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련의 우주/Jazz Life

열정의 시대

지하련 2005. 3. 20. 16:39



 

나는 내 죽음과 마주 서서 고독했다. 말할 수 없이 고독했다. 그리고 이 죽음은 생명의 상실 외에 아무 것도 아니었다. 눈으로 볼 수 있는 세상이 무서운 속도로, 그리고 음울하기는 커녕 오히려 눈부실 정도로 빛나는 환영의 혼란 속으로 내게서 빠져나가는 것같았다. 그럴 수가 있단 말인가? 그러면 나는 이 세상을 이다지도 사랑했더란 말인가? 하고 나는 생각했다. 이 아침, 그 저녁, 저 길들을? 변화무쌍하고 신비로운 저 길들을, 사람의 발자취가 가득히 새겨진 저 길들을, 도대체 나는 길들을, 우리 길들을, 세상을 기들을 이다지도 사랑했더란 말인가?
- 조르주 베르나노스, <어느 시골 사제의 일기> 중에서.



베르나노스의 소설을 뒤진다. 뒤적. 뒤적. 오후에 집에 기어들어와 밥을 먹고 뒹굴거렸다. 잠시 일을 하기도 했지만, 오래 가지 못했다. 벌써 7시다. 저녁 7시. 나가서 달리기를 할 생각이다. 달리기를 하면 내 생이 조금은 행복해지지 않을까 싶다. 세차게 달리기를 하다가 달려오는 트럭에 부딪혀 내 몸이 하늘로 날아오르고, 나와 부딪힌 트럭은 그 강철 속에 숨겨둔 영혼들이 파르르 놀라 밤하늘의 별이 될 지도... 그러면 내일이 오겠지. ... 시간을 멈추고 모든 움직임을 다 멈추고 ... 그 속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