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치 6

주부 모드, 그리고 짧은 생각,들.

매주 제안서에, 제안발표가 이어지고 있다. 수면의 질이 형편없이 떨어졌고 매주 긴장의 연속이다. 피곤한 몸을 끌고 집으로 오는 길. 동네 야채가게에서 부추, 상추, 대파를 사서 왔다. 주부 모드다. 하긴 요즘 집 식사 준비는 거의 내가 하고 있으니. 집에는 아무도 없고, 통영에서 올라온 멍게가 와 있었다. 아이에게 멍게 비빔밥을 해주었다. 컨디션이 좋아 보이지 않아 보이는 아이에게 일찍 자라고 하곤, 혼자 멍게를 회로 먹으며 소주를 마셨다. 밤 늦게 들어온 아내에게도 멍게를 꺼내 회로 만들어 주었다. 다들 잠이 들고 난 뒤, 나는 계속 혼자 술을 마셨다. 그리고 서재에 잠시 누었는데, 전등을 켠 채로 잠이 들었다. 자려고 하지 않았는데, 이렇게 나도 모르게 잠에 든 경우가 좋다. 요즘은 자려고 노력해서 ..

misc. 0909

1. 나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대통령 후보로 뽑았다는 것부터 한국 보수적인 우파 정당의 시스템이 망가졌다고 여겼다. 뒤이어 이어진 일들을 보면서 황당해서 저 정당은 앞으로 백년간 정권을 잡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2. 문재인과 이재명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보면서 한국의 보수적인 중도 정당도 별반 달라보이지 않았다. 다행히 이재명은 그 정당으로부터 큰 지지를 못 받는 것 같았다. 어쩌면 그래서 희망을 가졌는지도 모르겠다. 3. 이번 대통령을 보면서도 나는 1에서 언급한 내 생각에 더 큰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이 정당은 나라의 미래 따윈엔 관심 없고 어떻게 된 정권을 잡아서 한 탕 할 생각만 있다. (그렇다고 딱히 야당을 지지하는 것도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덜 더럽다. 그리고 그 정당에 몇몇 소수는 아직까..

'기울어진 운동장'에 대한 메모

이코노미인사이트(Economy Insight) 2015년 8월에 실린 윤희웅의 칼럼을 통해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단어를 처음 알았다. '기울어진 운동장'은 대한민국 유권자의 정치지형이 어느 한 쪽에 구조적으로 치우쳐 있음을 얘기할 때 인용되는 표현이다. 높은 쪽은 보수세력이고, 낮은 쪽은 진보세력이다. 그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게 되면 낮은 쪽에서 높은 쪽으로 공을 몰고 가서 골을 넣기는 어렵고, 반대로 높은 쪽에서 낮은 쪽으로의 공격은 수월해서 승부는 경기 전에 이미 결정돼 있다는 것이다. - 윤희웅, 중에서, Economy Insight, 2015년 8월호 메모해 둔 노트를 정리하면서 블로그에 옮겨놓는데, 일반적으로 최근의 한국 정치에서기울어진 운동장의 원인으로 보통 아래 3가지를 든다. - 지역구..

2011년을 되돌아보며 - 1. 풍경으로서의 정치

* 이 글은 몇 달 전에 시작되었고 아직 끝나지 않은 글의 일부다. 그 사이 세상은 꽤 변했고 ... 하지만 쓴 글이니.. 끝까지 다 쓰고 올릴 계획이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아 서두부터 올리고 글이 씌여지는 대로 업데이트를 할 생각이다. 2011년을 되돌아보며 01. 풍경으로서의 정치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은 한미FTA를 날치기로 통과시키고 난 뒤, 그 누구도 그 행위에 대한 반성 표명 없이 스스로 일신하겠다며, 박근혜 의원을 중심으로 헤쳐모여 하고 있다. ‘비대위’라는 상징적 기구를 통해 일신의 모양새를 만든 후, 친이계와 현 MB정부를 압박하는 듯한 풍경을 연출하지만, 이건 그저 풍경일 뿐이다. 풍경은 소통하지 않는다. 그저 자신을 드러낼 뿐이며, 보는 이들을 향해 풍경 속으로 들어오라고 손짓한다. 보는..

'빨갱이'의 탄생, 그 단어의 유래.

요즘 '빨갱이'라는 단어가 유행입니다. 아직도 이 단어를 쓰고 있다는 것에 대해, 이 단어를 끊임없이 확대, 재생산하는 정치권과 주류 미디어의 반성이 먼저 있어야 할 것입니다. (아마 그들은 반성하지 않겠지만요) 이 단어는 한국 현대사의 비극을 기억하는 단어이며, 무수한 젊은이들을 죽음으로, 외국으로 내 몰았고, 많은 가족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내었던 단어입니다. 그러니 이 단어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그렇다면 좌파, 우파라는 단어를 사용해야 할까요? 그런데 흥미롭게도 한국의 대다수 정치인들과 지식인들은 좌파 쪽으로 기울어져 있습니다. 아래 도표를 보면 확실히 알 수 있습니다. 한겨레21에서 작년 초봄에 실시한 조사 결과입니다. 저는 이 도표를 보고 난 다음, 해방 직후 미 군정이 실시한..

중앙집권의 비밀 - '이중톈 제국을 말하다'을 읽고

이중톈 제국을 말하다 - 이중텐 지음, 심규호 옮김/에버리치홀딩스 이중톈 제국을 말하다 이중톈 지음, 심규호 옮김, 에버리치홀딩스 완독한 지 벌써 2달이 지났다. 이제서야 읽었음을 알리는 이 짤막한 글을 쓰는 이유로는, 첫째 책을 읽으면서 노트하던 독서습관이 장소를 옮겨가며 책만 읽은 형태로 바뀐 탓이며, 둘째 책을 읽을 수 있는 30분 이내의 시간들은 많았지만 글을 쓸 수 있는 4시간 이상의 시간은 없었기 때문이다.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고 잡다한 생각 끝에 길고 가느다란 상념으로 글을 쓸 수 있는 길고 고요한 시간에 대한 갈증이 쌓여가고 있다. 하지만 너무 멀고 아득하기만 하다. 이 책은 중국이라는 나라의 제도가 어떻게 변해왔는가에 대해 기술하고 있다. 중앙집권을 이루고 왕권(정권)을 오래 유지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