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우주/리뷰

소외된 인간 - 오치균 展, 갤러리 현대

지하련 2009. 5. 15. 14:26



내 마음 전부를 향기나는 솜털 이불같은 흰 구름 위에 가볍게 놓아두고 싶지만, 올해 들어서 그랬던 적이 언제였는가 싶다. 어쩌다가, 올해 단 한 번도 그랬던 적이 없었던 것같다. 즐거운 마음으로 보러 가던 전시마저도, 이젠 작가들의 작품 뿐만 아니라 그들의 삶 전체를 이해해야만 된다는 강박증을 가지게 되었고, 내가 그들과 함께 하게 되었을 때 내 역할은 무엇일까 고민하고 있었다.

어느새, 인생은 쓸쓸한 꿈 같은 것이고, 사랑은 떠나갈 어떤 것이라는, 바람직하지 못한 기분이 서른 후반의 나를 사로잡고 있었다. 가끔은 술에 취해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곤 하지만, 바로 다음 날 후회를 하곤 한다. 그 후회의 힘으로 몇 주간 디오니소스의 유혹에 자신을 지키곤 했다.

요즘의 나를 지탱하는 건 과거의 실패와 아픔들이다. 아픈 만큼  성숙해지는 건 사실이지만, 이 사실을 떠올릴 때마다 기분이 언짢아지는 건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어느 일요일, 갤러리 현대에 들려 젊은 날의 오치균을 만났다. 나는 단 번에 그가 그의 몸을 그렸음을 알았다. 

그는 자신과 싸우고 있었다. 자기 인생의 처절함을 느꼈고, 그것과 싸우고 싶었던 것이다. 얼마나 많이 싸웠을까. 그리고 그는 자신에게 승리했을까.


나도 나와 싸우곤 한다. 하지만 매번 나와 싸워, 나는 패하고 만다. 내 쓸쓸함에 나는 지고, 내 고통에 내가 지고, 내 언어에 내가 진다. 결국 끊김 없이 흐르는 내 일상은 지는 나의 무한반복으로 채워져 있었다. 그리고 그 무한반복의 짧은 틈새로, 보이지 않는 속도로 일어서는 내가 있다.


오치균의 작품을 보면서, 나는 절대로 쓰러지지 않으려는 젊은 날의 오치균을 만나고 있었다.

아직까지 오치균이 자기자신과 싸우고 있을 지 모르겠지만, 젊은 날의 오치균은 그 고통스런 현장 속에서 아름다운 조형의 세계를 찾고 있었다. 아픔, 고통, 쓸쓸함을 아슬아슬한 터치의 색채들로 채워내는 그의 작품을 보면서, 현대 한국의 예술가들과 예술작품들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혼자 집으로 가, 혼자 잠을 자게 될 나를 만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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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갤러리 현대의 전시 관련 페이지입니다. 전시된 작품들을 작은 이미지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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