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2)
아트선재센터, 2008.12.6 - 2009. 2. 15
헌법 2장, 39조 2항에는 "누구든지 병역의 무의 이행으로 인하여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 한다"는 문항이 있다. 지난 2월에 끝난 이 전시의 제목은 위 문항에서 따온 것이다. 하지만 정전(停戰) 상태의 분단 국가에 사는 국민으로, 군대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은 매우 민감한 터널 속에 스스로 걸어들어가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용훈, Paradise, 잉크젯 프린트, 110×110cm, 2008
사진에 붙은 제목이 인상적이다. 실은 거칠고 피곤한 직장 생활을 하는 샐러리맨에겐 예비군 훈련은 '파라다이스'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은 흐릿하고 얼룩진 듯 보이지만, 그렇다고 몽환적이지 않다. 아마 다른 인물들이나 공간이 등장했다면 몽환적으로 보였을 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데 군복과 군대라는 공간은 보는 이, 특히 경험해본 이들에게 몽환적으로 느끼게 해주질 않는다. 우리는 끊임없이 군대 문화를 어렸을 때부터 반복해서 교육받고 훈련 받는다. 문화의 다양성에서 보자면, 군대 문화도 엄연히 하나의 문화다. 어떤 목적을 위해 다른, 대부분의 것들을 무시하는 문화. 하지만 그 문화가 나라 전체를 감싸고 돌 땐 문제가 매우 심각해진다.
김규식, Bombs, Rockets, Missiles, 잉크젯 프린트, 140×108cm, 2008
김규식의 사진은 매우 흥미로운 군대 문화의 시작을 알려준다. 그의 사진은 건조하고 딱딱하지만, 군대 문화가 어떻게 흥미를 끌고 있는가를 알려준다. 이 극적인 상징성은 현대 사진이 보여주는 것보다 이야기하는 것에 더 집중하고 있음을, 그래서 과거 사진이 가졌던 여러 요소들을 과감하게 없앨 수 있음을 보여준다.
노순택, “좋은, 살인”, Lambda print, 2008
군대 문화는 이미 우리 사회 저변에 깔려 눈치채지 못할 정도다. 노순택의 일련의 사진들은 군대 문화와 그 문화가 가지는 영향력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그런데 군대 문화를 왜 극복해야 되는 것일까? 반대로 군대 문화를 변화시킬 순 있는 건 아닐까? 한홍구 교수의 군사주의 극복이란 어떤 의미일까?
백승우 “Utopia”, Digital c-type print, 2008
군대란 만일에 있을 지도 모르는 전쟁에 대비하기 위함이다. 한국의 경우, 군대 문화가 급속도로 퍼진 이유는 단순하다. 50년대, 60년대, 심지어 70년대까지 군대는 최고의 조직 문화, 최고의 기술력, 최고의 효율성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군대에서 무언가를 배워 나온 사람들이 이 나라 곳곳을 (경제적 관점에서) 일으켜 세운 것이다. 고대 로마 제국도 하나의 군대가 그 범위를 확장해 나가 이루어진 나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군대 문화가 가지는 효율성 밑의 폭력성, 비합리성을 알고 있지 않은가. 극복이란 그것을 먼저 인식하는 일부터 시작될 것이다. 이번 전시에 나온 사진가들은 보여주는 것에서 머물지 않는다. 적극적인 현실 개입, 서사로 이야기하기를 통해 군대 문화의 현재, 과거를 보여주면서 우리가 어느 지점에 서 있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전재홍, 목포일본영사관, 전남 목포시 대의동 목포 개항 이후 1900년에 건립된 일본영사관 본관,
젤라틴 실버프린트, 50×60cm, 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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