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우주/이론

대중의 지혜, 제임스 서로위키

지하련 2010. 2. 7. 09:18

대중의 지혜 - 10점
제임스 서로위키 지음, 홍대운 외 옮김/랜덤하우스코리아

 

 

"대중의 지적 수준은 최악이다. 그 집단의 일부 우수한 사람들과는 비교도 안 된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Henry David Thoreau)는 이렇게 한탄했다. 그리고 대다수 이런 생각에 동의하지 않을까. 1841년 찰스 맥케이(Charles Mackay)대중의 미망과 광기 Extraordinary Popular Delusions and Madness of Crowds’라는 책을 통해, “예로부터 사람들은 무리를 지어 생각한다고 했다. 군중은 집단적으로 미쳤다가 나중에야 천천히 지각을 되찾게 된다.”라고 했다. 이런 식으로 대중의 판단이나 의사결정을 폄하하고 비난하는 글은 쉽게 찾을 수 있다.

 

하지만 대중의 판단이나 의사결정이 전문가 개인의 판단이나 의사결정보다 뛰어나며 정확하다는 책을 읽기란 드물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이 책의 가치는 두드러진다. 확실히 이 책에 실린 여러 사례들은 대중의 판단이나 의사결정이 전문가 개인, 혹은 집단의 그것보다 정확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중의 지혜를 믿어야 된다고? 불행하게도 선뜻 그렇게 되지 못할 것이다. 실은 대중의 판단이나 의사결정이 정확한 것으로 유도되기 위해선 자유로운 의사 소통이 가능한 환경이 전제되어야 된다고 서로위키는 말한다. 그는 지혜로운 대중의 조건으로 다양성, 독립성, 분산화와 통합, 조정, 협조 등의 문제를 제기한다.

 

다양한 견해를 가진 사람들로 구성되어야 하며, 각 개개인들이 자유롭게 자신의 주장을 이야기할 수 있어야 되며, 이렇게 모인 다양하며 심지어 상반된 견해들이 분산화와 통합의 과정을 거치면서 조정되고 서로 협조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만 대중의 지혜가 나올 수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한국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과연 대중의 지혜가 발현될 수 있는 상황일까? 한 번 생각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대중이 어리석다는 표현은 각 나라를 막론하고 있는 표현인 듯하지만, 그런 어리석은 대중들이 만들어가는 어떤 나라와 어떤 나라는 판이하게 다르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즉 대중의 문제가 아니라 대중으로 하여금 어떤 판단과 의사결정을 내리게 하느냐에 대한 환경 조성 문제라는 것이다. 이는 국가 차원에서도 적용될 수 있으며, 작은 기업의 회의 시간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비타에듀의 스타강사인 우형철의 말은 귀담아 들을 만하다. 우리는 너무 잘난 사람들의 목소리에만 귀를 기울이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명문대 출신들이 힘겹게 들어가 여러 정치적 상황을 고려하여 곡해하고 재단된 저널이나 TV 대담프로그램을 보고선 그것을 모두 진짜라고 믿는 건 아닐까.

 

실은 대중이 지혜로운 것이 아니라, 어느 때에는 지혜롭고 어느 때에는 어리석다고 말하는 편이 정확할 것이다. 그리고 현재 한국은 어리석은 대중들로 가득한 건 아닐까 염려스럽다.

 

 

 

강사들을 제외하면 기숙 학원 직원 80명 중에서도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사람은 딱 1명입니다. 그래도 기숙학원을 운영하는데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소위 명문대를 나온 사람들이 사회를 이끌어가는 건 사실입니다. 그러나 사회 전체를 굴러가게 하는 사람들은 명문대를 나온 사람들이 아닙니다. 이들을 제대로 활용할 줄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 뿐이죠.”

- 형철(비타에듀 강사), 동아비즈니스리뷰, 2010 1.