 디오니소스의 유혹에 자신을 지키곤 했다. 요즘의 나를 지탱하는 건 과거의 실패와 아픔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