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우주/비평

기업 문화예술 투자 환경 조성을 위한 세미나

지하련 2009. 3. 23. 23:36

기업 문화예술 투자 환경 조성을 위한 세미나
2009년 3월 13일 금요일
국회 도서관 강당




지난 13일 금요일, 국회 도서관에 다녀왔다. '기업 문화 예술 투자 환경 조성을 위한 세미나'라는 제법 거창한 주제의 세미나에 참석했다. 다양한 참석자들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는 기회였다. 주로 내가 하는 분야에만  신경을 써다보니, 좀 넓은 시야에서 문화예술 정책이나 인프라에 대해서 고민할 일이 적었는데, 이 세미나로 인해 다소 넓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이런 류의 세미나들은 언제나 나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한 가지가 있다. 그것은 '과연 투자할 수 있는 (순수)예술 분야가 있는가'이다. 불행하게도 (천박한) 자본주의 아래에서 투자라는 행위는 분명한 ROI(Return on Invest)가 나와야 하는 행위다.  그렇지 않다면, 그냥 도와주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과격한 의견이긴 하지만) 차라리 "그냥 멋지게 한 판 도와주세요!"라고 말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

이런 측면에서 몇 해 전부터 유행하는 '문화마케팅'이라는 단어에 대해서도 반감을 가지고 있다. 안타깝게도 '문화마케팅'을 이야기하는 이들의 '문화'에는 비-상업적이거나 반-상업적인 목적의 연극, 미술, 퍼포먼스는 포함되지 않는다. 그리고 가난한 연극인들의 소규모 연극이거나 전시장 구하지 못하는 예술가의 작품은 여기에 속하지 않는다. 더구나 예술가나 작품이 강한 정치성을 띠거나 반-기업적 정서를 가진다면, 이건 '문화마케팅'의 대상이 아니다. (그래서 나는 '문화마케팅'이라는 단어 대신, 그냥 '문화를 활용한 기업(비즈니스) 마케팅'이라고 정직하게 말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거의 유일하게 연합뉴스 편집위원이 강일중의 의견만이 내 생각과 비슷했다. 그는 기초 예술 분야가 취약하지, 상업성을 추구하는 문화 예술 장르는 제외해야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책 입안자나 정치인들은 늘 성공 케이스를 찾고, 그 성공의 척도란, 수익성이거나 대중의 인지도와 비례하기 때문에, 늘 기초 순수 예술은 뒷전일 경우가 많다.

그러니 앞에서 말한 것처럼, '멋지게 한 판 도와주세요!'가 낫지 않을까?

이 점에서 기초 순수 예술에 대한 기업 관계자나 정치인들의 인식 부족이 심각해 보인다. 하지만 이 인식 부족은 일반 대중의 인식 부족과 비례한다. 국립 오페라 합창단의 해고 문제는 아무런 여론의 호응도 받지 못한다. 도대체 이 나라에 클래식 음악을 듣는 이가 몇 명 쯤 될 것 같은가? 도리어 가진 자들의 취미라고 홀대받는 건 아닐까? 

사회 전반적으로 기초 순수 예술에 대한 인식과 저변이 탄탄해져야 한다. 발제를 맡은 오픈옥션의 이금룡 회장의 말은, 매우 당연한 표현이지만, 우리가 곧잘 잊어버리는 것이다.

"하드웨어는 돈만 있으면 언제든 가능하지만, 소프트웨어는 돈이 있어도 안 되는 것이다. 이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투자해야만 성공할 수 있는 어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