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우주/리뷰

전환과 확장 - 제5회 서울국제미디어아트비엔날레

지하련 2009. 7. 13. 11:05




오쿠이 엔위저가 감독한 제 7회 광주비엔날레는 다소 실망스러웠다. 어수선한 전시 분위기와 작품에 몰입하기 어려운 공간은 마치 낯설고 혼란스러웠다. 그런데 실망스럽기만 하던 그 광주비엔날레가 계속 생각나는 이유는, 그 연출이 의도적인 느낌이 강하게 들기 때문이다. 섣부른 사견이겠지만, 앞으로 대형 기획 전시의 경향은 오쿠이 엔위저가 제시한 바의 그런 형태로 진행되지 않을까 싶다. 아무렇게나 진열해놓은 듯한 작품들과 그 작품들 사이의 불협화음, 그 속에서 문맥을 찾아 헤매는 관객들. 마치 브레히트가 관객을 향해 조롱하듯.
(오쿠이 엔위저의 큐레이팅에 대해선 현재까지는 '평가 유보'다. 실제 보았을 때의 느낌은 매우 낯설었으며 당시에는 매우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그 연출의 흥미로움을 느끼고 있기고 있지만 말이다.)

이에 반해 거의 동시에 열렸던 제 5회 서울 국제 미디어 아트 비엔날레는 미디어 아트라는 특수성, 흥행성과 함께 일반인들에게 미디어 아트의 이해를 높일 수 있었던 매우 좋은 기회였다. (만약 오쿠이 엔위저가 연출했다면 그는 어떻게 표현했을까? 생각만 해도 흥미롭다.)

실은 전시를 보고 난 다음부터 리뷰를 올려야지 하고 있었는데, 벌써 1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게으른 내가 할 수 있는, 제법 똑똑한 짓은 인용이 될 것이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서 발행하는 잡지 ‘이야기가 있는 미술관’(2008년 가을호)에 실린 미술평론가 조광석의 글, ‘빛과 시간의 유희 ? 미디어아트’의 일부를 옮긴다. 미디어아트가 어떻게 이해되고 어떻게 받아들여지는가에 대한 충분한 답변이 될 수 있는 글이다.

미디어아트는 빛에 의한 영상의 제작과 시간의 인식, 그것의 경험으로 진화한다. 영상 이미지가 대상의 재현을 넘어서 스스로 만들어내는 이미지로 경험적이 되고, 작품과 관람자 사이에서의 정보 교환이 이루어지는 상호작용의 결과가 예술로서 ‘의미’를 형성되어 작품을 이룬다. 초기 비디오아트와 같은 전자 매체의 활용에서 논의되었던 특수성, 즉 비디오작품에서 영상들은 가상적인 측면을 지니고 있으면서 이미지의 항구성 대신 변형의 자유로움과 임의적으로 조립 가능한 내용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그것은 변형의 자유로움을 이끌면서 미디어아트를 규정하는데도 여전히 유효하다. 이와 같은 제작과 수용의 양면성을 지닌 인터랙티브 아트는 최신의 디지털 테크놀로지를 기반으로 형성된, 특히 컴퓨터에 의한 미디어 테크놀로지를 적용시키면서 관객과의 소통에 의해 생명력을 획득하는 관계의 예술로 나타난다.
미디어아트는 스스로 빛을 만들면서 이전의 예술작품들이 추구한 본질적이고 절대적인 심미화를 넘어서 관객과의 소통에 의해 형성하고 있는 경험의 예술로 만든다. 이제 미디어아트의 목표는 작가와 관객이라는 타자와 사이의 간극을 줄이는 것으로 관객과의 소통을 위해 예술이 선택한 방법은 작품의 내용보다는 테크놀로지의 유희에 침잠하게 하여야 한다. 그것은 일시적인 집착이 아닌 시간을 통해 경험되는 가상의 세계이며, 테크놀로지 자체가 예술성을 획득한 것이라 볼 수 있다. 
- '이야기가 있는 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2008년 가을호, 9쪽


‘전환과 확장’이라는 제목으로 이루어진 작년 서울 국제 미디어 아트 비엔날레에서는 주목할 만한 많은 작가들을 소개하였다. 그 중에서는 흥미로운 동일성에 대한 탐구를 보여준 마르쿠스 한센Markus Hansen이 인상적이었다. 안드레아즈 브뢰크만(전시 큐레이터)의 글을 인용해본다.

마르쿠스 한센의 인물사진 시리즈 ‘타인의 감정을 느끼다’에서 우리는 매번 다른 이의 감정상태를 모방하고 있는 2장의 사진, 그리고 또 다른 이의 사진 1장과 작가 자신의 사진 1장을 보게 된다. 작가는 비슷한 포즈를 취하고, 비슷한 옷을 입는데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가 다른 이의 얼굴 표정을 흉내내려 하면서 다른 이를 연기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 전시 도록에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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