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is 6

파리는 날마다 축제, 헤밍웨이

파리는 날마다 축제 A Moveable Feast어니스트 헤밍웨이(지음), 주순애(옮김), 이숲 어니스트 헤밍웨이(Ernest Hemingway, 1899-1961), 너무 유명한 나머지, 시간이 지날수록 소홀히 대하게 되는 소설가가 아닐까. 너무 이른 나이 - 중학교 때나 고등학교 때 - 에 , , 를 읽게 되고, 성숙하지 못한 정신으로 조각난 이해만을 가진 채, 헤밍웨이와 그의 작품들은 나이가 듬에 따라 잊혀져 간다. 대체로 고전이라고 알려진 것들 대부분은 고등학교나 대학 시절 잠시 우리 곁을 머물다가 사라진다. 소설이든 인문학이든 자연과학이든. 현대 영미 문학사에서도 헤밍웨이의 소설들은 길게 언급되지 않는다. 그만큼 뛰어난 작가들이 많은 탓도 있겠지만, 어쩌면 전후 문학의 특징이 아닐까. 전쟁(의 ..

파리 Paris, 명동 Myeong-dong

아직 대기 틈으로 봄이 스며들기 전, 혹은 그렇게 스며들기를 기대하는 마음을 안은 숙녀들이 지나가던 세종로 인근 카페에 들어가 잠시 머물렀지. 시간은 쏜살 같이 지나고, 그 남자도 지나고 그 여자도 지나고 사랑도 지나고 이별도 지나고, 내 철 없고 순수하던 마음도 그렇게 지나가 버렸지. 하지만 내 몸은 철 없는 채로, 순수한 채로 여기 있는데, 이 몸에 어울리던, 그 마음은 사라지고 지치고 의욕 마저 희미해진, 누군가의 마음만 남아 그 몸과 싸우고 있었지. 그러다가 어느 새 봄이 오고, 황사가 오고, 미세먼지가 내 코와 입을 통해 내 폐로 들어오고, 내 깊은 마음 속으로 들어가, 억지로 잊고 있었던 그 옛 사랑을 떠오르게 하는 따스한 계절이 오고, 그 핑계로, 혹은 다른 핑계로 술을 마시고 자유로운 일탈..

파리에서의 일상

비싸기로 유명한 파리 물가에다, 환율 폭등에, 절약해 쓴다고 했으나 금세 현금이 바닥나 버렸다. 와인 가격이 싸다고 하나, 먹을 만한 와인들은 보통 3~4 유로는 줘야 하니, 요즘 환율로는 7-8천원이다. 마자랭 가에 있는 갤러리를 나와, 메트로와 RER을 타고 숙소까지 오면 하루의 피로가 몰려든다. 저녁으로는 돼지고기를 숯불에 훈제로 구워, 와인과 함께 먹었다. (여긴 과일 가격이 엄청 비싸고 돼지고기, 소고기 가격은 엄청 싸다. 아마 한국도 이렇게 될 듯 싶다. 그리고 생선은 구경하기 힘들고 회는 너무 비싸서 먹을 수 없다.) 연일 사건사고로 정신없는 서울과 달리, 파리는 조용하다. 내일은 피악FIAC이 시작된다. 세계적인 아트페어다. 파리에서의 일정 때문에 Contemporary Istanbul 페..

루브르와 세느강

길을 가다 사진을 찍었다. 며칠 날이 흐리다가 화창하게 해가 났다. 걸어 루브르에 갔다. 예술의 다리 위에서 세느강 동쪽으로 보면서 찍었다. 잠볼노랴의 '헤르메스'다. 날아갈 듯한 가벼움. 매너리즘 조각의 특징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조각작품이다. 폰토르모의 작품이다. 화사한 색감의 무너지는 듯한 라인들은 16세기 후반의 심리적 경향을 보여주었다. 성 제롬이 종교적 황홀경에 빠진 내용을 담고 있는 작품이다. 종교적 황홀경을 표현한 작품들은 많다. 이들 작품들이 어떻게 변하는가를 보아도 무척 재미있는 스토리가 될 것이다.

파리에서의 일상

파리에 온 다음날, 시차에 적응한 듯 느껴졌으나, 일주일 정도 지나니, 새벽마다 잠을 깬다. 밤문화가 발달하지 않은 유럽 도시에서의 하루는 늘 일찍 끝났다가 일찍 시작된다. 아침 식사를 하고 일드프랑스 동쪽 끝에서 전철을 타고 파리 오데옹 역까지 와서, 마자랭 거리의 갤러리까지 오면 오전이 거의 끝나 있다. 원래 일정이 파리에서 이스탄불로 갔다가 바로 서울로 올 예정이었는데, 그냥 파리에서 2주 넘게 머물게 되었다. 어제는 퐁피두의 국립현대미술관엘 갔다. 알베르 망구엘 컨퍼런스가 열린다고 한다. 한국엔 한두권의 책이 번역되어 있는 이 잡학다식한 저술가는 프랑스에선 꽤 유명인사인 모양이다. 20세기 초반 아름다운 추상미술을 보여주었던 보치오니, 그리고 안토니 타피에스, 니키 드 생팔의 작품이 좋았다. 숙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